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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Aug 24. 2023

직장인과 한국무용

 사회생활은 춤과 함께

"취미가 한국무용이라고요?"


대화를 나누다가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다들 한 번씩은 되묻는다. 한국무용은 그만큼 낯선 단어이다. 특히 직장인과 한국무용은 좀처럼 접점이 없는 단어라서 그런지, 상대방은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눈을 똥그랗게 뜨곤 한다.


처음엔 나도 몰랐다. 이렇게 오랫동안 춤을 추게 될지. 


한국무용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한창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 외에는 몸을 쓰는 일이 거의 없고, 온종일 책상에 앉아만 있다 보니 새로운 운동을 배우고 싶었다. 그렇다고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기는 싫었고, 한 시간을 땀 흘리더라도 재밌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보니 춤에 관심이 갔다. 


당시 주변에는 발레가 유행이었다. 발레가 바른 자세의 끝판왕이라 스트레칭이 되어 좋다는 얘길 들었지만, 타이트한 발레복을 입을 자신도 없고 토슈즈는 더욱 무시무시해 보였다. 발끝으로 내 무게를 온전히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에게 맞는 적당한 운동을 찾던 중에  한국무용을 전공했던 지인이 한국무용 학원을 추천했다. 우리가 아는 살풀이, 태평무 같은 전통 작품도 배울 수 있고, 직장인을 위한 취미반이 있어 퇴근 후 참여하기에 시간도 좋다고. 또 연말에는 다 같이 공연도 준비한단다. 


한국무용이라...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 중학교에 무용 시간이 있었다. 무용수였던 선생님이 계신 덕분에 전공생이 아닌 일반 학생들도 무용을 맛볼 수 있었고, 장구 가락에 맞춰 춤을 췄다. 그때, 나긋나긋한 춤선이 예뻐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이었던 나는 그 친구가 알아봐 준 수업에 등록을 했다. 학원에는 나와 같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고, 3개월 단위로 기본동작부터 시작해 여러 전통 작품을 돌아가면서 배우는 시스템이었다. 


그래, 일단 3개월만 들어보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수업은 일 년, 이 년이 훌쩍 지났고, 그 시간들 사이에는 작은 목표들이 있었다. 

기본 동작을 완벽히 외워야지

연말 공연에 도전해 봐야지 

심화 작품을 들어봐야지


이렇게 조금씩 쌓이다 보니 벌써 수년이 흘렀다. 코로나로 인해 중간에 쉬기도 했지만, 퇴근 후 연습복을 챙겨 춤을 추러 가는 길은 아직 즐겁다.   


누군가는 일도 바쁜데 취미를 챙기는 게 어렵지 않냐고 하지만, 오히려 일이 힘들 때면 춤이 해방구가 되었다. 바쁜 일정 사이에도 꾸준히 이어왔던 이유는 그만큼 나에게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춤은 일상의 스트레스로 힘든 시간을 버틸 체력과 정신적인 해방감을 주는 활력소이니까. 




수업을 들은 지 일 년쯤 지난 12월, 연말 공연 무대에 올랐다. 대부분은 나와 같은 비전공자, 직장인이라 평일 저녁 외에도 주말에 다 같이 모여 함께 연습을 했다. 매일 서류만 만지작거리다 땀을 흘리며 몸으로 몰두하는 작업이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왔다. 


첫 공연에서 찍었던 인터뷰 영상이 있다.

당시 공연의 주제는 '선물'. 공연 하루만큼은 일 년간 준비한 우리에게 선물과 같은 하루라는 의미였다. 처음엔 몰랐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무용과 함께 하는 걸 보니 무용은 내게 선물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이해(解)가 아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을 맛보게 해 주었다. 


그래서 내게 선물 같은 무용에 좀 더 빠져보기로 했다.



첫 공연을 앞둔 인터뷰 영상이 유튜브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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