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가벼워지기로 한다.

by 쭈야씨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점점 더 살림이 늘어나는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이제는 조금 가벼워지기로 마음먹었다. 불시에 어떤 사고가 일어나서 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면서부터였다.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불행이 만약 일어난다면, 코시국에 혹시 모를 접촉으로 집에서 나만 다른 곳으로 격리된다면, 타인에게 집을 보여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온다면…


가만히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수많은 물건들과 정리되지 않은 이것저것들의 모습에 마음이 꽤 불편했다. 불시에 누군가 찾아와도 단정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요즘의 나는 꽤나 해이하게 풀어진 상태라서… 한 번은 청소를 게을리하고 어질러진 집에 친구와 친구의 아이가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좀 창피했지만 애들 있는 집은 다 그려려니 하며, 함께 놀고 싶다는 아이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집에 들인 날이었다. 친구가 돌아간 후 남자는 ‘정말 찐친인가 보다’라며 집이 이렇게 지저분한데 오라고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정색하며 하는 얘긴 아니었지만, 애써 모른 척하려고 했던 얼굴이 붉어졌다. 왜 정리와 청소는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냐고 목까지 차오르는 소리도 애써 꾹꾹 눌러놓았다. 그런 일들이 있으면서 물건에 집착하는 마음이 조금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니멀해지진 못하겠지만.


사실 내가 사라진 후에야 누가 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한다한들 내 귀에는 들리지 않겠지만 현재를 들키는 것보다 더 얼굴이 붉어질 것 같은 것은 왜인지… 기왕 가벼워지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가벼워져보자. 남자의 말에 대한 소심한 복수일지도 모르고…


어쨌거나 조금 가벼워지기로 한다.

무기력한 요즘에 새로운 바람이 되어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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