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ubless Jul 26. 2019

03-1. 비행 말고 여행 : 페루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마추픽추(Machupicchu)+성계투어

  당신은 인생에서 꼭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묻는다면, 어떤 나라/장소가 떠오르는가. 비행 때문에 한 달에 약 23일 정도를 해외에서 보내고 있는 나에게도 버킷리스트와 같은 여행지는 늘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죽기 전에 방문해 보고 싶은 여행지 1순위는 페루-볼리비아, 2순위 아이슬란드, 3순위 멕시코...... 순위와 나라가 조금씩 바뀌기도 하지만 페루-볼리비아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1순위로 자리하고 있었다.


  12일의 휴가를 친구와 함께 받게 되었다. 2주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꽤나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가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을 빼면 10일 남짓한 시간. 하지만 우리는 떠나기로 한다. 인생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우기 위해.


페루-볼리비아 여정을 누구나 꿈꾸지만 차마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교통편 때문일 것이다. 직항으로 딱 떨어지는 비행기가 없기 때문에 최소 2-3번 이상의 경유를 거쳐야 꿈에 그리던 페루와 볼리비아에 입성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같은 난관에 봉착했다. 더군다나 직원가로 표(Staff ticket)를 끊은 우리이기에 비행기에 우리들의 자리가 있느냐, 마느냐 하는 불안 속에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리오(Rio)로 들어가려던 우리는 ‘Cargo restricted’라는 이유로 못 타게 되어 계획에도 없던 아르헨티나로 출발하게 된다. 아르헨티나에서 리마로 바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있어 예약까지 했는데, 이게 웬일... 갑자기 결항이라고 한다. 남미는 워낙 당일 결항이나 12시간 딜레이 등 사건 사고가 많다고는 들었지만 우리가 그 경우에 해당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겐 2가지 옵션이 주어졌다. 10시간 가까이 되는 공항 노숙 혹은 산티아고를 거쳐서 페루로 들어가는 방법. 짧은 휴가로 여행 온 우리는 시간을 돈으로 사기로 했다. 바로 탈 수 있는 산티아고를 갔다가 리마, 리마에서 쿠스코로 바로 들어갔다. 두 번의 짧은 공항 노숙과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비행기에서 보내고서야 우리는 ‘페루’라는 문턱에 닿을 수 있었다.

에미레이트 항공 기내 / 친절한 크루들이 인상적이었던 라탐 항공
드디어 리마-쿠스코 마지막 구간 / 브라질에서 유명한 아사이 / 브라질 맥도날드 시그니쳐 메뉴 (feat.맛없음)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친절한 숙소 언니의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내일부터 주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기에 혹시나 거절될지도 모르는 볼리비아 비자 신청을 하루빨리 해두어야만 했다. 서류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체크한 뒤, 우리는 택시를 타고 바로 볼리비아 영사관으로 이동했다. 볼리비아 영사관은 사람이 미어터져 밖으로 나와있을 정도로 많았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당신에게도 국뽕에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무슨 말이냐. 영사관에 들어선 우리는 말 그대로 패닉 상태였다. 질문 하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자신의 서류를 봐달라고 아우성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도중 내 눈 앞으로 한 여자분이 지나갔고, 한국 여권에 붙은 비자에 마지막 결재를 받아 다시 올라가려는 듯했다. 나는 따라가서 물었다. 우리도 한국 사람인데 어디에 줄을 서야 되는 거야??? 그러자 여자 직원은 2층으로 따라올라오라고 했다. 그녀는 우리가 들고 간 서류와 컴퓨터 상의 신청서를 비교해 보더니 5분도 안돼서 우리에게 볼리비아 비자를 떡하니 내어주었다. 비자를 한 번에 받아 기뻐하는 우리들에게 그녀는 덧붙여 “한국인들은 이렇게 제대로 준비해와서 좋은 것 같아.”라는 칭찬도 쿨하게 날려주었다. 한국인을 왜 따로 심의해 준 것인지 자세한 영문은 알 수 없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인 사실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10분 만에 비자를 떡하니 받고 내려오는 우리에게 쏟아지는 눈총은 사실 살짝 따가웠다.


* 볼리비아 비자 신청서류 TIP
- 준비물
1. 흰색 배경 여권 사진
2. 볼리비아 여행 계획서
3. 여권사본 (만료 6개월 이상)
4. 재정보증서류 (신용카드 or 체크카드- 신용카드는 앞 면, 체크카드는 앞, 뒷 면 복사 후 뒷면 서명란의 3자리 숫자는 블러 처리)
5. 숙소 예약증 (부킹닷컴 취소 가능한 숙소 예약 후 예약증 영문 pdf 저장 후 예약 취소)
    이때, 부킹닷컴 페이지 상단의 언어를 한글에서 영어로 바꾸면 영문 예약증을 출력할 수 있다.
6. 황열병은 업로드 항목에 없지만 만일을 위해 출력

위의 모든 서류가 준비되었다면 아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비자 신청을 하고 마지막에 나오는 비자 신청서도 확인/출력. (모든 파일은 500kb 미만으로 저장)
출력한 모든 서류를 잘 정리해서 가져가면 볼리비아 비자 무료로 현지에서 발급받기 완료!!
http://portalmre.rree.gob.bo/formvisas/


장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온 데다가 큰 일을 하나 해냈더니 긴장이 풀렸는지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럴 땐 먹어야 하는 거다. 금강산도 식후경!! 페루에 왔으니 페루 음식으로 시작을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영사관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완전 맛집 발견이다!!! 친절한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서 대표 메인 메뉴 2개와 치차모라다 를 주문했다. 이 곳의 음식과 치차모라다는 ‘내가 좋아한 맛집’ 1등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맛이었다. 고산병이 확 달아나는 맛이랄까?

- 레스토랑 ‘TIGER MILK CUSCO’
Jr. Cuba I12-b Magisterio Segunda Etapa, 08000, cusco, peru
+51 941 363 215

 https://g.page/tigermilkcusco?share


다행히 함께 간 친구와 나, 둘 다 고산병이 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했다. 숨은 쉬고 있지만 공기가 몸속으로 전달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사실, 쿠스코(Cusco)는 해발 3600m로 꽤 높은 고산지대에 위치한 도시이다. 오히려 마추픽추(Machu picchu)가 해발 2400m로 고도는 훨씬 낮다. 우리는 고산지에 적응도 할 겸, 바로 다음 날 떠나는 1박 2일 ‘마추픽추-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바로 예약했다.


* 마추픽추 + 성계 투어 일정

(약 128달러: 교통편, 숙소 포함)

-쿠스코 숙소에서 픽업 + 기차로 이동

- 마추픽추 투어 + 1박

- 오얀타이탐보

- 우루밤바(점심식사)

- 살리네라스

- 모라이

- 친체로

- 쿠스코로 이동


첫째날,

잉카레일(Inca Rail) 스낵 서비스 / 4일을 묵었던 숙소 콤마(Comma) 조식 감동 서비스

보통 쿠스코에서 시작하는 대부분의 투어는 새벽 4-5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시간만 여유롭다면 적어도 마추픽추만큼은 가이드 없이 기차와 마추픽추를 따로 예매해 천천히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는 몰랐던 잉카문명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는 있지만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사진을 찍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마추픽추는 한 방향으로 걷게 되어있으며, 가이드와 인사하고 헤어지는 포인트까지 나가게 되면 다시 돌아와서 둘러볼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많은 관광객들로부터 마추픽추를 보호할 요량으로 개방 면적을 차츰 줄일 계획이라고 하니, 나와 같이 인생 버킷리스트에 마추픽추가 있는 사람들은 좀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 TIP : 기왕 비슷한 가격이라면 잉카 레일(Inca Rail)을 강력 추천한다. 기차역으로 들어오는 길 왼쪽에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차와 간단한 과자 부스(booth)가 있으며, 기차 내에서도 음료 서비스 및 과자를 제공하고 있다. 제공되는 과자, 음료, 초콜릿이 다 맛있어서 나름 기차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여, 마추픽추로 갈 때는 왼쪽, 돌아올 때는 오른쪽에 앉는 편이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다.

마추픽추는 고산 지대답게 날씨가 예측 불가하다. 그러니 마추픽추에서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나더라도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보통 아침 시간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며, 점심때쯤 비가 억수처럼 쏟아진다. 그리고 3시 이후부터 잉카인의 옆모습을 닮았다는 마추픽추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하루 종일 걸었으니, 저녁엔 알파카 고기와 페루 국민 칵테일 ‘피스코 샤워’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해 보자. 곳곳에 위치한 잉카문명을 연상시키는 동상들과 장식들이 분위기를 더해주어 마치 영화 세트장 안에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기찻길 주변으로 놓아진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며 바라보는 ‘기차 뷰’ 또한 이색적인 인생샷을 찍기 좋은 장소가 되어준다.


둘째날,

오얀이땀보(Ollantaytambo)

오얀이땀보는 잉카 레일의 시작점이자 잉카시대의 수로/길이 남아있는 성스러운 계곡의 중심마을이다. 오얀이땀보는 스페인의 침략 시기에 스페인을 상대로 잉카가 승리한 몇 안 되는 전장이다. 따라서 많은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곳 중에 하나이다.


이곳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쿠스코에 이어 잉카제국 제2의 도시였던 이곳에 주둔하던 오얀따이(Ollantay) 장군이 파차쿠텍 잉카의 딸과 사랑에 빠졌지만 비천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잉카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결국 비련으로 끝났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오얀따이땀보는 ‘The Resting Place of Ollantay' 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우루밤바(Urubamba)

나즈카의 미스터리한 무늬로 착각할 만큼의 거대한 크기의 원형. 이곳은 계단식 농경지이다. 모라이라는 이름은 농경지와 관련된 단어(마른감자:Moraya, 옥수수 수확:Aymoray)로부터 유례 되었다는 설이 가장 많다.

모라이(Moray)
모라이(Moray)

연구에 따르면, 모라이는 단순한 잉카 형식의 밭이었다기보다는 잉카 사람들이 농업 연구소였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높이와 온도의 상관관계를 실험했을 것이라고 보는 쪽이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위쪽의 원형에서는 높은 온도에서 자라는 식물을, 아래쪽에서는 서늘한 온도에서 자라는 작물을 심는 방식으로 하면 20가지 이상의 다양한 온도에서의 작물 재배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살리네라스(Salineras)

살리네라스 염전의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염전과는 달리 바다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의 땅 속 깊은 곳에서 나온 물에 염분이 섞여 있어 햇볕에 그 물을 빼서 말리는 방식으로 소금을 채취한다.

친체로(Chinchero)

자연으로부터 추출한 재료들을 가지고 천연염색하는 모습을 시연해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덧붙여 친체로에 위치한 사원으로 올라가는 길, 언덕의 꼭대기에 위치한 시장은 페루의 대표 수제품인 알파카 제품(담요, 장갑, 발토시, 망토 등)을 페루 전역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득템 할 수 있다.




#. 죽기 전에 가봐야 할 페루(Peru) - 볼리비아(Bolivia)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Cargo restricted : 승객들 이외에도 수송해야 하는 짐이 이미 많이 승객을 받지 못하는 상황.


*치차모라다(chicha morada) : 치차 (스페인어: chicha)는 남아메리카에서 발효된 모든 종류의 음료수를 부르는 말이다. 이 중, 치차 모라다(morada-보라)는 잉카시대 때부터 마시던 전통적인 진한 보랏빛 음료이다. 만드는 방법은 몰드 와인과 비슷하며 주재료가 와인 대신 옥수수즙이라는 것에만 차이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승무원이 추천하는 ‘두바이 필수 관광코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