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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Jan 24. 2022

월동준비1. 패딩을 구매했다


올 겨울 패딩을 새로 장만했다.  

작년까지 입던 롱패딩은 회사 개들과 공사판에서 뒹굴어 처참한 지경이다. 게다가 난로에 태워먹은 구멍으로 움직일때마다 털들이 새나오고 있었다. 

새 겨울옷을 장만해야 할 시점이었다. 나름 까다로운 조건이 있어서 각오하고 쇼핑에 임했는데 의외로 딱 맘에 드는  옷을 구매했다. 예전에는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이 별로 없어서 디자인은 포기했었지만  요즘은 많은 제품이 존재하고 심지어는 디자인 선택의 여지도 있다! 

 

 

 

원하는 오리털 롱패딩

 

첫째,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제품일 것대표적으로 RDS (Responsible Down Standard)가 있는데  살아있는 동물의 깃털을 뽑는 행위를 하지 않고 오리와 거위 사육부터 도축 다운 생산까지 동물복지를 준수한 제품에게 주는 인증이다.  예전엔 유난떨지말고 그럴거면 그냥 오리털을 입지 말라는 말을 종종 들었으나 요즘은 오리가 산채로 털이뽑히며 괴로워하는 영상을 본 사람들이 많고(화제의 영상이라는데 나는 보지 못했다.) 복지 인증에 대해 알고나서는 구스다운 제품을 살때 한번씩 생각해보게 된다고 한다.   물론 안입는게 최선이겠지만 그나마 덜 해로운 쪽으로 선택해 보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오리나 거위의 고통 없이도 기능좋고 저렴한 소재의 제품들이 생기지 않을까. 

(이미 배양육이 유통중이고 배양모피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배양깃털도 곧…? )

 

둘째, 후드에 동물의 털이 달리지 않은 제품일 것. 풍성하고 부드러운 퍼는 외형을 한층 더 아름답게 해주지만  보온과 크게 상관 없다. 특히나 여성용 패딩에는 퍼가 없는 제품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는데 동물의 털이 없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후론 그런 디자인의 제품도 많이 생겼다고한다. 

 

기타등등,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 일 것. 안의 옷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오염에 강한 소재일 것. 아껴입는 성격이 못되고 옷도 잘 안빠니까…  (그치만 소재가 좋으면 비싸다.)


 

 

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쳤습니다



 외투하나를 고르는 것에서도 세상은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했다고 느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한정됨과 귀중함을 깨닫게 되고 인간을 비롯한 생명의 고통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대단할 것도 없는 우주의 극히 일부인 나조차도 조금 더 높은 의식의 차원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을 보면  결국 인류는 좋은 쪽으로 발전하리라고 믿어본다.  

덧,

인류는 좋은 쪽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나의 믿음에 심리상담가인 지인은 세상의 고통에는 총량이 있다며 인간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전쟁과 기아는 줄었을지언정 인간의 심적 고통은 늘었을지도 모르겠다. 

쇼핑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시 덧,

필요한 옷을 똑같은걸로 또는 색깔 별로 여러개 사는 나의 쇼핑패턴은 여자친구들의 극대노를 일으킨다. 

결국엔 본인들의 취향의 옷을 골라 나에게 입히고 마는데 그 덕분에 도시안에서 무리없는 사회생활을 유지했던 것 같다. 멀리 떠나와 있는 지금은 옷을 사입혀주는 친구가 없어 말그대로 패션테러리스트의 상태에 있다.  나갈일이 없어 아직은 불편한지 모르고 지내는 중이다.  

새삼 쪽팔려 하지 않고 지금의 내 꼬락서니를 견뎌주는 주변인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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