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Jju그레의 요르단(Jordan) 여행기
페트라에서 와디럼 캠핑장까지는 약 2시간 반 정도 거리. Wadi rum 캠핑장 역시 페트라와 함께 드라마 ‘미생’ 마지막 편에 나온 촬영지 중 하나로, 붉은 사막 가운데 기암괴석이 마치 대자연의 위엄을 뽐내기라도 하듯 거대하게 펼쳐져 있는 곳이다. 해가 지기 전 도착을 목표한 우리였지만, 중간 중간 보이는 경치에 눈이 팔려 멈추다 서다를 반복하다보니 저녁이 되어서야 캠핑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입구까지 우릴 데리러 온 가이드의 지프차를 타고 들어가니, 다들 모닥불 앞에 앉아 저녁이 준비되는 동안 서로 어디서 왔는지, 어쩌다 요르단에 오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예기치 않은 인연을 만드는 것. 이 또한 여행이 주는 즐거움!!
와디럼 캠핑은 투어를 함께 패키지로 묶어 제공한다. 숙소 종류와 투어 시간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 숙소는 텐트형과 버블형이 있는데, 여기서 버블형은 인스타뽐뿌형 사진에서 봤을 법한 비닐이글루의 형태로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로맨틱한 분위기의 숙소이다. 우리에게 그런 로맨틱함은 사치라고 생각한 우리는 텐트형 숙소에 반나절 투어로 예약했다.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랑 와디럼 투어만 다시 와야지!!
한강에서 보이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텐트에 침낭 정도만 던져줄 줄 알았던 텐트형 숙소는 몽골의 게르와 비슷한 재질로 만들어져 바람을 막아줄 튼튼한 벽과 천장이 있으며, 심지어 침대가 떡하니 2개나 있는, 겉모양만 텐트인 방이였다. 사막이라고 너무 기대를 안한건가? 전등에 충전 가능한 콘센트까지 있는 걸 보고 행복한 충격에 우린 잠시 말을 잃었다.
우리처럼 분위기에 취해 잠이 잘 오지 않는 사람 몇몇이 모닥불 주위로 모여들었다. 화려한 스와로브스키 장식이 수놓아진 드레스를 보는 것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벌렁 누워버렸다. 귓가엔 자작자작-톡 하는 모닥불 타는 소리가, 코끝엔 상쾌한 새벽공기 같은 바람이 닿았다. 우리는 그렇게 누워 피곤한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하늘을 한참동안 올려다 보았다.
사실 우리가 준비한 오늘 밤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중동 국가답게 술을 찾기 쉽지 않은 요르단에서의 별이 빛나는 밤인, 오늘을 위해 화이트 와인을 챙겨온 것이다. 병이 보이지 않게 꽁꽁 숨겨서 다녔던 화이트 와인이 빛을 발할 시간이다. 우리의 개인 텐트로 올라가는 언덕의 중간 쯤에 와인이 담긴 종이컵을 들고 걸쳐 앉았다. 여행 중 힘은 들지 않았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사실 누군가와 여행을 함께 한다는 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내가 모르는 수고를 했을 상대방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시간은 여행에서 참 소중하다.
짧은 우리 여행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실제로 비행하는 삶에서 떠나온 건 2박 3일인데, 워낙 부지런히 이곳 저곳을 다녀서인지 체감 상으론 1주일이 지난 것만 같다. 서둘러 짐을 챙겨 투어를 시작했다.
와디 럼(Wadi Rum)은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남쪽에 위치한 사막지대이며. 700평방킬로미터가 넘는 야생 자연으로, 수천 년 동안의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낸 신의 선물인 셈이다.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사암과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들은 최고 1730m까지 솟아 있어 '달의 계곡'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지프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기괴한 형태의 암석산들이 보여주는 장관 덕에 내가 꼭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왠지 어린왕자가 어딘 가에서 나와 “안녕?”이라고 말을 걸어도 딱히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다녀와서 찾아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더러 있었나보다. 영화 '혹성탈출' '프로메테우스' '화성인' 등 할리우드 SF 영화들의 단골 촬영지였다. 맷 데이먼 주연의 마션 또한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가이드는 멋드러진 풍경들 사이를 요리 조리 달려 몇 가지 뷰 포인트에서 우리를 내려주고 사진 찍는 시간을 주었다. 우리가 들른 뷰 포인트는 붉은 사막의 경계가 보이는 Send dune point, 암석 안쪽에서 물이 흐르는 Lawrence spring, 암석이 만든 다리 Little bridge, Um Fruth rock bridge, 고운 붉은 모래산 Red sand dune, 사막 가운데 생겨난 협곡 Abu Khashaba canyon 정도 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일 어디론가로 떠나고 있음에도 난 여행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에게 몇 시간이 주어졌는지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고, 비행 전 잠깐이라도 눈을 감고 있을 시간을 고려해 발걸음을 재촉해 호텔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여행다운 여행 말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National Geograpic 채널을 가장 좋아하는 나로선 손꼽히는 인생 여행지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설명할 수 없이 광활한 자연으로부터 아주 큰 에너지를 받은 기분이다.
짤막한 여행으로 숨을 쉬었으니, 비행을 하고 있는 회사원 Jju그레도 이제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갈 시간이다.
마션의 아스키 테이블(Ascii table) 코드명
: 46 4C 49 47 48 54 (F.L.I.G.H.T)
자, 난 다시 비행을 하러 떠난다. 오바.
와디럼(Wadi rum) 투어는 Google에서 ‘Wadi rum’ 으로 검색해보길 추천한다. 각 사이트마다 가격도 조금씩 다를 뿐더러 캠프베이스의 시설도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사진이 올라와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