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ubless Aug 02. 2019

03-2. 비행 말고 여행 : 페루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쿠스코(Cusco)

  앞서 설명한 바가 있지만, 직장인의 신분으로 휴가를 내어 남미 여행을 하겠다는 우리는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구석구석 여유롭게 보지 못해서 아쉬울지라도, 중요한 부분은 꼭 볼 수 있도록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아껴서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발목을 하루 더 묵어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내가 사랑에 빠진 도시 쿠스코(Cusco)이다.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본 계획대로라면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우리는 ‘코파카바나’라는 도시에 내려 하루를 묵었어야 했다. 창문을 열면 알파카 떼들이 유유히 걸어 다니는 유명한 호스텔의 영상을 보며, 귀여운 알파카들과 사직을 찍으며 놀 생각에 많은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 발을 하루 더 쿠스코에 묶어둔 아르마스 광장의 아름다운 야경

하지만 마추픽추에서 돌아오는 길, 광장의 시계탑 뒤로 펼쳐진 까만 하늘 배경 위에 촘촘하게 켜진 불빛들은 마치 하늘을 수놓은 은하수를 연상시켰다. 고산지대를 타고 하늘까지 이어질 것처럼 자리한 가옥들이 뿜어내는 불빛들이 만들어낸 로맨틱한 야경을 보면서 적어도 하루는 이곳에 더 머물고 싶다고... 아니, 그래야만 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대성당

쿠스코는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사랑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참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이번 여행이 끝나고 정리해 보기를, 볼리비아는 ‘인생에서 꼭 한번은 가봐야 할 도시, 그러나 두 번은 차마 엄두가 나지 않는 도시’라고 한다면, 쿠스코는 ‘4번의 경유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 되어 주었다. 물론 쿠스코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있다. 개인적으로 엄선한 장소 위주로 하루 일정을 소개하자면,


9:00  광장에 위치한 스타벅스 방문.

스타벅스-쿠스코지점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세월이 느껴지는 고즈넉한 게스트 하우스 골목 안쪽으로 위치한 스타벅스는 그야말로 특유의 페루 감성을 담고 있는 인생 샷 맛집이라는 것. 두 번째, 전 세계 맥도날드에 가면 그 나라 시그니쳐(signature) 메뉴를 판매하듯 쿠스코의 스타벅스에도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 음료가 있기 때문이다. 특별 음료는 두 가지. 루쿠마(Lucuma) 프라푸치노 그리고 치리모야(Chirimoya) 프라푸치노이다.


먼저, 루쿠마는 최근 유럽에서 슈퍼푸드(Super food)로 주목받고 있는 페루의 토착 과일이다. ‘잉카의 황금’이라고도 칭하는 이 과일은 항산화제, 식이섬유, 비타민B가 풍부하여 빠른 상처 회복을 돕고 피부 노화와 심혈관질환을 방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루쿠마 프라푸치노의 맛은 바밤바 아이스크림에 카라멜을 섞어놓은 맛!!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루쿠마 프라푸치노는 한 입 빨아올리는 순간, 활기찬 하루는 보장될 것만 같은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치리모야 역시 남미에서 즐겨먹는 과일의 이름이다. ‘차가운 과실’이라는 뜻을 지닌 치리모야는 단단하고 떫을 것 같은 겉모습과 달리 안은 하얗고 부드러워 ‘커스터드 애플(Custard apple)’이라고 불린다. 달콤하면서도 상큼해 요플레를 연상시키는 이 과일은 두리안, 망고스틴과 함께 ‘세계 3대 미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맛보지 않으면 섭섭한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특별 음료인 만큼 두 가지 음료가 사시사철 메뉴판에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자료들을 보며 시기를 짐작해보건대 치리모야 프라푸치노는 보통 하순이 지난 후에 판매되는 것으로 보인다. 혹, 나와 같이 시기를 잘 못 맞추어 가서 치리모야 특별 음료를 맛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면 잠시 뒤 방문할 산 페드로(San pedro) 시장에서 과일 자체를 사서 먹어볼 수 있다.


10:00 12각돌 모퉁이에서 전통의상 체험해보기

12각돌 근처 모퉁이

쿠스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 12각돌(Twelve angled stone)은 한치의 오차 없이 모서리와 모서리를 이어가고 있는 커다란 돌들 사이에서 큰 돌 하나가 12개의 모서리를 지니고 돌 사이에 맞물려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틈새 없이 쌓아져 있는 돌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어떤 테트리스 천재도 감히 대적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쯤에서 등장하는 *Jennifer의 Tip!! 12각돌을 뒤로 등진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모퉁이에 작은 기념품 가게가 있다. 물론, 손님을 더 끌기 위한 일종의 ‘호객 이벤트’겠지만 무료로 전통의상 체험이 가능하다는 사실!! 친절하게 알파카 인형과 옷을 협찬해준 상점에서 센스 있게 작은 기념품을 사주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11:00 지역 시장 산 페드로(San pedro)로 이동

쿠스코 곳곳에는 지역 시장이 주중, 주말 스케줄에 따라 수시로 열린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산 페드로 시장!! 가장 큰 규모인 페드로 시장에는 각 종 기념품뿐만 아니라 생필품, 신선한 과일과 채소 그리고 먹거리까지 찾아볼 수 있다. 앞서 말했던 성계 투어에 포함된 친체로에 갈 계획이 없다면 이곳에서 기념품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과하지 않은 흥정은 필수이다. 특히 알파카 제품이나 망토류는 실의 짜임새나 크기, 디자인, 알파카 털의 질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니 많은 상점을 돌아보며 대략적인 시장 가격을 파악한 후에 사도록 하자.


- 기념품

내 경우 중간 퀄리티의 망토 35솔, 알파카 연필 10개 세트 15솔, 알파카 인형(소) 중간 퀄리티 25솔에 구입했다.(2019.05 기준)

볼리비아와 마추픽추에서 찍을 사진을 목적으로 사는 망토라면 굳이 좋은 퀄리티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질 보다는 특이한 디자인이나 색감이 화려한 것을 고르는 편이 사진에선 훨씬 예쁘게 나온다. 알파카 인형의 경우, 털의 퀄리티가 천지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최대한 많이 만져보고 사는 것을 추천한다. 어린 알파카의 털로 만든 고품질 인형의 경우, 당신은 손을 얹자마자 예상치 못한 극강의 부드러움에 당혹스러워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

페루 특유 감성이 담긴 기념품


- 먹거리 

시장의 뒷 쪽으로 돌아가면, 우리나라의 포장마차 골목을 연상케 하는 먹거리 상점이 줄지어 있다. 페루의 대표 음식인 소고기 볶음(로모 살타도 Lomo saltado), 날 생선 샐러드(세비체 Ceviche)부터 페루식 닭 국수(깔도 데 갈리아나 Caldo de galliana), 샌드위치, 남미 과일을 이용한 과일주스 등 까지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매우 광범위하다. 간혹 우리나라 장터에서 엿가락을 치던 엿장수와 같이 이 곳 장터에서도 페루 음악을 틀고 묘기를 부리거나 춤을 추는 춤꾼의 모습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

페드로 시장 (먹거리 코너)
이 곳에서 Jennifer가 추천하는 맛집 : 이유는 친절한 아주머니, 깨끗한 기름 그리고 매우 맛있다는 것.

페루 대표 음식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로모살타도는 페루의 전통요리로 로모(Lomo)는 스페인어로 고기의 허릿살 부분(Loin)을 뜻하는 말이고, 살타도(saltado)는 기름에 볶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소고기 볶음이다. 고기를 기름에 볶는 요리 방법은 중국 이민자들의 음식 문화(치파 Chipa)에서 많이 영향을 받았다. 서구 열강의 기나긴 식민지배 그리고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중국, 서아프리카 등지와 같은 많은 지역의 이주민들이 들여온 식문화와 남미 고유의 식재료가 만나 완성된 음식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페루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로모살타도는 단순히 맛있어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음식이 아닌, 페루의 역사와 정서가 담긴 국민 요리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음식은 우리나라의 회무침과 비슷한 세비체. 세비체의 어원에 대해서는 페르시아의 요리 시크바즈, 아랍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접근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생선 스튜’, ‘신 음식’이라는 뜻을 의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회무침과의 큰 차이점이라면 회를 레몬과 같은 강한 산에 절여서 '익혀' 먹는다고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절임’ 방식과 흡사하다.


14:00 후식 타임

도나도니의 도넛, 산페드로 시장 맞은 편의 팝콘

산 페드로 시장에서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겠지만, 아직 배가 부르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쿠스코에서 맛보지 않으면 섭섭할 후식 타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쿠스코 길거리에는 유독 군것질 거리가 참 많다. 스페인식 만두 엠빠나다(Empanada), 꼬치구이, 각종 케이크까지!! 하지만 이 중에서 딱 두 가지만큼은 절대 지나치지 말라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하나는 산 페드로 시장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팝콘. 치차모라다 가루를 넣어서인지 보랏빛 분홍색을 덧입은 팝콘은 그야말로 한 번 손대면 멈출 수 없는 단짠의 향연인 것이다. 두 번째는 시장에서 아르마스 광장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작은 가게 ‘도니도나(Dona Donny)’에서 파는 꽈배기 맛의 츄로스이다. 바삭하고 쫀득한 츄로스 안에 채워져 있는 달달한 필링은 고소한 츄로스의 맛을 한껏 끌어올려준다.


15:00 L’atelier Cafe concept 가는 길

/산 블라스 조망지점(San Blas View Point)

san blas view point

해발 360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쿠스코인만큼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 지점은 꽤나 많다. 그중 하나를 추천하자면 산 블라스 뷰 포인트.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으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페루의 저녁 야경을 한껏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san blas view point
San blas view point 가는 길, 골목

산 블라스 지점에서 왼쪽을 따라 푸키무쿠(Pukamuqu) 산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은 그야말로 찍는 그대로 휴대폰 배경화면이 되어 줄 것이다. 골목 구석구석에 쿠스코 감성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작은 식당, 카페부터 저녁에는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해주는 펍(Pub)/바(bar), 라틴댄스 교습소까지 당신의 발길을 끌어당길만한 매력적인 장소들이 꽤 많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음을 아쉬워하며 ‘꼭 다시 와서 이곳만은 들러야지’라는 마음으로 찍어둔 간판 사진만 몇 장인지 모르겠다.

L’atelier Cafe concept 에서 바라본 골목 전경

그중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카페 하나를 추천하고자 한다. L’atelier Cafe concept이라는 카페. 이 곳의 1층은 옷과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으며, 2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곳의 하이라이트는 2층에 골목 방향으로 뚫린 큰 창문. 그곳에 앉아 뒤태를 사진에 담아보자. 골목을 운치 있게 밝혀주는 불빛이 특유 남미 감성에 로맨틱함까지 더해준다.


17:00 푸카무쿠(Pukamuqu) 산 조망 지점

pukamuqu view point 가는 길.

브라질, 리우(Rio)의 랜드마크(Landmark)가 구세주 그리스도 상이라면, 쿠스코에는 하얀 예수상(크리스토 블랑코 Christo Blanco)이 있다. 언덕에 가까운 푸카무쿠 산 꼭대기 조망 지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이 곳의 조망 지점은 꽤 높이가 있어 앞서 설명한 별빛처럼 불 밝혀진 아름다운 쿠스코 시내 전경을 발아래 두고 구경할 수 있다.


20:00 저녁 (PER.UK)

PER.UK 저녁식사

이곳은 맛집 중에서도 나름 비싼 고급 레스토랑.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작은 식당들도 많지만, 하루쯤 고산병을 이겨내며 열심히 걸어준 나 자신을 대접해주고 싶다면 이 곳을 추천한다. 맛도 맛이지만, 고급 식당답게 서비스도 최고급으로 제공된다. 페루 물가를 생각하면 매우 비싸다는 것이 단점. 하지만 가격이 부담된다면 쿠스코 어디든 가도 좋을 것이다. 솔직히 웬만한 페루 식당은 모두 맛집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집 발견에 실패하는 것이 더 신기할 정도랄까? 페루의 수도 ‘리마’의 경우,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식당이 넘쳐나 ‘미식의 도시’로 불리고 있을 정도라니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대체 누가 그랬는가.. 고산병에 치이고, 먹을 만한 것이 없어서 여행이 끝날 쯤엔 살이 빠져있을 것이라고... 살이 5kg 이상 쪄오지 않으면 다행이다.




#. 죽기 전에 가봐야 할 페루(Peru) - 볼리비아(Bolivia)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다음 편은 마추픽추 이외에 쿠스코에서 꼭 다녀와야 할 명소 편!!

물론, 탄성 절로 나오는 인생 샷 스폿이라는 사실!!





* 여기서 고산병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 투척하는 Jennifer’s Tip!!! 고산병은 근육통, 두통, 구토 등 다양한 형태로 찾아온다. 고산병이 심한 경우, 페루의 약국에서 손쉽게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소로체필(Soroche pill)이라는 약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심한 것이 아니라면 시장이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마른 코카잎을 사서 씹거나 슈퍼에서 파는 코카잎 차 티백을 사서 수시로 우려먹는 방법이 있다. 개인적으로 코카잎을 씹어먹는 것은 웬만큼 혀가 둔한 사람이 아닌 이상 추천하고 싶지 않다. 매우 쓰고 떫은 맛이라 씹는 순간, ‘이 코카잎이 너무 쓰고 맛이 없어서 순간적으로 고산병을 잊게 하는 원리인 건가’라는 생각도 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코카 민트 차를 수시로 마시면서, 너무 힘들 때만 약을 복용했다. 그리고 고산병을 악화시키지 않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천천히 움직이기이다. 최대한 걸어 다니고 움직임을 느리게 하여 산소공급에 있어서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03-1. 비행 말고 여행 : 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