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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Oct 21. 2023

즐겁게 땀 흘릴 것

컨설팅과 무용의 시너지

어디에 돈과 시간을 쓰는가_

지출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내가 시간과 돈을 쓰는 곳은 물건보다 경험이다. 강연이나 배우고 싶은 것은 아까지 않는 편이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람마다 돈 쓰는 곳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주말마다 맛집을 탐방하고, 베이커리와 커피가 맛있는 카페 투어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예쁜 옷과 액세서리를 구입해서 그것을 입고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직장에 들어가 일, 이년이 넘어가면 한창 명품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아직 명품백은 내 쇼핑리스트에 들어있진 않지만 취미 생활에는 어느 정도의 지출이 있다. 한국무용도 수업료 외에 작품에 따라 소품을 사야 하고, 일대일 레슨을 받거나 공연에 참가할 시에 일정 비용을 부담한다. 취미활동은 장비발이라고, 색깔별로 연습용 풀치마를 구입하기도 한다. 일 년에 명품백 하나 정도는 사 모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한 분야에 매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해 보기 전엔 알 수 없을 테니 이전의 시행착오를 아까워하지 않기로 했다.



무용을 하고 달라진 일상_

한국무용을 시작한 후, 출근할 때 연습복이 들어있는 가방 하나를 더 챙긴다. 야근이 없으면 일을 마치고 바로 연습실로 향한다. 웬만하면 일주일에 2번은 운동하는 시간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매달 일정한 시간에 운동을 하니, 무용을 하고 다리가 제법 딴딴해졌다.


때로 도시의 일상은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집에서 가만히 쉬는 것만으로 찌뿌드드한 기운을 떨칠 수 없었다. 피곤할 때일수록 몸을 움직여주는 게 더 나았다. 평일 퇴근 후, 음악 소리에 정신이 깨어난다. 춤추는 공간에서는 어디서나 음악이 함께 하는데 하루종일 고생한 머리는 잠시 쉬게 두고, 하루치의 활용량을 채우지 못한 신체를 움직일 기회이다. 팔, 다리, 허리, 목까지 온몸 구석구석의 근육을 쓰는 시간이다. 


무용은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찰나마다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면 집중할 수밖에 없다. 끝내지 못한 업무를 떠올리다간 순서를 놓쳐버린다. 매 순간 내 몸을 알아차리는 훈련으로 일종의 마음 챙김(mindfulness) 트레이닝이다. 손과 발의 움직임, 시선, 호흡을 컨트롤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용은 예술활동이기도 하면서 움직임 가운데서 집중하는 동적(動的) 명상과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두뇌 훈련도 되고, 집중력도 기를 수 있어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시너지가 났다. 선진국일수록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생활체육을 강조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즐겁게 땀 흘릴 것_

신체적 건강은 꾸준히 움직이는 게 답이다. 생활체육이라는 말처럼, 개개인에 맞게 평생 이어갈 수 있는 반려운동이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요즘 바디프로필을 찍는 게 유행인 듯하다. 특히 직장인들이 퇴근 후 헬스장에 달려가고 식단을 조절하며 멋진 근육을 만들어 기록으로 남긴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건강미를 가꾸는 모습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선뜻 따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나는 무용으로 부족한 신체활동을 보층하는 루틴을 만들어서 기뻤다. 꼭 헬스장에서 무거운 덤벨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지금은 무용을 하며 내가 즐거운 방식으로 땀을 흘리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가끔 노후에 대한 고민도 하는데, 또 다른 챕터가 될 나의 중장년을 기대하며 평생의 운동 습관을 형성하려 애쓰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매번 하는 일이 반복된다. 익숙한 활동과 만나는 사람들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비슷한 경험을 하다 보면 자기만의 고집도 생긴다. 이렇게 경직된 태도를 깨고 유연해지려면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모르는 분야를 파고듦 시행착오를 거치고, 모니터링하고, 누군가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조금씩 유연해진다. 나도 성인이 되어 무용을 시작하고 작은 성공을 이루면서 '아, 다른 일을 하게 되어도 적응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살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그래도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컨설팅과 무용은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서로가 주는 시너지가 있다. 그래서  운동복으로 가득 찬 가방을 메고 다닌다. 야근이 있는 저녁에는 수업을 빠져서 아쉽기도 하지만 술 대신, 쇼핑 대신, 춤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지금의 일상이 만족스럽다.  



공연의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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