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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Aug 05. 2021

작은 인간의 온기


결혼 적령기는 이미 지났다. 예전엔 시집안가냐는 잔소리를 그렇게 들었는데 요즘은 세상이 바뀌었는지 비혼주의자이냐는 질문을 대신 받고 있다. 

무슨 주의라고 할만큼 고집스럽게 결혼을 반대하진 않는다. 단지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고 그러니 자연스레 결혼도 생각하지 않게 된것 뿐.. 

가정을 이룬 이들은 할 수 있을 때 빨리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라지만 나에게 아이들을 사랑스럽고 가지고 싶은 존재가 아니라 그냥 작은 사람이구나… 하는 그정도의 느낌만 있을 뿐이다.

 

그러다 가정과 아이에 대해 의식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얼마전 결혼한 친구가 몇 년만에 딸과 함께 방문했을 때였다. 마지막으로 봤을땐 태어난지 몇 달 되지 않았을 때라 할 줄 아는 거라곤 고작 먹고 자고 싸고 울고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몇배나 성장하여 걸어다니고 말을 하니 신기했다.  그리고 이모라 부르며 나를 안아주었는데..  

약간은 낯설고 이상한 그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것을 마주한 느낌? 따뜻하고 아련하고 떨리고 설레는 느낌?  아이를 안으면 원래 이런 느낌이 드는건가? 

친구의 말로는 매일이 그렇다고한다. 매일이 두렵고 설레는 순간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본인의 어린시절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엄마가 되고 보니 같은 희생과 사랑으로 자기를 키웠을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커지고 가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고.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을텐데..  

나의 엄마도 나를 안아줄때 이런느낌이었을까.  

나이가 들어서 이제야 여자로서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로서의 엄마는 평생 이해 못하고 살아갈 것 같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같은 자식을 둔 엄마도 엄마같은 엄마를 둔 나도 서로 안타까운 인생이다. 

결론은 역시 나는 가족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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