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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문턱에서 꾸는 꿈

폴란드에서 살면서 나 자신을 알게되다.

by 초턴의 하루

사실 나는 꿈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매 순간 선택의 기점에서 나의 선택의 기준은 무조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전공을 선택할 때도 엄마가 선택해주셨다. — 사실 이 부분은 지금 돌이켜보면 감사하게 생각한다. 공부하는 당시에는 괴로웠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고 그 분야였고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석사도 하고 싶다. — 직장을 선택할 때도 남들이 봤을 때 꽤 괜찮은 직업이기에 선택했다. 사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괜찮아 보이는 직업군에 닥치는대로 지원서를 뿌렸고, 그 중에 하나가 감사하게 걸린게 맞는 표현인 듯 하다.

결혼도 남들 다 하니깐 해야 되는구나 싶어 결혼 적령기즈음 무수히 많은 소개팅 끝에 제일 괜찮은 한 명과 결혼했다. 결혼 생활에 대한 가치관 같은건 없었다. 그냥 물 흐르는대로 살았고, 뚜렷한 자녀 계획도 없었다. 결혼하면 애는 하나 있어야지 하는 생각에 하나를 가졌고,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시작한 임신과 출산과 육아는 상상 이상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동바했기에 그나마 스스로 선택한건 내 인생에 둘째는 없다다. 이렇게 나는 대한민국에서 정말 평범한 워킹맘으로 살아왔다.


내 인생의 첫 쉼표였던 이 폴란드 생활을 통해서 30대 후반에 비로소 나를 알게 되었다. 환경이 바뀌고, 주변 사람이 바뀌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나 자신과 대화를 했다. 내가 왜 아까 불편한 감정을 느낀걸까? 내가 지금 왜 나가기 싫은걸까? 한국에서는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사람만 반복해서 만났고, 시간적 여유도 없었지만 여기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고, 소위 좁디 좁은 한인 사회와 마주하면서 느꼈던 감정에 대해 돌아 볼 수 있었고, 반성 및 깨달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자기 반성을 통해서 한가지 깨달은 점이 있었다. 바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의 실력과 가족들의 지원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은 실력 쌓기에 매진하고 있다. 실력으로 증명 할 수 있을 때가 찾아오면 그때는 가족을 설득해야 한다. 남들이 하라는대로 살아온 내가 스스로 모험을 시도하려는 자체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험을 현실로 바꾸려면 더욱 실력 쌓기에 공을 들여야 된다는 것도 안다.


꿈이 현실로 이뤄질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해보겠다.

폴란드에 있어서, 가질 수 있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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