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이 취미로 한국무용을 만나고 나니 이전까지 몰랐던 춤의 세계를 알아가는 매력에 푹 빠졌다. 조금 의외의 조합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취미를 얘기하다 보면 내게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전공자가 아닌 입장에서, 무용을 하면서 느낀 만족감 혹은 얻은 것들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
몸의 밸런스
땀 흘리는 일상이 시작된다. 학원 수업이 있는 평일, 일하느라 녹초가 된 저녁이라도 일단 연습장에 도착하면 옆에서 울리는 장구 소리와 다른 수강생들의 대열에 휩쓸려 움직이고 있다.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은 오 분을 넘지 않고, 숨이 살짝 차오르는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라 집에 갈 때 기분 좋게 땀이 식는다.
춤 연습은 동영상을 찍어서 모니터링하는 것까지 포함이다. 거울로 얼굴을 자주 들여다봤어도 내 몸 전체를 보는 일은 드문데, 영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허리를 곧추세우게 된다. 무용 연습실에서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깊은 호흡을 하고, 땀을 흘리는 3가지가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체중계의 숫자가 아니라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탄탄한 몸과 근육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그 마음으로 더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나를 만날 수 있다. 평소에 건강을 위해 음식을 주로 가려왔는데, 먹는 것과 더불어 움직이는 것을 신경 쓰면서 밸런스가 잡힌다.
예술의 치유효과
감정을 표출해서 마음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때로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해소하듯, 춤으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는 것이다. 특히나 한국무용은 슬픔에서 환희로 감정의 승화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어 춤을 추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되어 준다.
알랭 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에서 예술의 기능 7가지를 소개한다. 예술은 경험을 기억하게 해 주고, 희망을 보여주고, 일상의 슬픔을 어디에나 존재하는 감정으로 제시한다. 과도한 긴장과 자극이 있는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고, 자기 이해의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가의 작품과 삶을 태도에서 성장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평소에 간과하고 있는 일상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 감상하게 도와준다. 이전까지는 미술관이나 공연장에서 관객의 입장이었는데, 무용을 하며 여기 7가지가 말하는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어설프더라도 내가 주체가 되어 경험한 것은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었다.
감동을 주는 일
무대에서는 한 번에 수십 명의 관객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된다. 첫 공연을 했을 때, 리허설을 하며 바짝 긴장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무대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이 느껴졌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표정, 그리고 마주치는 눈빛을 통해 함께 호흡하며 공연이 완성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봤던 스포츠와 무용의 차이점은 공연을 통해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연습하고 배우는 과정도 즐겁지만, 여러 사람에게 작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공연도 보람이 있었다. '의미 있는 일'이란 어렴풋이 ‘사람들에게 기쁨이나 위안을 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 예능인들의 역할이 멋지다고 느꼈는데, 나의 작은 무대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무용을 하면 뭐가 좋은가요?라는 질문에 한마디로'지치지 않게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 온몸에 힘 빼고 춤 한판 추다 보면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그러니 호기심이 생긴다면 한번 해 보시길,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