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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Sep 10. 2023

자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몸의 자세, 마음의 자세

춤의 기본은 바른 자세부터-



무용 수업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춤은 '기본무(舞)'이다.

말 그대로, 춤의 기본이 되는 동작을 엮어서 만든 작품이다. 굿거리와 자진모리장단이 번갈아 나오며 다양한 동작을 반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본이 충실해야 작품을 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 수업마다 반복한다.   


기본무의 첫 동작은 앞으로 걷기. 

여덟 박자에 맞춰 팔을 양 옆으로 벌리고 걸어 나간다다. 동작이 조금씩 몸에 익으면 호흡을 같이 곁들인다. 들숨 날숨과 함께 목을 길게 빼고, 손 끝까지 당겨서 몸을 최대한으로 열어서 쓰는 연습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동작이지만, 제대로 하려면 척추를 곧게 펴고 배에 힘을 주어야 해서 온몸에 긴장이 되곤 한다.


약 8분으로 구성된 기본무는 난도가 높지 않다. 동작을 오른쪽과 왼쪽으로 반복하며 몸에 체화하는 게 목표이고, 순서도 삼 개월이 지나면 외울 수 있다. 진짜 어렵다고 느낀 부분은 춤을 추는 '자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직선이 되고, 손끝과 발끝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음악 내내 신경을 써야 한다. 


"회원님, 등 펴세요!"

"허리 펴세요!"

"팔을 더 길게-"


책상에 앉아 목을 앞으로 빼고 모니터를 보는 게 습관이 되어 선생님은 항상 이 부분을 지적한다. 

처음엔 바짝 긴장해서 춤을 추다가 중간쯤 되면 나도 모르게 자세가 흐트러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어떤 동작을 해도 멋이 안 난다. 춤의 기본, 춤의 바탕은 그 어떤 기교에 앞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있었다. 연습실은 전면이 거울이라 춤을 추는 중간중간 고개가 너무 빠져있지는 않은지, 허리가 너무 구부러지지 않았는지 의식할 수 있다. 


이제는 연습실 밖에서, 길을 걷다가도 상점의 유리창이 보이면 습관처럼 서고 걷는 자세를 들여다보곤 한다. 의식하는 순간마다 턱은 당기고, 가슴은 펴고, 정수리를 잡아당기듯 척추를 곧게 세운다. 여기서 고개는 살짝 들고 앞을 주시하며 배에 힘을 주며 걷는다. 작은 차이지만 이 정도만 해도 키도 살짝 커진 것 같고, 보기에도 제법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보인다. 


'자세가 바뀌면 호르몬의 변화로 감정이 바뀔 수 있다.' 

심리학에서도 자세와 감정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말한다.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자신감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몸을 교정하는 것은 어쩌면 마음 자세를 교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평소에도 어깨를 펴고 스스로에게 당당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것이 연습실 안과 밖에서 셀프 도수치료를 한다는 생각으로 자세를 신경 쓰는 이유이다. 


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이다. 곧고 바른 자세는 신뢰감을 주지만 반대로 어깨가 축 처진 모습은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상을 남긴다. 춤을 추는 동안, 그리고 앞으로 내게 주어진 많은 날들을 위해 앉고, 서고, 걷는 자세를 신경 쓰기로 마음먹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한국무용의 춤선처럼, 일상에서도 부드럽고 우아한 춤사위를 그리듯 유연한 태도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일주일마다 돌아오는 연습 시간, 거울 앞에서 흐트러진 몸을 가다듬는 것부터 춤은 시작된다. 

리듬에 맞춰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게, 균형감과 우아한 움직임을 반복한다. 매사 조심스럽고 소심한 성격을 가진 나이기에 삶도, 중심을 잘 잡고 의연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정성 들여 동작을 이어간다. 


자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춤을 추며 익힌 균형감과 아름다운 몸짓이 평소의 태도에도 묻어나길 바라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조금씩 나아질 것을 알기에 땀 흘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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