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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Oct 13. 2023

약점은 결국 강점이 된다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제일 어려운 게 뭐예요?”
선생님의 질문에 바로 나오는 대답. “턴이요. 빨리 도는 것도, 중심 잡는 것도 힘들어요.”

약점이 나중에는 강점이 요. 보통 가장 어려워하는 것을 잘하게 되거든요.”


턴을 할 때는 한 발을 먼저 내디딘 후 고개부터 획-하고 다. 배에 힘을 꽉 주고, 시선은 가는 방향을 응시해야 흔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주춤거리며 겁을 낸다는 게 문제이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치마를 밟았고, 다리가 휘청거렸다는 기억에 ‘조심해야지’라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그 0.01초의 망설임이 동작에 군더더기를 만든다.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방법은? 선생님의 답은 간단했다. 연습이 답이라는 것. 다른 건 몰라도 턴은 무조건 많이 하는 사람이 잘하게 되어 있단다. 나의 경우도 빨리 돌아도 괜찮다는 경험이 쌓이면 두려움도 깨질 것이다. 무엇이 약점인지를 ‘인지’ 했다면, 그것은 이제 극복의 대상이 된다.


연습실에서는 반복의 연속이다


내 인생의 약점과 결핍은 뭘까. 지금까지 가장 큰 획을 그었던 사건이 있다. 고등학교 일 학년 가을, 중간고사를 앞두고 감기가 걸렸는데 약을 먹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시험부터 끝내자’며 병원에 가는 날 하루, 이틀씩 미루었다. 그렇게 이 주쯤이 지났을까. 자려고 누웠다가 기침 때문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 보니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왔다. 그 길로 응급실에 달려갔고, 결핵진단을 받았다. 이후 학교를 휴학했고 격리된 생활이 시작됐다. 집을 떠나 병동에서 지내면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환경에 놓였다. 거기서 수업 대신 매일 산책을 하고 친구들이 보내준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냈고, 그렇게 육 개월이 지난 후에야 퇴원을 했다.


종종 그때를 떠올리며 무엇이 원인이었을지 몇 번이고 들여다보곤 한다. 좀 더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괜찮았을까 아니면 생활습관이 나빴던 걸까. 명확한 해답을 알 수 없지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내 인생의 사건을 정리해야 했다. 내가 생각한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였다. 한창 예민할 시기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았던 때였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해 스트레스와 답답함이 쌓였고,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옮아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곤 했다.


육 개월의 병동생활은 내 인생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그때 이후, 내 삶의 우선순위는 '건강'으로 자리 잡았다. 몸과 마음이 균형을 이루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일상에 녹여내기 위해 고민한다. '다시는 아프지 않아야지.'라는 생각이 나를 움직인다. 가장 힘든 일을 피하고 싶은 것은 인간으로서의 본능이기에 건강이 나를 지탱하는 큰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래서 결핍은 인간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하나보다.


병약했던 10대를 거처 30대가 된 나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지낸다. 일주일에 두 번은 땀을 흘리는 신체활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요가와 수영, 등산, 헬스를 해 봤지만 무용을 제일 오랜 시간하고 있다. 그날그날의 스트레스는 쌓아두지 않고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서 여러 가지를 해 보고 있다. 


춤을 추다가 어려운 동작을 만나면?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반복할 뿐이다. 선생님의 말 대로,  약점은 결국 강점이 될 테니까. 나중에 어떤 난관을 만나더라도 그렇게 되뇔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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