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ubless Nov 14. 2018

01. 어제의 나의 일상

6시 반. 늘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이 먼저 떠진다. 일어나는 시간의 반복은 습관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 리듬을 만들어 주었다. 간단한 아침조회 후, 8시가 되자 타다다닥 발소리가 들린다.


“선생니~~~임!!!”
“아이구 일찍왔네. 안녕하십니까~ 밖은 춥니??”


옷을 벗어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고 부모님들이 보낸 쪽지나 감기약이 들어있진 않은지 살피고서 아이들의 곁에 앉는다. 그럼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들은 내 무릎에 앉아 어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렇다. 난 4년차 유치원 교사이다.


아침 7시 반 정도부터 나와 아이들을 맞이하고, 저녁 8시 이후가 되어서야 유치원을 정리하고 나오는게 내 일상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가면 퇴근하면 되지 뭐 그리 할 게 많냐고 하겠지만, 아이들이 가고 난 이후부터가 업무의 시작이다. 매일 있을 내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일상을 기록물로 남기고, 평소 남겨둬야하는 문서작업들을 해 두고나면 언제 해가 졌는지도 모르는게 실상이다. 사실 글을 쓰는게 좋아진 게 이때쯤부터 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말한 것들을 토대로 글을 쓰는 시간이, 나에겐 무심코 흘러가버릴 수 있는 아이들의 빛나는 찰나를 기록해주는 것 같아 그저 좋았다.


월요일엔 체육선생님, 화요일엔 다문화선생님과의 연계 수업이 있으며, 목요일엔 우크렐레를 메고 뒷 쪽 산으로 아이들과 함께 올라갔다 오는 것이 1주일의 패턴. 감사하게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신 그 분(참고로 난 기독교인)덕에 아이들에게 종종 결혼하자는 청혼도 받으며 사랑받는 선생님으로서 지내고 있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지도 모르게, 어느샌가 되풀이되는 1년의 크고 작은 이벤트들 사이에서 나는 해가 뜨기 전에 출근하여, 해가 지고 나서 한참이 되어서야 별을 보며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게 4년의 교사 생활을 이어나갔다.


난 교사라는 직업이 좋다. 커서 사회에 나갈 아이들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예쁘고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귀한 일이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 나는 이따금씩 주로 어른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하는 내 일상에서 무료함이 느껴졌다. 내가 좋아해서 배우는 많은 것들이 쓰여질 곳이 많지 않았고, 그로 인해 잊혀져가는 내 배움이 안타까웠다.


난 신중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진 않지만 속내는 대범하게 무언가를 저지르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고민하고 결정할 때,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내가 종종 느껴왔던 안타까움 또한 묵히다 못해 삭아진 고민 중 하나였다.


내가 나를 찾는 시간을 갖고 싶지만 덜컥 그만두자니 내 유치원이, 아이들이 좋아 겁이 났다. 내 성격에 맞는 레지오 접근을 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좋은 유치원이라는 명성도 있었기에 다시 교직으로 돌아올 때, 이보다 말도 안되는 환경의 원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쩌나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내 쫄보같은 심장을 더 쪼이는데 한 몫 했다. 그렇게 난 24시간 아이들과 놀 매체들을 생각하기도 하고, 원에서 매년 있는 큰 행사들을 치루며 4년차, 나이 30을 코 앞에 둔 교사가 되어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