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비행을 여행처럼 : 뉴욕(New York)
고층 빌딩들 사이로 바쁘게 걷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곁을 지나는 노란 택시.
그렇다. 고전 영화 ‘티파니의 아침’ 부터 ‘비긴어게인’, ‘어거스트러쉬’, ‘섹스 앤 더 시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많은 영화와 미드의 배경이 되어온 뉴욕이다.
우리 항공사의 경우 뉴왁(Newark)공항과 존F케네디(John F Kennedy)공항을 취항한다. 두 비행 모두 대략 14시간 정도가 걸리는 비행으로 24시간부터 31시간이 보통 체류시간이며, 한시적으로 42시간 체류 layover가 있다. 사실 긴 비행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체류시간이기에 막상 어떤 이들에겐 꼭 한번 가고 싶은 여행지로써 선망의 대상인 뉴욕이지만 정작 도착하면 호텔에서 잠만 자고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짧은 여행지에서 나름 뿌듯하게 보내고 돌아가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누구나 보고 들으면 놀랄 정도로 득템인 쇼핑을 하거나, 한가지 테마를 잡아 집중하는 것. 뉴욕은 쇼핑하기에도 좋지만 어딜가나 아울렛이 있는 미국이기에 나는 뉴욕에 오면 무언가 한가지 계획을 세우고 호텔침대 밖으로 나를 밀어낸다.
이번 테마는 브로드웨이 쇼(Broadway Show) 관람.브로드웨이는 미국 뉴욕주 슬리피홀로에서 시작되어 뉴욕 맨해튼 남쪽 끝까지 이어지는 거리와 그 근처 지역을 뜻하는 지명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각종 연극과 공연으로 제일 번화한 타임스 스퀘어 근처 부근 지역을 일컫고 있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규모와 내용에 따라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 오프오프브로드웨이(Off-Off-Broadway) 3가지로 나뉜다. 브로드웨이 연극이 되는 기준은 상업성과 500석이상의 좌석확보이며, 후자로 갈수록 규모가 작아지며, 보다 실험적이고 과감한 내용을 다룬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널리 알려진 그 명성만큼 티켓값도 만만치 않기로 알려져있다. 보통 중간 자리가 세금 포함하면 150-200달러 정도.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하다면 같은 공연을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1) TKTS
TKTS는 1973년 처음 세워지고 연극발전기금으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브로드웨이의 티켓부스(Ticket booth)로, 직접 가서 줄을 서서 사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당일 공연을 30~50%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티켓부스는 총 3군데이며, 타임스퀘어의 대표적인 포토스팟(Photo spot)인 ‘빨간 계단’ 아래에 하나가 있다. Tkts는 전광판 실상황이 인터넷으로도 확인되지만 어플도 있어 어떤 공연들이 있는지 미리 살펴봐도 좋다.
전광판 : https://www.tdf.org/nyc/81/TKTS-Live
2) Rush ticket,
Rush ticket은 매표소 오픈(대개 오전 10시)과 함께 당일 한정수량을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티켓이다. 당일 저녁공연의 환불표나 좌석이 안좋아 팔리지 않는 자리이기 때문에 대개 좌석의 질은 떨어지지만, 최대 5분의 1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아래의 playbill 사이트에 들어가면 요즘 러쉬 티켓이 어느 공연에서 언제 진행되고 있는지나 러쉬 티켓 이후에 이뤄지는 스탠딩석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3) Lottery
Lottery는 공연시작 2시간전에 현장에서 이름을 써낸 응모권을 매표소에 내면 공연 30분전 추첨을 통해 당일 잔여 좌석을 할인 판매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 시간에 맞춰 들어가서 신청한 다음,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 아닌가?!!! 공연을 보고 싶은데 가격이 조금 부담되거나, 공연을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 무엇을 할 지 모르겠을 때, 당신의 운을 시험해 보자!!
https://lottery.broadwaydirect.com
4) NYC Broadway Week (2-for-1 tickets)
뉴욕 브로드웨이위크는 1년에 두 번 정도, 정해진 기간동안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중 이벤트에 참여한 공연들에 한해 티켓 1장가격으로 2장을 살 수 있는 이벤트이다. 주로 1월과 9월에 이루어진다. 명절 열차 예매에 늘 성공해왔다던지, 광클릭에 자신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프로모션 코드에 BWAYWK를 넣으면 할인금액이 나오고, 좌석코드 또한 적은 금액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자세한 일정이나 내용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 여기 저기를 둘러보면 시티패스(city pass)를 가진 사람에 대한 할인, 브로드웨이 위크 공연 팁 등 유용한 정보들을 찾을 수 있다.
https://www.nycgo.com/broadway-week
https://www.nycgo.com/things-to-do/tours-in-nyc/attraction-passes
이밖에도 브로드웨이 공연 예매에 관한 사이트는 넘쳐난다.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Ohshow’, ‘Tamice’, ‘Ticketmaster’ 등이 있으며, 발품을 팔아 공연 가격 낮추기가 불가한 상황일 땐, 각 사이트 할인율을 비교해 예매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호텔콕을 예정으로 갔다가 급하게 정하게 된 계획이라 어떤 공연을 보던 상관이 없었던 나는, tkts 부스로 갔다. 제일 빨리 상영하는 공연들에 대해 물어보던 중 오페라의 유령을, 그것도 앞에서 5번째 줄에 위치한 자리를 약 85달러 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다. 크-~~ 비행지에서의 이런 갑작스러운 행운은 늘 날 기쁘게 한다.
글을 마치기 전 짤막하게 공연 감상평을 남기자면, 3옥타브를 넘나드는 노래가 노래인지라 배우들의 노래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또한 영화로 한 번 보았던 터라 내용 또한 전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남들 웃을 때 나도 웃을 수 있는 정도. 덧붙여, 장면에 따라 배우들이 크게는 3차례 정도 옷을 갈아입는데 옷이며, 소품의 디테일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 공연에서 손꼽는 눈 요깃거리라고나 할까? 아쉬운 점이라면 공연장이 생각보다 작고, 좌석간 간격이 좁아 조금은 불편했다. 듣기로는 무대나 시설, 효과 면에서는 라이온킹과 알라딘이 최고봉이라 들었다. 워낙 상업적으로 흥한 공연이니 뭐 당연한 것일지도... 다음엔 그 유명하다는 알라딘도 보고, 작품성이 있어 알아준다는 킨키부츠도 봐야지!!!!
결론적으로 이번 뉴욕 비행은 대성공이다. 적어도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현재 30시간 넘게 깨어있는 것도 잊어버렸으니 말이다. 늘 시간을 봐가며 재촉하던 걸음에서 떠나 진득하게 앉아 본 고퀄리티의 공연을 통한 여유는 바쁜 24시간 뉴욕 체류기에서 마치 여행 온 것과 같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