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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Nov 15. 2024

새로운 도전의 한달

성장메이트 10월 성찰보고서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이제 아침저녁으로 스쳐 불어오는 가을바람에서 이제야 고개를 빼꼼 내민 가을이 느껴진다. 무더웠던 날씨만큼 나의 마음도, 일상도 분주했던 10월.     


 

 올해 나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말하라고 하면, 소잉을 배운 게 아닌가 싶다. 글쓰기와 독서가 아닌 것이 조금 아쉽지만. 온갖 종류의 책과 독서대, 노트북으로 비좁았던 나의 책상엔 그들을 살포시 밀어내고 미싱이 자리 잡았다. 센터에 있는 미싱을 쓰자니 시간적 제약도 있고, 아이들 챙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버거웠는데 그런 나를 위해 아낌없이 미싱을 들여 준 남편. 작년 이맘때는 브런치 작가 됐다고, 글 많이 쓰라고 새 노트북을 척 하고 사주더니, 일 년도 못 가 글쓰기는 뒷전이 되고 드르륵드르륵 미싱 돌리기에 재미를 붙인 아내를 위해 올 해는 미싱을 턱 하니 놔주는 남편. 참 고마운 사람이다. 아, 고마운 사람인 줄 알았다. 남편에게는 큰 그림이 있는 줄은 몰랐으니까.     




미싱을 배우면서 고마웠던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고, 그러다 생각하게 된 북커버가방. 만든 사람 수고가 헛되지 않게 받으신 분들의 반응이 하나같이 좋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판매를 시작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살며시 건네는 남편. 그런 남편의 꼬드김(?)에 팔랑귀인 나는 홀린 듯 넘어가버렸다. 당신은 북커버를 만들기만 하라며, 나머지는 다 본인에게 맡기라던 남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온갖 지식과 기술을 대동하여 네이버스토어 하나를 뚝딱 만들어 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판매자가 되어 있었다.      

사실 남편이 생각했던 것만큼, 기대했던 것만큼 빵빵 터지진 않았다.(미안 여보. 나의 능력치가 그 정도인가 봐)

함께 글 쓰는 분들, 그분들을 통해 알음알음 알게 된 몇몇 분의 주문 말고는 큰 수익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을 통해 알았다. 나는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돈을 받고 물건을 판다는 게 왜 그리 미안하던지. 물건 가격을 말씀드리는데 왜 그리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던지. 나의 네이버스토어는 소리 소문 없이, 흔적도 없이 조용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이만해도 족하다. 내가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을 조금, 아주 조금 걸어보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원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인데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 남편의 지지와 추진력 덕분에 새로운 길을 걸어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네이버스토어 운영뿐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 대상으로 하는 소잉강의도 계속되었다. 한 타임에 여섯 분씩, 미싱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을 모시고 작은 손가방을 만들 수 있도록 알려드렸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지도할 때와 또 다른 설렘을 느끼게 해 주시는 할머니들. 이미 풍성함이 익숙해 그것이 감사인지 모르고 배움이 얼마나 귀중한지 모르는 결핍이 결여된 요즘 아이들. 그들과는 달리 부족함이 삶이었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삶에서 체득한 어르신들과의 수업을 하고 나면 고3 수험생 못지않은 열정이 느껴진다. 눈앞이 깜깜해 실이 보이지 않고 바늘구멍이 보이지 않음에도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박음질하시는 모습을 보며, 부족한 강사의 가르침에도 끝나고 나가실 때 지어주시는 환한 미소와 따뜻한 인사말은 든든한 집밥 한 그릇 먹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새로운 것에 빠지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집중하는 성격인지라, 독서와 글쓰기와 거리두기 한 10월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나의 하루하루를 채워가면 참 좋으련만, 사람이든 물건이든 배움이든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 만족감을 느낄 때까지 하나만 파는 성격인 데다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글쓰기에 조금 흥미를 잃은 것도 같다. 같은 창작활동인데도 내 손과 발만 내어주면 뚝딱 가방 하나를 만들어 주는 미싱과 달리 내 머릿속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려야지만 겨우 스으을쩍, 아주 감질나게 하는 글쓰기와의 밀당에서 결국 아몰랑을 외치며 뒤로 물러났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곁을 내어주지 않고 한 손에 잡혀주지 않는, 그래서 자꾸 질척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글쓰기. 그 매력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11월 한 달 동안에는 어느 정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모르면 어째, 일단 질러봐야지. 자꾸 질척대면 옷자락 하나라도 내주지 않을까. 글쓰기와 조금 더 친해지는 11월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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