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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씨 Aug 15. 2020

낯선 이에게 길 묻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묻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낯선 이에게 길을 묻는다는 건



- 포지타노 Positano 가는 버스가 맞나요?


     

줄 서 있는 여자 아이에게 물었다. 그녀는 본인도 포지타노에 간다고 했다. 승차가 시작됐고, 나도 자리를 잡았다. 한 오 분 가량 버스가 달렸을까. 앞에 앉은 청년이 뒤를 돌아서는 길을 물었다.     



- 이 버스, 포지타노 가는 버스 맞나요?     



눈을 껌벅껌벅 거리며 막 대답을 하려는 찰나, 옆에 앉은 여자 친구가 끼어들었다.   

  

- 내가 아까 포지타노 가는 버스라고 말해줬는데... 이 분께 물어보면 어떡해      


어이없는 상황에 우린 웃었다. 길을 물었던 사람에게 다시 길을 묻다니,


- 나, 너 믿고 탔는데, 믿어도 되니?


우리 겸연쩍어서 또 웃었다.  다행히 그 버스는 포지타노행 버스가 맞았다.





  버스 티켓 어디서 구매하니?    




포지타노에서 서둘러 나폴리로 가야 했다. 그날은 피렌체로 이동하는 날이었고, 열차 시간 내 도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점심도 못 먹었지만.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낯선 자극에 둘러싸여서일까, 참 빠르다. 그렇게 버스 정거장에 가까스로 도착했고, 또다시 물었다. 버스 도착 예정 시간과 버스 티켓을 구매하는 장소를. 이탈리아에서는 버스 티켓을 버스 탑승 전에 미리 구매해야 한다. 중국 남자아이였고, 관광객이었다.  


    -곧 버스는 도착하고, 버스비는 버스 타서 결제하려고     


그렇게 현지인도 아닌, 관광객 말만 믿고 티켓을 구매하지 않은 채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도착했다. 승객들이 한 명씩 버스에 올랐다. 그 중국 남자아이도 올랐다. 근데 곧 다시 내려왔다. 그리곤 한 마디를 던졌다. 당혹한 기색 없이  시크하게

      

- 티켓을 사야 한대.


그는 티켓을 사러 갔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면 이 버스를 놓치면, 피렌체 열차도 놓칠 게 자명했기 때문이었다. 설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겸손하고 다급한(?) 모드로 버스 기사님께 상황을 설명했다. 버스 기사님은 감사하게도 자리를 잡으라고 했다. 친구는 내게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피렌체 열차를 놓쳤다. 암튼     




여행과 질문





여행을 하다 보면, 질문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아무래도 낯선 문화권이다 보니, 한국에서라면 직관적으로 아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상황이 많으니까. 가령, 식당에선 앞에 놓인 정체불명의 액체가 소스인지 수프인지를 또 먹는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야 한다. (한 번은 수프로 착각하고, 숟가락으로 먹는데 종업원이 다가와서 말했다. "고객님, 소스" ) 당연히 길 찾기도 포함된다. 때론 지도 앱이 제 기능을 못할 때도 있으니까.     



그렇게 물으면 참 여러 반응을 만날 수 있다. 외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아예 대화를 하는 분도 있고, 이와 다르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어주는 분도 있다. 손가락 하나로, 단어 하나로, 원하는 바를 정확히 포착해 알려주는 분이 있고, 잘 모르면서 추측으로 알려주는 분고,  잘 아는 분 같은데, 설명이 명확하지 않은 분도 있고, 모른다고 미안해하는 분고, 대화의 물꼬려고 하는 분도 있고... 그리고 그렇게 여러 번 묻고,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나는 알아봐 주려고 수고해주는 낯선 사람이 참 고맙다는 것을, 또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참 고맙게 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질문은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하는 게 아니라,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해야 한다는 것. 가끔 질문의 답을 인터넷에 의존하는 데, 엄밀히 따지면 인터넷이 아닌, 전문가에게 물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 찾은 엄한 정보 때문에 애 먹는 경우가 간혹 있는 걸 보면, 아는 것과 또 행하는 건 또 별개인 것이다.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나는

        


고속버스터미널이었다. 지하철 타고 어서 집에 가야지, 했다. 서양 여행객 두 명이 길을 물었다. 그들이 가려고 하는 곳은 고깃집이었다. 여행 중, 길을 꽤 잃었던 나는 그들에게 도움이 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멈췄다. 그리고 가는 길을 검색하는데, 지하철 내부라 그런지 꽤 복잡했다. 아래는 에스컬레이터, 위로는 계단이 놓인 역사 안이었다. 검색 결과  복잡했다. 살펴봤다.  한참을 살펴보니, 개찰구 나오기 전 출구 번호를 확인한 후 식당을 찾았어야 하는데, 엄한 개찰구에서 갈 수 없는 경로를 설명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만난 기분이었다. 우선, 지하철역을 나가서 다시 검색을 해야 하나, 아니면 지하철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출구를 제대로 찾아줘야 하나, 지하철 직원들이 늘 상주하고 있는 건 아니던데, 확신이 없는 내가 그들 곁에 계속 있는 게 나을까, 아니면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는 게 나을까, 하다가 끝내 실질적인 도움은 못주고, 집으로 향했다. 여행 중, 길을 묻는 나를 목적지까지 안내해준 분들이 다시 한번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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