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편, 코로나가 있어도 비행 다니는 승무원 이야기
나는 비행하는 승무원이다. 우리는 로스터라고 불리는 스케줄에 의해 근무를 한다. 코로나(Corona)-19 바이러스가 세계를 잡아먹을 것처럼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고 있는 이 와중에도 우리는 비행기를 타며, 적게는 300-600명의 승객들을 응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 회사가 마스크를 쓰고 비행을 할 수 있는 비행지는 홍콩, 중국, 한국, 이탈리아.. 사실 전 세계로 가는 커넥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수 국가에서만 마스크를 쓸 수 있다는 현실은 심적으로 부담을 갖게 한다. 어제 홍콩을 다녀온 손님을 난 호주 가는 비행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응대해야 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회사의 방침인 이상 손을 자주 씻고, 나를 향해 기침하는 손님이 없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매일 아침 뉴스에서 오늘은 확진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시도 때도 없는 속보로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판국이지만 아직도 기내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타는 승객들이 90퍼센트이다. 그리고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로 코를 풀고 그 휴지를 버려달라고 내 손에 쥐어준다. 대화 도중 재채기를 하고 기침을 하면서도 전혀 눈치 보지 않는 어르신분들도 참 많다. 심지어 더 심각한 현실은 레이오버를 가보면, 되려 마스크를 쓴 나를 피하며 나에게 도리어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맞닥뜨린다.
국가 상황에 따라 수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더 부끄러워해야 할 시국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음으로 불확실한 당신의 바이러스는 세상에 나가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고 때론 뜻하지 않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적어도 대화 도중 터져 나오는 기침과 재채기엔 고개를 돌리거나 옷으로 막는 기본적인 매너 정도는 서로 지켰으면 좋겠다.
우리는 승무원이다. 마스크도 장갑도 없이 코로나와 정면으로 싸우고 있다. 일(Duty)가 없는 날이면 면역력을 강화시켜준다는 홍삼부터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고, 빡빡한 스케줄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잘 쉬어 몸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써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노력을 한다.
지구 한쪽에서는 그저 감기와 같은 것이라 별거 아니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감기가 걸려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직장에 나와 콜록거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매일마다 쭉쭉 올라가는 큰 숫자에 놀라고 당황해 불안과 공포 속에서 이 난리가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을 숨죽여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의 가치관은 다르다. 코로나보다 훨씬 무서운 말라리아나 다른 병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는 심각하다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서로를 배려하는 움직임은 있었으면 좋겠다. 입도 가리지 않고 기침을 하면서 나는 절대적으로 깨끗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않아도 큰 배려일 것이다.
이 시간에도 많은 서비스직과 교육직을 비롯한 많은 직장인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패막이도 없이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부디 각각 처해진 상황 안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몸을 챙기고 보살피면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아니 전 세계의 모두가 하루빨리 코로나로부터 무사 안녕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