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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Nov 04. 2016

라오스, 스치듯 안녕

스치듯 지나간 루앙프라방의 아침, 그리고 다시 마주친 비엔티엔

새벽 4시, 짐을 챙기고 탁발을 보러 나갈 채비를 한다. 이른 아침 비엔티엔행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시간이 없다.

아직 해도 뜨기 전, 어스름한 새벽. 숙소 테라스에 이런 좋은 자리가 있음에도 전날 맥주 한잔, 모닝커피 한잔 못 마셔보고 새벽 풍경만 잠시 바라보았다.

한 바퀴 휘휘 돌고 있자니 탁발 음식을 파는 행상인들이 나에게 물건을 권유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하나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손사래를 치고는 이 길 저길 기웃거리며 탁발 행렬을 기다려본다.

5시가 좀 넘은 시간,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 사람들의 활동이 활발하지가 않다. 걷다 보니 시장이 보인다. 시장 상인들도 이제 막 자리를 폈는지 아직 여기저기 준비준인 사람들이 많다. 직접 수확한듯한 작물들을 가지런히 예쁘게도 정리해 놓았다. 꽃송이만 따서 파는 모습은 생소했지만 푸르스름한 새벽녘에 화려한 꽃송이 다발을 보니 그 화려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수도승들의 행렬은 생각만큼 길게 이어지지 않았고 조금씩 무리를 이뤄 어디에선가 흘러나왔다. 어린 동자승들의 얼굴에서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보이기도 했다. 짧은 대면이 아쉽긴 했지만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이른 아침의 루앙프라방, 새로운 하루의 시작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안개 낀 쏭강을 스치듯 마주하고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왔던 길을 돌아 비엔티엔행 비행기를 탔다.

작지만 예쁜 라오항공 비행기. 동남아에 흔하디 흔한 저 꽃의 이름은 뭘까. 향도 좋고, 이쁘고 내가 참 좋아라 한다. 항공사 마크가 내 스타일. 말린 과일스낵과 물도 준다. 챙겨뒀다 요긴하게 잘 먹었지. 어쨌든 다시 떠나보자. 생각보다 경유 시간이 많이 남았다. 라오스 돈도 남았겠다 거침없이 공항 밖으로 나간다. 그래 봤자 가는 곳은 관광도 아님. 그냥 한인 쉼터 아저씨한테 인사나 할 겸 갔는데 안 계시네. 그래서 와이파이 좀 사용하다가 근처에 유명하다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하러 갔다. 크게 관광에 목적이 없던 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반경 내에서만 움직였다. 여행을 가면 사실 나는 그냥 거리만 걸어도 좋다. 거리만 걸어도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고, 사람들 사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내가, 그 순간이 나는 좋다.

카페 시눅. 커피가 유명한 카페라고 했다. 원두를 사가는 사람도 많다고. 하지만 나는 충분한 여유자금이 없었고, 배도 좀 고팠고 하여 평소에는 즐기지 않지만 시원한 아이스 카페모카를 시켰다. 모카맛이 너무 진해서 커피맛은 알 수 없었다는 건 비밀. 사실 빵도 하나 사 먹고 싶었는데 혹시 공항 가는 차비가 부족할까 싶어 여유 있게 돈을 남겨두었다. 그래서 어설프게 남은 라오스 화폐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언제가 곧, 조만간...... 다시 가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keep.

비엔티엔은 역시나 햇빛이 작렬하였고, 시원한 커피 마시며 일기 쓰고 인터넷 좀 뒤적이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2~3시간 노닥이다 그렇게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안녕, 또 만나자

툭툭이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하교시간인지 전통복 스타일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거리에 도로 위 오토바이에 즐비하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밀자, 씨익 웃기도 하고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보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의기소침해진 나는 제대로 그들과 눈인사하며 사진을 찍지 못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사진보다는 눈에, 머릿속에 남긴 여행이라 구태여 사진을 찍을 맘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마지막 경유지인 방콕으로 가자.


재밌다. 여행 참 좋다.
혼자 하는 여행이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줄 몰랐고
마치 원래 알았던듯한 느낌.
뭔지 모르겠지만 꽉 찬 여행이다.

 - 5월4일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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