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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활동을 요구하는 폴란드 엄마들

by 초턴의 하루

무더운 더위가 시작되고 아이의 학교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학교 서머캠프가 시작되었다.

딸아이는 서머캠프를 정말 좋아한다 학기 중에 하던 공부는 일절 하지 않고 매일매일 만들기, 그리기, 각종 체육 활동만 가득한 시간표에 하루하루 즐겁게 학교를 가고 있다.

매일매일 하루에 한 번 이상 운동장에 가거나, 학교 근처 가까운 공원에 자주 나간다. 너무 더울 거 같아서 손 선풍기와 얼음이 가득 든 물병을 매번 챙겨주는데, 그럼에도 하교 때 나오는 아이의 모습은 땀에 절어있고, 얼굴은 그을려 있다.


며칠 전 새삼 한국과 폴란드 엄마들의 육아방식의 차이에 대해 신기하면서 놀라움을 느꼈다.

같은 반 엄마들 단체 메신저 방에서 한 엄마가 불평 섞인 메시지를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니니?”


이 메시지를 시작으로 엄마들의 바깥 활동에 대한 불평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 있어. 우리 아이는 오늘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속상해했어.”

“우리 아이는 밖에서 뛰어놀 권리가 있어. 학교에 이야기하자.”


등등의 메시지가 오고 가더니, 결국 다음날

“학교에 이 문제에 대해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학교 측에서 최대한 바깥 야외 활동을 많이 하겠다고 피드백 줬어.”


이렇게 문제는 해결되었다. 같은 반 학부모 중 한 명이지만, 제3의 시각에서 이 사건을 지켜본 나는 참 신기했다.


한국에서 어린이집 학부모로 있었을 때 내가 기억하는 건, 아이 가방 속에 들어있는 바깥 놀이에 대한 부모 동의서였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기온이 높으면, 기온이 낮으면, 어김없이 바깥에 나가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염려가 극심했고, 결국 어린이집 측은 동의서를 받아 다수결로 이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내 기억에는 정말 미세먼지가 없는 깨끗한 날이거나, 기온이 적당한 봄, 가을에나 아이들이 바깥놀이에 나갔었다.


하지만 여긴 정반대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부모들은 아이들이 바깥에 나가지 못했다고 학교 측에 항의한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모습이다. 한 겨울에도 마찬가지였다. 비만 오지 않으면 무조건 바깥으로 나갔다.(비 오는 날에도 바깥에 나간다고 우비를 챙겨달라고 하는 학교도 있다.) 그래서 겨울에는 항상 스키바지를 입혀서 학교에 보내곤 했다.


폴란드 놀이터에 가면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아이가 놀이터 모래를 만지며 기어 다닌다. 3살이 채 안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 아빠를 따라 헬맷을 쓰고 두 발 자전거를 탄다. 등산 코스에 중턱에서 안아줘 안아줘를 시전 하는 우리 딸 옆에 딸 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폴란드 어린이가 씩씩하게 산을 타고 올라간다. 내가 본 폴란드 어린이가 전체를 대변하는 건 물론 아니겠지만, 4년 가까이 내가 본 폴란드 아이들은 강하고, 활동적이고, 친환경적이었다.

부모부터 아이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자연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에 아이들도 이렇게 강하게 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아이들을 집에만 꽁꽁 싸매고 모시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상에서 배울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바깥에서, 더 넓은 곳에서 뛰고 배우고 느끼면서 우리도 몸과 마음이 강한 아이들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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