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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Sep 24. 2023

연습을 공연처럼 하세요

프로페셔널한 자세

무대 의상, 멋스럽고 아름다운 우리 한복


한국무용하면 흔히들 살풀이춤을 떠올린다. 그래서일까?

느린 음악에 흰 천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요즘 아이돌 춤에 비해하면 한없이 정적으로 보인다. 무용으로 운동이 될까? 싶었는데 실제로 내가 경험한 무용은 그와 정 반대였다. 오히려 만만하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한없이 빨라지는 장구 장단에 정신을 못 차릴 때도 있다.


그래서 수업 전에는 격한 움직임에도 머리카락이 방해되지 않도록 올림머리를 한다. 무용과 학생들처럼 볼륨 없이 하나로 묶어 잔머리까지 정리해서 머리를 고정시키는데, 그렇지 않으면 방해가 되기 때문에 옷차림과 함께 머리 정리도 중요하다



"춤이 빨리 느려면, 연습을 공연처럼 하세요."


연습실이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긴장을 하지 않는다. 

매번 반복하는 동작을 소홀하게 되는데, 만약 공연이라면 어떨까? 단순히 순서만 외우는 게 아니라 디테일하게 발끝까지 올려야 하고, 시선과 표정까지 연기를 해야 한다. 그렇기에 선생님은 좀 더 잘하고 싶으면, 연습을 공연이라 생각하고 춤추라고 말씀하신다. 나도 두 번 공연에 참여한 적이 있기에, 그 말이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공연은 하루,  연습은 일 년_

무용을 시작한 지 일 년이 지났을 무렵. 학원에서는 연말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도록 대관을 해 정식으로 공연을 올렸다. 수업도 재밌었지만 의상을 갖춰 입고 무대에 서는 경험은 무대에 오른 사람, 그리고 초대받은 사람 모두에게 잊지 못한 순간으로 남았다. 공연 오디션에 참가하는 조건은 한 가지, 일 년 동안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오디션에 통과해 첫 공연이 결정되었을 때, 처음에는 마냥 설렜다. 무용 공연을 볼 때면 '색이 춤을 추는 듯' 보였는데, 멋있는 의상을 입는다는 것도 기대되었다. 그리고 리허설 날,  상만으로도 얼마나 체력소모가 큰 지 그제야 알았다. 겹겹이 두꺼운 속치마를 입어 서 있는 것도 편하지 않았다. 의상만이 아니다. 잔머리 한올도 빠져나오지 않게 헤어젤로 머리를 덮었고 가채, 비녀, 족두리를 고정하느라 수십 개의 실핀이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화장부터 의상까지 모든 세팅이 끝난 후에는 대기시간에도 편하게 쉴 수 없었다.


'이 모든 불편함을 견디고 무대에 오르는 거였구나.'

연습에 비해 몇 배는 불편한 의상은 물론이고, 가까이 앉은 관객들의 시선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연습이다. 어떤 순간에도 음악이 나오면 그 동작이 나올 수 있도록 반복, 반복, 반복.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도록 체화하는 시간이 바로 연습의 힘이었다.


실제로 공연팀에 합류하게 되면 6개월 이상을 같은 작품을 연습한다.

순서는 2,3개월이면 끝낼 수 있지만 이후에는 계속 반복하면서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 만드는 시간이다.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건 평소의 훈련이었고, '연습을 실전처럼 해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사람이 프로다. 

프로는 그래서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 여러 변수를 감안해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려면 평소에 얼마만큼의 노력이 쌓여야 하는 걸까. 아마추어인 나도 5분의 공연을 위해 일 년 이상을 연습했기에 어느 분야에서든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사람은 분명 눈에 보이는 것의 세 배, 네 배의 노력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눈에 보이는 무용을 하면서, 꾸준한 노력이 쌓여야 빛을 발한다는 정직한 사실을 되새기고 있다.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연습은 실전처럼, 또 실전은 연습처럼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지금 내게 주어진 여러 일을 프로와 같은 마음으로 하려면 체력이 필요할 것이기에 땀 흘리는 순간들이 힘들면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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