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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Oct 17. 2023

취미생활 5년의 기록

취미에서 특기로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을 말한다. 즐거움이 첫째 목적이니 실력이 더디 늘어도 괜찮다. 내가 그 시간이 재미있게 보낸다면, 취미의 목적은 달성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취미를 통해 여러 가지를 기대할 수 있다. '덕업일치'라는 말처럼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것에 관심이 높은데, 취미는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탐구해 보는 기회를 준다. 내가 흥미를 가지는 게 어떤 요소인지,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애쓰지 않아도 금방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실험과 같다. 또 지금 당장은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그 분야에 실력을 쌓다 보면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나의 첫 번째 취미는 일본어였다. 

대학생 시절, 일본 소설과 영화에 푹 빠졌고 지금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 처음 해외여행을 떠난 곳도 일본의 작은 도시 히메지였다. 오사카와 가까운 이곳에서 동생이 교환학생을 하고 있어 열흘정도 방문을 했고, 동생 덕분에 단순히 관광코스가 아니라 한국어학과 교수님과 한국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들과 만나 식사도 하고 문화체험도 하면서 가까이서 대화할 기회가 많았다. 일본 문화와 대한 관심, 그리고 여행지에서 생긴 좋은 기억이 계기가 되어 한국에 와서 일본어 학원에 다니며 언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어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한자 이 3가지를 같이 쓰는데 대학 졸업자격으로 한자능력검정 2급을 취득한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또 내가 다닌 학원은 입시나 자격증 취득반이 아니라 스크린 일본어였다. 매 시간마다 일본 드라마와 영화의 장면이 수업 교재였고, 문제집이 아니라 자기 계발서 원서로 리딩을 했다. 딱딱한 시험문제를 푸는 게 아니어서 학원에 다닌 일이 즐거웠고, 전자사전에 한자와 히라가나를 써서 단어를 찾아보는 게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년을 스터디를 하고, 혼자 문제집을 풀면서 시험을 준비해 JLPT 1급을 취득한 후 학원은 그만뒀다. 앞으로 실력 향상이 필요하다면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었다.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사교 모임, 문화생활, 수집과 같은 것들도 있겠지만 내 경우, 일본어를 배우면서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익히는 데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았다.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게 좋았는데, 나중에 갤럽의 강점검사를 해 보니 34개의 강점 가운데 '배움(Leaner)'이 나의 높은 기질 중 하나였다.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탐구에 대한 욕심이 취미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본어 다음이 한국무용이다. 일단 의상이 예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점에 끌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먼저 기본동작을 하고 나면 우리가 아는 전통 작품을 3개월에 하나씩 익힌다. 소고춤, 산조춤, 태평무, 살풀이, 삼고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보니 언제 시간이 지났나 모르게 일 년이 지나있었다. 한국무용 취미의 하이라이트는 연말 공연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공연 수개월 전부터 군무 동선과 칼박자를 맞추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5년을 꾸준히 하면 어느 분야에서든 특기생이 될 수 있다. 문과생인 내가 한국무용수가 되고, 새로운 언어를 익히며 취미생활을 통해 여러 가능성을 펼쳐 보는 중이다. 지금은 따로 떨어진 '점'이지만 나에게 잘 맞는 방향으로 살릴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수입을 내지 못하는 관심사들에 대해 평가절하하기 쉽다. 그러나 수익성을 가치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직업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활동이라도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상당히 가치'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모든 것이 되는 법)

   

취미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기웃거리는 데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일에 대한 집중력이다. 회사일에 지치고 스트레스가 많을 때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긴장이 많이 완화되었다. 인간관계의 범위도 넓어졌고,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그리고 당장 수익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으로 평소 해보고 싶던 일을 해볼 수 있다. 즐거움을 주는 일에 몰입하다 보면 언젠가 내 일상 전체가 즐거워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취미를 오랫동안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동안 요가, 수영, 달리기 등 다양한 시도를 거쳤다. 자연스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게 되는 일이 있다면 거기에 나의 흥미와 소질을 발견할 수도 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린 자세가 필요한 다른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것은 뇌에 다양한 자극을 주어서 노화를 늦추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단다. 그렇게 취미를 통해 나에 대해 알아가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을 거쳐 진짜 나다운 인생의 절정기를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  



일 년을 준비한 공연 기록. 마음만은 프로처럼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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