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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의 연애

매일 글쓰기 5. 요즘 보는 것

by 새벽별


결혼과 연애를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나오는 그 프로그램을 즐겨봤었다. 아마도 일반일들이라 더 그랬나 보다. 그들의 알콩달콩 두근두근 설레는 모습을 보며 나의 청년의 시절 연애할 때의 그 몽글몽글한 감정을 대리만족으로 느낄 수 있었고 아이 셋을 키우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유 없는 삶에서 조금은 등을 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애정의 전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했고 예쁘게 사랑하는 커플을 응원하기도 했다. 어장 관리하는 모습을 볼 땐 진심으로 욕을 날리기도 했고 실제로 결혼까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도 감정이입이 되어 내 일인 양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 그러다 티브이에서 우연히 연예인들의 자녀들의 연애의 모습을 관찰하는 '내 새끼의 연애'라는 프로그램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일반인의 연애 프로그램은 그렇게 애정하며 보던 내가


'뭐야, 이제는 하다 하다 연예인들의 자녀들 연애하는 모습까지 방송이 되는 거야? 니들은 좋겠다 부모 잘 만나서 별 시답잖은 일로 방송도 하고 돈도 벌고 흥!'이라는 마음에 속이 불편했다. 그러다 또 우연히 그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세상에! 너무 재밌는 게 아닌가!



일반인의 연애의 모습을 볼 때는 나의 젊었던 시절의 모습을 떠 올리는 과거의 나의 모습을 찾게 된다면 '내 새끼의 연애'는 앞으로 맞닥뜨릴, 내 아이의 연애 모습을 미리 보기 할 수 있었다.


“어머어머 세상에, 저 아들은 어쩜 저렇게 잘 생겼어? 어머 저 딸은 왜 이렇게 예뻐?”


호들갑을 떨며 보게 되고 단순히 외모 평가가 아니라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니 별 게 다 예쁘고 멋져 보이는 게 아닌가. 어른들이 어린아이의 모습을 볼 때, 파릇파릇한 젊은 청년들을 볼 때 모든 게 마냥 예뻐 보이는 그 눈빛과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첫 만남의 떨림의 순간부터 썸을 타는 모습, 손끝이 스치는 아슬아슬한 모습(꺄! 어머어머 어떡해- 하는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나오더라) 삼각관계가 펼쳐질 때 등등 그 모든 순간을 내 아이를 대입해서 보게 되었다. 아, 내 아이도 연애를 하게 되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내 앞에서는 시건방을 떨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던 아이가 누군가를 만나 호감을 갖고 만남을 지속하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어 엄청난 감정이입을 하며 보게 되었다. 0표를 받는 아이들의 모습에 함께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몰표를 받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저 상황이 내 아이의 상황이었으면 좋겠다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모태 솔로라는 출연자를 보며 '내 자식은 모솔은 안되는데...' 하면서도 '연애를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싫은데'(뭐 그럼 어쩌라는 거지) 온갖 감정들의 뒤섞임을 맛보기도 했다.

딸 가진 부모의 모습, 아들 가진 부모의 모습을 동시에 보이는 나 자신이 참 웃기기도 하고 아직 내 아이가 성인이 되려면 5년이나 남았는데도 이렇게나 딥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걸 보며 마음은 아직 이십 대이나(아, 이십 대는 좀 너무 했나?) 어쩔 수 없는 엄마구나 싶은 마음에 괜히 내 자식의 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디 바라기는 미래의 내 아이의 연애 상대가 신앙 안에서 마음과 생각이 건강한 아이이기를, 맑고 밝은 아이이기를,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아이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게 된다. 아차, 그러려면 나부터 내 자녀들이 그런 사람으로 키워야겠구나!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을 때 했던 기도처럼 언제나 베풀고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은 아이들이 되길, 타인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아이들이 되길, 무엇보다 자신을 지키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길 오늘도 기도한다.





아, 내 아이의 연애를 응원할 준비는 하긴 하겠으나 향후 5년간은 절대 안돼!는 아니지만 응원까지는 못 함을 미리 밝혀둔다. 중딩이 연애는 무슨 연애! 일단 학생 신분에 맞게 공부를 하도록(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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