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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un 30. 2016

꽃보다 청춘을 따라서

함께여서 즐거운 그 곳, 방비엥

아침이 밝았다. 라오스의 햇살이 눈부시다. 밤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게스트 하우스를 잠시 둘러본다. 오래된 목조 건물. 삐그덕거리는 크고 무거운 문짝 사이로 비치는 햇볕이 따뜻하니 기분이 좋다. 

한밤 중 도착한 의문의 여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먼저 일어나 꽃무늬 파자마를 입은 채 곱게 화장을 하고 있다. 오늘은 방비엥으로 떠나는 날. 모든 투숙객을 싣고 일단 아침을 먹으러 맛집이라는 쌀국수 집으로 간다. 국수 한 그릇과 국수보다 풍성한 야채 한 접시. 일단 몸에 좋은 건 먹고 보는 나이기에, 남들은 손도 대지 않는 풀떼기를 한 줌 뜯어 국수 그릇에 넣는다. 풀떼기는 소중하니까. 음식은 남기면 안 되니까. 남들 자리에서 일어서기 직전까지 나는 입에 국수를 가득 넣고 아직 내 식사는 끝나지 않았다고, 좀만 기다려 달라 한다. 

배부르게 한 그릇 뚝딱하고~ 한인 쉼터로 출발~. 방비엥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숙소 사람들과 수다수다. 전날 한방을 썼던 여동생 둘과 의문의 여인. 이렇게 4이서 수다를 떨며 서로에 대해 얘기를 한다. 나뿐 아니라 다른 2명도 여자여자한 의문의 여인에게 뭔지 모를 적개심이 있었다. 그런데 얘기를 하면 할수록... 얜 뭐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허당의 실체가 밝혀지기 시작한다. 오동통한 모찌 같은 하얀 피부에 검고 긴 뱅 헤어, 그리고 원피스에 웨지힐. 휴양지도 아닌 이런 촌구석에 저런 차림새를 하고 온 것도 신기했는데 그녀는 여행 내내 한결같이 이 모습을 유지한다. 30년 인생 동안 별사람 다 봤지만 이런 캐릭터는 또 처음이다. 처음 등장이 오싹했지만 알고 보니 26살의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여행 다니는 순진한 그녀. 이렇게 맺은 인연으로 방비엥까지 나의 룸메이트로 함께 하게 된다. 

방비엥에 도착!! 운이 좋게 해주는 대로 예약한 숙소로 찾아가서 짐을 푼다. 나중에 길에서 만난 같은 차를 타고 온 사람들 말을 들으니 다들 방이 없어 한참을 헤매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운이 좋았다. 방은 2층침대 2개로 이뤄진 4인실 도미토리. 이후로 숙소는 정말 잠만 자고 밤늦게 앞마당 테이블만 이용했기 때문에 숙소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게 없다. 놀아야 된다는 마음이 급해서인지 배낭만 던지고 나와 비엔티엔에서 같이 출발했던 몇 명과 함께 블루라군에 가기 위해 다시 조우했다. 이미 점심때를 지난지라 맛있다는 까오삐약 쌀국수를 먹으려고 했으나~ 가게를 못 찾았다. 그래서 그냥 근처 식당에서 라오스 명물이라는 샌드위치 하나 겟!!

그리고 정말 썬크림이 하얗게 흘러내릴 만큼 너무 더워서 파파야 주스 하나 더 주문!! 하지만 라오스 사람들... 굉장히 느리다. 샌드위치 만들어주는데 20~30분 걸리더니 주스 만들어주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진심 우리는 과일을 시장에서 사다가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마음은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이 날씨에 맥주 먹었다간 그대로 쓰러질 거 같아 한 템포 쉬기로 했다. 기다림에 지쳐 있자니 식당집 아이들과 그 친구들이 옆으로 다가왔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브이도 하고 따봉도 하고 엘사 원피스도 보여주고 열심히 모델일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떠날 때까지도 우리는 주스를 받지 못하였다. 

더위를 견뎌내며 길고 긴 기다림 끝에 획득한 치킨 샌드위치!! 10000낍의 행복!! 주스와 함께 먹으니 꿀맛!! 좀 더 많이 먹어둘걸~ 몇 번 먹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라오스에 간다면 샌드위치를 원 없이 먹고 오길 바란다. 가고 싶다 라오스~ 먹고 싶다 샌드위치~!! 그리고 카운터에 올려져 있는 장식 같은 저 과일들이 바로 우리가 먹던 그 과일주스의 원천되시겠다.

이제 허기를 달랬겠다~ 더 늦기 전에 블루라군에 가기 위해 지프니 운전사와 딜을 한다. 6명이서 왕복 18만낍!! 사전에 들은 정보에 의하면 조금 비싼 감도 있는 거 같긴 했으나 날도 너무 덥고 시간도 아까웠던 우리는 일단 갑니다. 약 30분을 달려가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오프로드. 우와... 비포장 도로에 마른 먼지는 앞이 안 보이도록 날리고 엉덩이는 들썩들썩~ 디스코팡팡 타는 줄. 천장에 머리 안 부딪치려고 안감힘을 쓰며~ 그래도 바깥 풍경 한 번씩 봐주고~ 여기가 라오스구나~ 방비엥이구나~를 실감하며 달려간다. 

티비에서 보던 블루라군을 내 눈으로 보다니~ 너무나 설렜다. 요정들이 노닐 것 같다던 숲 속의 푸른 호수!! 그렇게 기대하고 갔건만... 블루라군은 생각처럼 블루가 아니었고, 물반 사람반에, 사람의 절반 이상은 중국인이었으며 조금 덜 개발된 워터파크에 온 것 같단 것이 블루라군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그래도 왔으니 놀아야 되지 않겠는가. 수영을 잘 못하는지라 물놀이에 구명조끼는 필수!! 많은 사람들 속에 끼여 유유자적 떠다니며 남들 뛰어내리는 거 보고 있자니 점점 마음이 평온해지며 즐거움이 찾아왔다. 그리고 같이 간 오빠들의 부추김에 이끌려 다이빙에 도전한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반대편에서 남들 뛰는 거 보고 나도 도전!! 뛰어내리는 것보다 올라가는 게 더 도전이 필요한 과제였다. 그리고 올라섰는데 이거는 뭐 뒤로도 못 가고 앞으로도 못 가고, 올라간 이상 어쩔 수 없이 뛰어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 사실 올라갔다 내려온 여자 한두 명 봤는데 나는 내려가는 게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또 언제 다이빙을 해 보겠는가~라며 풍덩!! 다행히 성공적 점프!! 얏호~~!! 이거 은근 쾌감 있네.

많은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기 위해 나무 위로 오른다. 겁이 많은 이들은 아래로~ 조금 더 용기 있는 이들은 더 높은 곳으로~. 한 번의 성공을 거머쥔 나는 욕심을 내본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번엔 최고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올라는 갔는데... 발이 움직이질 않는다. 한참을 서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은 아니었으리라. 아래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다며 환호를 보내준다. 한 발만 내딛으면 되는데 나는 왜 그 한 발을 내딛지 못하는가. 발을 본드로 나무에 붙여놓은 줄 알았다. 생전 다이빙 한번 해 본 적 없는 내게 그 높이는 정말 형언할 수 없었다.몇 분이나 있었을까? 3분? 5분? 혹은 그 이상일지도. 결국 나는 뛰어내렸다. 그리고 수면에 몸이 닿는 순간 배구 선수에게 뺨따귀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의 강한 충격과 고통을 느꼈다. 그렇다. 나는... 엉덩이로 내려앉았다. 와... 피부 찢어지는 줄. 수면에 올랐을 때 나는 알았다. 피멍이 들 거라는 것을. 그리고 다음 날 그 예상은 적중을 하다 못해 한참을 넘어서서 나의 허벅지를 감싸 안으며 악마가 깃든 것 같은 검푸른 영광의 자국을 남겨주었다. 이렇게 잊지 못할 라오스의 추억을 또 하나 만들었다.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구나. 

이번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블루라군이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파랗지도, 신비스럽지도 않았지만 그 안에서 노는 사람들과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 멋진 포즈로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엉거주춤 뛰어내리는 사람들, 많은 이들과 함께했던 그 날의 풍경과 빛의 반짝임은 나를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었다. 내 생에 첫 다이빙. 무서웠고 아팠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멋지게 뛰어내리고 싶다. 

사실 뒤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다이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나PD의 '꽃보다 청춘'에서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인파들. 지금은 더 많아졌을지도 모르겠다. 워터파크 마냥 많은 사람들로 인해 다소 놀랄 수도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지켜보는 사람들과 그들의 응원으로 나는 혼자가 아닌 모두의 힘으로 어설프나마 그 높은 곳에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함께하기에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던 방비엥의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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