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냈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을 때,



한동안은 걸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맞아. 여기에서도 눈을 맞췄었지.

어느샌가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남아있는 기억과 마음의 자리는 별개의 은하계인가보다.

그러니 이제 너 없이도 나는 꽤 살만한가 보다.

너 없이도 잘 살고 있던 나는 너라는 미완의 생명이 끼어든 탓에

고요하고 적막한 호수에 떨어지는 작은 운석 조각처럼 무거운 파동의 짐을 고스란히 맞이해야 했다.

가라앉은 운석 조각은 떨어질때의 모습으로 기억되어 호수 밑 바닥 어딘가에 잔존한다.

대형 폭죽이 만발한 뒤에야 알아볼 수 있는 하늘의 여백처럼 말이다.

그런데 가끔 문득 느껴지는 건,

너 없이도 이 거리를 잘도 걷는 내가

역겨워질 때가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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