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라이프,
유연하고 단단한 자세잡기

by 화정

몇 해째 한국무용을 취미로 하고 있다.

3개월마다 한 작품을 배우는데 처음에는 장단과 순서를 익히고, 나중에는 자세와 시선을 교정하며 멋을 낸다. 손끝과 발끝으로 만드는 선이 중요한 춤이라 전신 거울을 앞에 두고 집중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기본 동작을 시작으로 장구 장단에 맞춰 걷고, 뛰고, 턴까지 이어진다. 음악에 맞춰 추다가 물 한잔 마시는 짧은 휴식시간이 두어 번 지나면 한겨울에도 땀이 맺히는 꽤 강도 높은 운동이다.


수업은 그날 배운 동작을 촬영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카메라를 통해 본 내 모습은 낯설다. 내가 매일 보는 나는 화장대에서 마주하는 상반신 정면뿐인데 영상으로 전신을 보고 있으면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모니터링하는 기분이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처음엔 재생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동작은 어설픈데 표정이 너무 진지해 오글거리기도 하고 틀린 동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인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확연하게 굽은 내 등이었다.


언젠가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등이 굽었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 대부분이 그렇겠거니 싶었는데... 영상에서 보이는 나의 휘어진 등 라인은 훨씬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원인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땅을 보고 걷는 게 습관이었고, 주말 아침에는 방바닥에 책을 놓고 읽기를 좋아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휘어진 뼈가 쉽게 돌아올 리 없었다. 굽은 등을 펴기 위해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집 근처의 요가학원이 떠올랐다. 집에서 삼 분 거리, 바른 자세를 위해 요가 수련을 시작했다.




요가 스튜디오의 삼층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은은한 향냄새가 퍼져온다. 출입카드를 찍고 “나마스떼” 인사를 하고, 작은 옷방에서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교실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큰 도라 보이는 창문이 있고, 다른 벽면에는 수십 가지의 요가 자세 그램과 인도 요가 책이 둘러져 있다. 20여 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자그마한 방에 낮게 깔린 인도풍 음악과 향이 어울려 아늑한 느낌이 든다. 어디든 북적이고 시끌한 도시에서 찾기 힘든 고요한 공간에 앉아 안정을 취한다.


매트에 가만히 누워서 시작하는 요가는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한다. 손가락 발가락부터 시작해 온몸의 근육을 비틀고, 늘리고, 균형을 잡는다. 한두 달 배우다 보니 무용과 닮은 점이 많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특정 동작을 만든다는 점, ‘호흡’과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힘들어도 들숨 날숨을 잘 쉬어야 근육을 잘 쓸 수 있으니 숨을 멈추면 안 되고, 조금만 딴생각을 하면 금방 균형이 흐트러져서 한 곳에 정신을 모아야 한다.


요가 수업이 무용과 가장 다른 특징은 교실에 거울이 없다는 거. 어느 운동보다 자세를 잡는 게 중요한 운동인데 왜 거울이 없을까? 처음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일단 감으로 한 회 한 회 땀 흘리며 지나 보니, 관찰은 눈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각에 의존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몸의 감각에 신경이 쏠리고 예민해졌다. 호흡의 깊이와 근육의 반응으로 어제보다 얼마큼 더 움직임의 범위가 넓어졌는지 보지 않아도 알아차릴 수 있다. “통증이 있는 곳에 집중합니다.” 선생님 말처럼, 온몸의 자극을 지표로 삼아 내 상태를 파악하는 연습이다. 한 공간에서 수강생들은 각자의 감각을 거울삼아 요가 자세를 잡아간다.


사실 어려운 자세를 할 때마다 화가 나고 답답함이 올라온다. ‘아니 어떻게 이런 동작을 하라는 거지?’ ‘이게 가능할까?’ ‘넘어질 것 같아’ 나직한 숨소리만 들리는 교실에서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감정이 스친다. ‘일단 되는 데까지 하자’ ‘아직 뻣뻣하지만 어제보다는 낫다’며 스스로를 달래느라 쓰는 에너지가 더 많다. 이 정도면 몸이 아니라 마음 수련에 더 가깝다.


교실 한가운데 걸린 현수막에 이런 글귀가 있다. ‘요가는 마음의 작용을 조절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마음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이 문장을 읽고 시작한다. 수업의 차분한 호흡에 맞추려면 마음의 호흡을 골라야 한다. 후- 하고 길게 숨을 내쉰다. 긴 시간의 수련은 한 동작마다 숨을 가다듬고 몸의 움직임을 보는 연습이다. 정성 들여 천천히 손끝 발끝을 움직인다. 그러다 보면 마음도 온전히 그곳에 있다. 요가와 무용을 하며 마음을 한 곳에 두는 법을 배운다.


퇴근 후 요가 센터로 향하면서 딱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한다. 될지 안 될지 가늠하지 않고 동작에 몰입하는 것이다. 떠나 온 사무실의 일은 접어두고, 할 수 있는 만큼 가슴을 펴고 손을 쭉 펴는 일. 그렇게 정해진 동작을 만드는 데 집중하며 몸과 마음의 호흡을 차분하게 고른다. 유연하고 단단한 자세를 잡기 위해 정신도 함께 가다듬어 본다. 몸과 마음이 서로의 거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