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관계는 50과 50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60대 40도 괜찮다. 하지만 1대 99는 절대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없다. 1대 99는 기부할 때, 또는 착취할 때 가능한 비율 아닐까, 나는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
고시 뒷바라지했더니, 남자 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더라, 는 말이 대표적이다. 사람은 잘 되면 자신의 지질함을 기억하는 사람의 존재가 불편해진다. 물론 바람직한 사람은 희생의 고귀한 가치를 감사하게 여기고, 더 잘해주려고 할 것이다.
힘들 때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찐이니까.
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고시준비생일 때의 나와 고시 합격생의 나는 더 이상 같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삐걱거림이 생긴다. 여자는 내가 이렇게 희생했는데, 하는 마음이 커지는데 남자는 더 근사한 것들을 마주할 기회가 많아진다. 심지어 그녀들에게선 마음의 부채도 없다. 둘은 기대하는 바가 달라지게 되고, 점점 간극이 넓어지면서, 결국 파국으로...... 일방이 퍼주는 관계는 연인 사이에서 최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호구가 되겠습니다, 라는 표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영수는 99를 주는 사람을 자처했다. 그 말에 정숙은 감동했다. 그리고 정숙은 진짜 마음의 1만 보여줬다. 상철과 정말 다른 온도차로 영수를 대했으니까. 영수는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 결과 “지는 공주, 나는 마당쇠”라는 불만이나온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1만 번 되풀이하면 진짜 이뤄진다, 는 말이 있다. 그리고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그런 내 입장에서 영수의 그 말이 관계를 망치는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왜냐면
영수는 진지하게 건강한 관계에 대해 고민해 봤을까.
1만 받고, 99를 준다는 말의 의미가 나는 호구의 연애를 하겠습니다, 마당쇠가 되겠습니다와 같은 말이라는 걸 알까, 모를까.
물음표를 그리게 했기 때문이다.
나의 첫 번째 싸함의 포인트다.
하지만 1만을 10,000으로 해석 하면 또 납득 가능하다.
10,000을 받고 99를 주는
하지만 누가 왜
ㅋㅋㅋㅋㅋ
“최장 연애 기간 1달, 마사지, 개불...... 그리고 문제의 조개구이집 ”
나는 솔로 화면 캡처
영수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건 친구가 없는 사람의 특징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고 싶다.
나는 솔로는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 자리다.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데, 영수의 매력 포인트는 여자가 1만 주면 99를 해줄게, 나는 화를 내지 않아, 로 대표되는 착함의 어필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어필 포인트가 약하다. 정숙 50억 자산가, 광수 미국 계리사, 옥순 미모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근데 착함의 어필은 현숙에게 먹힌다. 그런데 현숙은 영철의 착한 심성에만 매력을 느낀 건 아니다. 영철의 허벅지, 이혼 사유, 금융 회사 재직, 몸개그 등 다양한 부분에서 호감을 느꼈다.
암튼... 영수는 전반적으로 관심사가 빈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광수 여행, 운동, 요리, 직장 대화 거리가 풍부하다.그가 보내는 시간을 유추할 수 있는 소재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 영자가 바보로 착각할 만큼 활약을 보이지 않는데, 아주 잠깐 돈과 직장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부분에서 어나더 레벨의 멋짐을 뿜뿜한다. 고차원의 고민을 하는 뇌섹남의 매력이랄까. 영호 랩? ㅋㅋㅋㅋ 근데 영수는 없다.
정숙은 골프를 좋아하는데, 골프를 치지 않으니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곱창집을 운영하니까, 맛집이나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도 좋았을 텐데... 뭐, 편집된 부분만 본 입장에선 장 마사지, 진짜 마사지, 개불... 진짜 본인의 관심사만 상대방 배려 없이 오디오 비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배설하는 느낌이었다. 영식이라면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을 텐데... 갑분싸를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변명하는 게 정숙이 먼저 화장실 못 간 얘기를 꺼냈고 주제에 접근하는 심정으로 장 마사지 얘기를 하게 된 건데
그러니까 악마의 편집이라고 해명하는데 ㅋㅋㅋㅋ
영수는 그부분이 왜 논란이 되는 지도 잘 모르는 구나, 싶었다.
그냥 그 상황은 정숙씨 힘들겠다, 공감 한 마디면 충분하다.
좀 더 하고 싶다면
편의점에서 천원 짜리 유산균 음료 하나만 시크하게 건넸어도
정숙은 그렇게 인상을 구기지 않았을 거다.
어쩜 점수를 득점할 수도 있었을 거다.
광수처럼 자기소개를 할 때도 청자의 반응을 민감하게 캐치하는 것까진 아니어도
점심 먹기 전이라는 상황과
정숙의 리액션을 보고
TMI 멈춰야 했는데
그냥 할 얘기도 없는데, 할 얘기거리가 생겼으니 직진.
그러니까 상황 판단력이 의심되는 거다.
사실 식당 선정도 정말 센스 없음, 이 느껴졌는데 정숙에게 올인하기로 결정했다면, 정숙을 파악하는 노력 정도는 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노력이 있었을까 싶었다.
정숙은 명품을 사랑하는 여자다. 근사한 장소에 가서, 그녀의 취향을 맞추려는 노력 정도는 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웠다. 적어도 시원하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선정했으면 어땠을까 했다. 어떤 남자는 소개팅 전, 장르 다른 식당 3군데 선정해선 어디가 좋냐고 사전에 묻기도 한다. 근데 영수는 정말 순수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장소를 선정하곤, 상대방이 불편함을 표현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불편함을 해소할 생각은 하지 않고 먹는 일에만 집중...근데 그 상황에서 개불 얘기까지... 심지어 인터뷰에서 더 먹고 싶었다고 ㅋㅋㅋㅋㅋㅋ총체적난국이란 단어를 안 떠올릴 수 명장면이었다고 나는 말해보고 싶다.그러나 방송국은 출연자인 영수에게 참 못됐다, 최소한의 배려, 존중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방송 중
울면서 아들한테 전화하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다. 아들이 아빠 슬픈 목소리 들으면
아들 맘이 얼마나 안 좋을까,
내가 아닌 타인 입장을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방송국은 그 장면을 꼭 넣어야 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주저함 없이 말하겠다.
근데 타인과 교류 경험이 부족하니까
자기를 세상의 중심으로 두고,
자기 중심으로 판단하는 게 몸에 벤 느낌이었다.
배려를 못하는 것도
받은 게 없어서 같기도 하다.
반면 지적은 받은 경험이 다수니까
타인에게 지적 하는 거다.
못된 시어머니도 알고 보면 못된 시어머니의 피해자인 것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어렵다.
99의 애정을 상대에게 주려면 전제가 사랑 받은 경험이 풍부해야 하는 게 아닐까, 를 생각하게 했다.
“폐차”
영수는 정숙에게 운전 중인 차가 자신의 것이 아님을 밝힌다. 정숙은 당연히 궁금하다. 이유를 묻는다. 근데 영수는 자꾸 대답을 회피한다. 그러나 정숙은 재차 묻는다. 영수는 대답한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촬영 날, 사고가 나서 솔직하게 제작진에게 말하면 출연 기회를 놓치게 될까 봐, 폐차를 하고 참석하게 되었다고. 근데 나는 이 부분이 싸했다. 예전의 나는 다른 사람이 대답하기 곤란한 게 있으면 존중하자, 는 의미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예의라고 생각했다. 나도 대답하기 싫은 것이 있으니까. 근데 연인 관계이면서 더 관곌 발전시킬 생각이 있다면 그 피하려는 질문을 꼭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 되었다. 내가 만약 촬영장 가는 길에 차 사고가 났다면, 나는 굳이 숨기지 않을 거 같다.
“오는 길에 차사고가 났어요. 근데 나는 솔로 출연을 놓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렌트해서 왔어요. 절실함”이라고 웃으면서 담백하게 말했을 거 같다.
근데 왜 그는 그 얘기를 숨기려고 했을까. 차가 후져서 일까. 후진 차가 콤플렉스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건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