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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모아 Sep 07. 2024

[18화] 민우 이야기 - 깊어지는 갈등

<연재소설> 비밀의 부부

아파트 지하 차고에 주차하고 비상구 계단을 올라가는 데 진영이 목소리가 들렸다.


비상구 계단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는 우리 집 욕실이, 왼쪽으로는 테라스가 보인다. 비상구 입구가 이렇게 우리 벽에 붙어 있으니 계단을 다 올라가기도 전에 욕실에서 나는 물소리도, 테라스에서 하는 말소리도 다 들린다. 한마디로 우리 집은 사생활이 보장될 수 없는 집이다.


진영이가 누구와 얘기하는 걸까.


울타리 아래로 몸을 숨기고 안을 살펴보았다.


진영이가 테라스 야외 테이블에 고양이들과 함께 있다. 요새 통 안 보이던 윗집 흰둥이까지.


테이블에는 커다란 은색 쟁반이 있고, 그 위에는 성인 남자 장딴지만 한 연분홍색 덩어리가 담겨 있다.


진영이가 스테이크 칼로 분홍 덩어리에서 조각을 잘라 고양이들 그릇으로 옮긴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냄새만 맡고 혀로 조금 핥더니 이내 자리를 떠나버렸고, 흰둥이는 진영이 옆, 정확하게는 테이블 위 쟁반 앞에 앉아 있었는데 잡혀 있다고 해야 할 만한 모습이다. 하얀 하네스를 차고 파라솔 기둥에 단단히 묶여 있어서 테이블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영이는 츄르라는 액체 형태의 고양이 간식을 먹이에 조금씩 바른 후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 고양이들에게 가져다주었다. 


저 녀석들은 왜 문을 열어줘도 밖으로 안 나가고 집으로만 기어들어 가는 걸까. 고양이 세상에선 죽자 살자 밖으로만 도는 윗집 흰둥이가 이상한 걸까, 집구석만 맴도는 우리 집 녀석들이 이상한 걸까.


먹이 가지고 차별할 사람이 아닌데 흰둥이 앞에는 먹이 그릇을 놓아주지 않는다.


보아하니 큰 접시에 놓인 긴 덩어리를 통째로 흰둥이에게 먹이려는 것 같다. 외면하는 흰둥이를 계속 접시 앞에 강제로 끌어다 목덜미를 꽉 틀어쥐고 코가 덩어리에 닿도록 잡고 있다. 강제로라도 먹일 태세로. 흰둥이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칼집을 내어 츄르를 발라 다시 흰둥이에게 들이밀었다.


저러는 이유가 뭘까.


접시 위의 저 분홍색 덩어리가 뭔지 유심히 보았다.


일자로 뻗쳐진 가느다란 네 개의 다리, 앞다리와 몸통 사이에 봉긋 올라온 작은 머리통. 털가죽이 벗겨진 생토끼였다. 귀를 제외하고 눈알까지 그대로 있는, 갈라진 배 사이로 적갈색 내장까지 흘러나와 있는 토끼 고기. 내장이 그대로 달린 걸 보니 일반 마트에서 산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육점에 부탁해서 내장이 있는 걸 따로 주문한 것일 텐데.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쟁반에 흥건한 검붉은 피였다.


흰둥이가 토끼의 눈알을 핥기 시작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한 것이 좀 앉아야겠다.


나는 울타리에 기대어 잠시 숨을 돌렸다.


토끼도 닭이랑 다를 건 없다. 생선이랑 다를 것도 없다. 여기 마트 정육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기가 토끼 고기 아닌가.


머릿속에서 내내 별일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기분이 점점 더 이상해진다.


알고 싶지 않은 진영이의 속마음을 나도 모르게 들춰 본 느낌.


고양이들에게 생식을 주곤 하니 생 토끼고기를 주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닌데 왜 이렇게 기이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무래도 그건 내가 아는 진영이는 저렇게 통으로 된 토끼 고기를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생닭도 못 만져서 늘 절단된 부분 육만 사던 사람인데 일부러 내장까지 덜렁덜렁 달려 있는 토끼와 피까지 구해서 전시하듯 칼질을 하다니.


나는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울타리에 난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느새 커다란 도마로 옮겨진 토끼가 커다란 중식 칼 아래 잘리고 있었다.


내려친 칼 밑으로 토끼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고, 잘린 머리통은 민서기(분쇄기) 안으로 툭 던져졌다. 다음은 앞다리, 가슴, 적갈색 내장, 뒷다리, 마지막으로 피까지···


조각조각 잘린 토끼는 민서기에서 뼈째로 갈릴 것이다. 고양이 생식을 만들려는 의도임을 잘 알지만 실행하는 방식이, 그녀의 태도가 무척 낯설다.


그동안 작은 생선 대가리도 자르지 못해 쩔쩔매던 것은 다 쇼였나.


이 생경한 장면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그녀의 표정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편안한 모습.


잘 안다고 생각한 여자가 절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을 늘 해온 일인 양 능숙하게 하고 있다. 아주 편안하게.


내가 모르던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이 버겁다.


순간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든 진영이가 울타리 쪽을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고, 나는 지하 차고로 내려가는 비상계단으로 빠르게 도망쳤다. 딱히 도망칠 이유는 없지만 그녀가 하도 소리를 질러서 반사적으로 발이 뛰기 시작했다. 아직 유배달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으니 몸을 숨기는 편이 나은 선택이기도 했다.


지하 주차장의 개인 차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차고 문을 닫자 한 치 앞도 안 보였다. 핸드폰으로 불을 밝힌 후 차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조금 전에 본 진영이의 모습을 떠올리려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환영이 머리를 점령해 버렸다. 장인어른이 정신을 잃은 파주 깡패 새끼를 테이블에 눕히고 도끼를 쳐드는 모습.


내 무의식이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 건지, 왜 이런 것이 떠오르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수많은 의문으로 정신이 산란하다.


어차피 토막 내어 갈 걸 왜 통고기를 샀을까. 그것도 생전 안 사던 토끼를··· 흰둥이에게만 고기를 통째로 먹이려 한 이유는 뭘까.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네스까지 채우고 말이다.


나는 이 사실을 진영이에게 물어볼 수 있을까. 물어본다면 사실대로 대답하긴 할까.


나에겐 낯선 그 모습이 그녀의 보통인 것만 같아 머리가 복잡하다.


알고 싶은 만큼 알고 싶지 않다. 사람을 믿지 않는 내가 온전히 믿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내 마음 한중간에 서 있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여행사에 전화 걸었다. 진영이의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기 위해서다. 어쩌면 그녀와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수도 있겠다.


티켓을 취소하는 전화를 끊자마자 진영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초조해하는 그녀를 달랜 후, 15분쯤 지나 집으로 올라가야겠다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살풋 졸다 깼을 때 사위가 깜깜해서 잠시 어리둥절했다. 시계를 보니 15분쯤 흘러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차고 문을 열고 나갔다. 방금 누가 지나갔는지 주차장 실내 센서 등이 켜져 있었다.


몇 발자국 옮겼을 때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천천히 걷다가 멈추자 뒤에서 들리던 발걸음도 멈추었다. 익숙한 향이 코에 닿았다. 진영이 냄새다.


뒤를 돌아볼까 아니면 그냥 모른 척 갈까.


의심이 많은 진영이는 이제 내가 하는 말을 믿지 않을 것이고, 불안감은 더 심해질 것이다. 이 상태로는 내일 밤 비행기를 탈 수 없다. 이번 한국행은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거니와 갑자기 나도 꼭 떠나고 싶어졌다. 한국에 가서 유배달이 무슨 연유로 나에게 접근했는지 알아봐야 하고, 호시탐탐 집 안을 엿보는 변태를 피해 좋은 동네로 이사 가려면 집도 팔아야 하고, 나의 결혼생활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고 싶다.


이 복잡한 마음을 다 설명할 수는 없으니 그간에 있었던 모든 일을 내가 뒤집어쓰기로 했다.


진영이가 멈춰 선 나를 지나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가서도 진영이는 별말이 없었다. 나 역시 먼저 말을 꺼낼 마음은 없다. 어차피 변명하게 될 텐데, 구차하게 미리 구구절절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묻는 말에만 대답하자. 우선의 계획은 이랬다.


그녀가 다가왔다. 


질문을 쏟아내며 흥분할 줄 알았는데 진영이는 계속 내 옆에 말없이 서서 내 일거수일투족만 지켜보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먼저 입을 떼고 말았다. 욕실을 넘겨보던 사람도 나였고, 오늘처럼 집안을 들여다보던 사람도 나였다고. 예상대로 그녀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난 왜 네가 날 교묘하게 속이는 것만 같지?”


“맘대로 생각해.”


“또 이렇게 회피하는 거야?”


“어떤 말을 해도 안 믿을 거잖아.”


“어떤 말이라도 해. 더 열심히 설명하라고. 그럼 나도 믿어볼게.”


“너야말로 테라스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야?”


나의 물음에 진영이가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었다.


“왜 답을 못해?”


“너 먼저 대답해. 왜 거짓말했어?”


“못 본 척해주려고. 어쩌면 오늘 그 모습,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겠다 싶었거든.”


진영이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생각하지 말고 대답해. 있는 그대로. 흰둥이를 데리고 뭘 하고 있었는지 사실대로 말하라고, 다그치고 싶었다.


“애들한테 생식 먹이는 거 알잖아?”


“평소에 하던 방식이 아니잖아. 기괴해 보였어.”


“그냥 한번 해 봤어.”


태연한 그녀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그냥 해 봤다는 데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녀 스스로 설명이든 변명이든 하지 않는다면 내가 알 방법은 없다.


나는 대화를 포기하고 책상 앞에 앉아 원고를 펼쳤다.


“말하다 말고 뭐 하는 거야?”


“말할 의지가 없는 사람하고 무슨 말을 해?”


“이상해 보였겠지. 근데 이유가 있어서 한 거야.”


“그랬겠지.”


나는 건성으로 답하고 원고에 시선을 고정해 버렸다.


“이유는··· 지금 말하기 싫어.”


대꾸도 하기 싫어서 원고의 퇴고 작업을 시작했다. 진영이는 그렇게 한동안 내 옆에서 꼼짝도 않고 나를 지켜보았다. 이유를 말할 수 없다니 차라리 잘 되었다. 나 역시 그 핑계로 그녀를 이해시키기 위해 구구절절 말을 지어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듀끌로 씨 시체가 나가는 날, 경찰관이 고양이 때문에 사체에 손상이 심한 것 같다고 했어. 나도 왠지 흰둥이가 그랬을 것 같았어. 흰둥이가 밖에서 쥐랑 새를 잡아먹는 걸 자주 봤거든. 너도 그랬잖아. 적어도 3주 이상 굶은 녀석이 어떻게 살이 쪘을까라고. 만약 내가 추측하는 게 사실이라면 나는 이제 어쩌나 괴로웠어. 그 고마운 사람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희경이가 집으로 찾아왔을 때 이 얘기를 했더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고양이가 쥐나 새를 잡아먹긴 해도 사람의 사체를 먹을 리는 없다고 말해 주더라.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고마웠어. 안심됐거든. 며칠 전 마트에서 장을 보다 어른 종아리만 한 토끼 고기를 보니 실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라는 내 나름의 확신이 필요했거든. 고기는 파비엔 남편한테 부탁해서 받았어. 사냥하러 간다기에 고양이들 보양용 생식을 위해 토끼가 필요하다고, 내장과 피까지 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딱 맞게 준비해 줬어. 핏기 하나 없는 마트용 고기는 실제랑 너무 다를 것 같아서. 그런데 막상 받으니 열어보기도 힘들더라. 진짜 듀끌로 씨 다리 한쪽을 담아 온 느낌이 들었거든. 그래서인지 내 집, 내 부엌에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어. 정말 뭔가 저지르는 기분이 들어서. 다행히 테라스로 나오니까 끔찍한 기분이 가라앉았어. 흰둥이는 몇 번 핥고 냄새만 맡을 뿐 먹지 않았어. 새를 사냥해 먹을 때처럼 마구 뜯어먹을까 봐 무서웠는데... 흰둥이에게 사료를 줬더니 허겁지겁 먹어치우더라. 그걸 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 마음이 안정되니 남은 고기는 정말 일반 식자재로 느껴졌고. 평소에는 만지기는커녕,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었는데.”


얘기를 듣고 나니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그녀가 혼자 끙끙대는 동안 난 어디에 있었나. 희경이한테는 쉽게 털어놓는 고민을 왜 나와는 나누지 않는 걸까. 우리의 거리가 언제부터 이토록 멀어진 건가.


“말을 했어야지.”


진영이는 나에게 기대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모든 걸 다 얘기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옆에 있는 나를 제쳐두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쉽게 마음을 터놓고, 부탁도 하면서, 나에게는 큰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상의하거나 도움을 청한 일이 좀처럼 없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이제 네 얘기해 봐. 난 있는 그대로 다 얘기했어.”


나 역시 중요한 건 다 숨기고 있으니 진영이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내 아픔, 내 마음, 내 생각. 무엇 하나 그녀에게 제대로 말한 적이 없다. 우린 문제가 심각하다.


“내가 듀끌로 씨를 의심했을 때 너였다고 왜 얘기 안 했어? 그 얘기만 했었어도 내가 그 사람을···”


“그 사람을 뭐? 너 정말 정신 안 차릴래? 얘기했지? 너 혼자 있는 집에 그 사람을 안 들인 건 천운이라고. 나체로 복도를 나다니고, 고양이 목에 피가 안 통할 정도로 줄넘기를 감아 감금하고 학대하고, 반라로 창밖을 내다보던 사람이야.”


“그래도···”


“네가 이럴까 봐 말 안 했어. 사람이건 동물이건 너한테 조금만 정을 주면 병적으로 너그러워지고 그러다 다칠 게 뻔하니까."


“나는 왜 이 모든 것이 나를 떼어내려는 계획으로만 느껴지는 걸까?”


“뭐?”


"네가 쓴 메모를 발견했어. 쓰레기통에 보이도록 버린 것도 네 계획의 일부니?"


"무슨 메모를 말하는 거야?"


“시놉시스. 거기에 쓰인 대로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려는 거야?”


급하게 넘겨야 하는 소설의 시놉시스일 뿐 계획은커녕 우리의 현실도 뭣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진영이는 믿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시간에 쫓겨 글자 수를 채우기 위해 마구 써 내려가면서도 이런 망작을 편집장이 끝까지 읽어보기나 할까 스스로도 한심해했던 시놉시스를 진영이가 읽은 것도 화가 났지만,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클리셰 플롯을 보며 우리 얘기라고 확신한 것에 더욱 화가 났다.


그녀는 나의 능력을 대단히 과소평가했다. 어떻게 그런 뻔한 방식으로 사람을 떼어낼 거로 생각했는지.


내가 누군가를 내 인생에서 도려내기로 한다면 그깟 시놉시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정교하게 계획해서 교묘하게 실행할 것이다. 나의 어머니를 어떤 방식으로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는지, 파주 깡패 새끼를 어떻게 해치워버렸는지, 듀끌로가 왜 죽었는지 알게 된다면 단순하고 순진한 진영이는 내 곁에 남아 있지 못할 것이다.


뜬구름 잡으려 폴짝거리는 마누라 데리고 산란한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사느라 소설 집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어학원 강의도 허덕이는 나 자신이 가여워졌다.


집안을 둘러보았다.


내 집이 아닌 고양이 집에 얹혀사는 느낌.


우리의 인생에서 점점 내몰리는 건 그녀가 아니라 나였다.


진영이는 계속 자기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 헤맬 거고 나는 더욱 소외될 거라는 미선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선배는 우리의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했고, 미래까지 예견한 것이다.


“너야말로 네 인생에서 나를 떼어내려는 수작인 거야?”


높아진 내 목소리에 놀란 진영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경직되어 버렸다.


“선택해. 내가 한국에서 돌아온 후에도 이 모습 그대로라면 우린 끝이야.”


말을 내뱉는 순간 어째서 이 말을 또 했을까 후회되면서 두려웠다. 진심이 아니라고 스스로 변명하고 있지만 요새 자꾸 이별을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이 어쩌면 무의식 속의 나는 헤어질 준비를 차분히 시작한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행 비행기는 내일 밤 출발이지만 나는 방으로 들어가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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