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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Sep 18. 2016

혼자만의 느린 여행

고독한 여유가 흐르는 루앙프라방

아침 일찍 짐을 싸서 루앙프라방행 버스를 탔다. 지난밤 새벽 3시가 넘도록 긴긴 이야기를 나눈 탓에 비몽사몽으로 차에 올랐다. 바게트 샌드위치를 하나 사들고 탈걸...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비포장 도로를 창문에 머리를 수도 없이 부딪혀 가며 달리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루앙프라방에 도착하였다. 체감도 빠르게~ 시간도 빠르게~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듯하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루앙에서의 시간은 하루. 내일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꽝시 폭포를 가는 일. 꽝시 폭포에 가기 위해서는 여러 명 조인하여 지프니를 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시간이 없는 나는 초조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오며가며 마주친 얼굴이 보인다. 자느라 몰랐지만 나와 같은 차를 탔던 그들. 조용히 묻는다.

'꽝시 폭포에 가시면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그들은 야간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일정이란다. 조마 베이커리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겠다는 그들을 남겨두고 나는 숙소를 잡고 오겠다고 한다. 한 장짜리 흑백 지도를 들고 호텔이라고 쓰인 곳을 찾아 헤맨다. 그렇지만 못 찾겠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빨리 방을 잡고 꽝시 폭포에 가야 되는데 초조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한국인 여행자가 보인다. 여행은 나를 대담하게 만들지.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 어딘지 아세요? '

아무런 계획도 예약도 안 했다고 하니 조마 베이커리 뒤쪽에 가면 숙소가 많으니 가서 골라 잡으라고 한다. 숙소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들에게 감사하며 2~3군데 숙소를 둘러본다. 5만원에 쏭강이 보이는 궁전 같은 침대가 있는 방이 있다. 하지만 나에겐 사치. 아쉽지만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골목에 있는 호텔. 1인실에 2만5천원 정도?? 방도 깨끗하고 화장실도 있고 괜찮은 것 같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낙찰!! 얼른 계약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조마 베이커리로 간다. 아침도 굶고 점심때가 좀 지난 시간,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피자빵 한쪽과 물 하나를 사서 허겁지겁 먹는다. 이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 생각도 여유도 없다. 처음 함께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간단한 식사를 하고 그들의 캐리어를 내 방에 보관해 주기 위해 다시 호텔로 향한다. 기다려준 그들에게, 그리고 낯선 나를 흔쾌히 동행할 수 있도록 해 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나의 작은 배려였다. 지프니를 잡아 흥정을 하고 약 30여분을 달린다. 방비엥에서 블루라군을 갈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포장된 도로~ 오르막길을 달리는 듯한 느낌. 그리고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진다.

나와 함께 한 일행은 나보다 인생 선배이며 오래된 여자 친구 세명과 그들 중 한 명의 남편, 이렇게 4명의 구성원이었다. 한 커플의 부부와 2명의 친구. 쉽지 않은 조합이었다. 나중에 나도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다닐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참 편하고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꽝시 폭포에 도착해 블루라군 때처럼 지프니 운전자와 몇 시에 만날지 딜을 한 뒤 티켓을 끊고 입장을 했다. 입장료는 만낍!!(인터넷 검색을 잠시 해보니 현재는 2만낍이라고 한다. 1년 새 2배나 오르다니...) 마치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산속에 난 흙길을 걷다 보니 곰 공원이 나타난다. 그곳을 지나 또 잠시 걸어 올라가다 보니 선녀가 목욕할 것만 같은 파란 물 웅덩이가 보인다.

층층이 고여있는 파란 물이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수영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다. 닥터피쉬 마냥 작은 물고기들을 주위에 두고 물속에 앉아있는 사람도 있다. 나도 물속에 뛰어들고 싶지만 첫째, 수영을 배웠으나 구명조끼 없이 야생에서 수영을 해본 적이 없다. 둘째,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다. 그리하여 아쉽지만 다리만 담가보고 즐거이 노는 사람들을 바라만 보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위험지역에서 아름다운 뷰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통행으로 길을 막은 건지~ 내가 길을 못 찾은 건지~ 친구가 권장했던 폭포의 맨 윗부분에 길을 헤매기만 하고 올라가지 못했다. 이래저래 아쉬운 꽝시. 하지만 블루라군에서 기대했던 새파란 물을 꽝시 폭포에서 제대로 볼 수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만족하기로 했다. 진짜 보고 또 봐도 신기하리만큼 물이 파래도 너무 파랬다. 함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친구를 꼭 데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 I'll be back.


꽝시 폭포를 구경한 후 함께했던 일행들과는 헤어졌다. 그리고 나에게 남은 시간은 짧았고 관광보다는 휴식을 택하기로 한 나는 유토피아를 찾아갔다. 가는 길이 어려울 거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표지판도 잘 되어있고~ 골목골목 들어가야 되긴 했지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대범한 듯 소심하고, 소심한 듯 대범하다. 여기서는 소심 모드. 아직 해가 저물기 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은 지라 허기가 진다. 빼놓을 수 없는 비어라오와 치킨 캐슈너트 어쩌고 하는 음식을 하나 시킨다.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으나 너무 맛있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혼자만의 시간이 더욱더 행복했다. 루앙프라방에서 해야 할 일을 꼭 하나 추천하라면 나는 단연코 '유토피아'에서의 한량 놀음을 추천할 것이다. 혼자도 좋고, 여럿이어도 좋다. 등을 기댈 수 있는 방석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리고 비어라오를 마신다. 가만히 앉아있자니 또다시 라오스의 핑크빛 노을이 나타나고 옆에서 대만 또는 홍콩 사람 일 거 같은 일행들이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배경, 음악, 음식 뭐 하나 빼놓을 게 없이 완벽하다. 밤이 깊도록 이렇게 머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해가 지자 다가오는 모기떼들의 습격.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마지막 코스인 야시장으로 가자. '나는 길치는 아니다'라고 스스로 자부한다. 그런데 왔던 길을 돌아갈 때 조금 헷갈리는 것 같다. 어둠이 내리고 꺾고 꺾고 꺾어가는 길이다 보니 나는 또 길을 잃었다. 자꾸 뭔가 외진 곳으로 가는 느낌. 몇 명에게 나이트 마켓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모른단다. 그렇게 물어물어 가다가 갑자기 '팍'하고 떠오르는 생각!! 큰길에서 길을 반대로 꺾었다. 결국 20분 정도를 다시 걸어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시작!! 다시 불빛과 관광객들이 보이는 듯하다. 이쯤에서 안도하고 야시장으로 가 구경을 한다. 뭔가 기념품을 사고 싶었지만 나의 자린고비 정신으로 사치는 넣어두고 친구에게 줄 파우치 두 개와 친환경 티백과 커피를 샀다. 소박하군. 뭔가 사 먹고 싶었지만 너무 배가 부르다. 결국 구경만 하고 과일주스 하나, 망고 하나 사들고 숙소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8시쯤?? 하지만 나는 떠날 채비를 하고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탁발을 잠시 보고 공항으로 가야 한다.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외롭기도 하다. 아쉽긴 하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느끼는 1인실의 포근한 침대와 이불을 만끽한다. 좁지만 아늑한 호텔 방. 이 또한 여행의 묘미.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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