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랑 노는 게 제일 재밌어!
나에게는 내리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 10살 된 조카가 있다. 조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힐링받았던 순간들을 다 얘기하자면 며칠을 밤새도 모자랄 정도이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지인들이 다 아는 조카바보다.
첫 조카여서 더 애틋했고, 가끔은 엄마아빠보다 이모를 찾을 정도로 나를 잘 따라서 더 사랑스러웠고, 조카의 순수한 언어들은 매 순간 나를 힐링시켜 주었다.
친한지인들은 지금도 나에게 '조카바보', '대단하다',
'이런 이모 처음본다' 라며 머쓱해지는 얘기들을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늘 '조카가 나랑 놀아주는 것' 이라고 얘기한다.
조카가 자라온 10년 동안 남자친구와의 이별도 있었고 친한 친구와 멀어진 적도 있었고 사회생활하며 좌절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 순간마다 조카는 나를 치유시켜 주는 존재였다.
때 묻지 않은 해맑은 웃음과 함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에 보석반지를 끼워주기도 하고, 숨바꼭질하는데 자기 다 숨었다며 목소리로 위치를 알려주기도 하고, 그림 그릴 땐 "이모 노란색 좋아하지" 라면서 노란 색연필을 챙겨주기도 하고, 내가 없는 방에 와서 "이모 사랑해" 라며 편지를 쓰고 가기도 하고, 내가 직접 만든 빵을 먹여주면 맛없다고 쓰러지기를 하질 않나, 요즘은 내 취향저격인 넌센스퀴즈까지 내준다.
한 번은 조카를 위해서 무엇까지 해줄 수 있을까 상상해 봤는데 1초도 망설임 없이 나는 내 심장도 내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물론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그때는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겠지만..
사실 조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것처럼 얘기했지만 현실은 오늘 12시에 집에 놀러 오기로 한 조카가 1시간만 늦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하)
어쨌든 나는 늘 좋은 이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저 조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고,
무한한 사랑과 정서적 지지를 받고 자란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사춘기라는 낯선 터널을 지나갈 때 엄마아빠에게 터놓지 못할 일들이 생긴다면
'나한테는 이모도 있잖아' 라고 생각하며 건강하게 지나오길..
"이모는 항상 네 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