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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Jul 10. 2023

12. 부산에서 깜빡이는 피날레로 키는 것

나의 영도 정착기


 영도에서 차를 가지고 나가는 외출에는 아주 큰 결심이 필요하다.

부산 운전이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기 때문인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혼돈의 부산 도로를 타고 집에 돌아오고 나면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 든다.


부산에서의 운전이 어려운 이유


1 도무지 알 수 없는  도로 체계

뜬금없는 차선에서 고가를 타거나(보통은  제일 우측 또는 좌, 우측 반씩 나눠지지 않나) 넓은 대로의 거의 모든 차로가 좌회전 차선이라거나(많아봤자 2-3개이지 않나) 좌회전하자마자 도로 5차선을 넘어 우회전해야 하질 않나 여하튼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도로의 형태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도로는 매일같이 공사를 하고 있어 어제 있던 길이 오늘은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많다. 네비의 안내 차선과 존재하는 차선이 다를 때마다 다급히 이것저것 두드려보아도 네비는 도통 나의 위치를 찾지 못한다.  


2 산복도로 경사

 처음 온 부산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산비탈에 들어선 집들이었다. 비탈에 지어진 학교는 옥상이 운동장이었고 빽빽이 들어선 집들은 마치 앞집 지붕을 내 집 마당처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산 곳곳에는 산복도로라는 것이 있는데 고바위에 자리한 이 집들을 이어주는 경사로를 부르는 말인 것 같다. (훗날 택시 기사님이 뫼 산, 배 복자로 산허리에 있는 도로라고 알려 주었다)

 영도에도 봉래산 쪽으로 올라오면 이 산복도로들이 있는데 좁은 데다 갓길 주차가 늘어져있고 경사가 심하다. 급경사가 어찌나 심한지 마후라가 터진 적도 있다. 그것도 두 번 터졌다. 작은 내 차가 겨우 다닐만한 이 좁은 도로에도 마을버스는 곡예처럼 아슬아슬 잘도 다닌다.


3 부산 운전자들의 운전스킬(운전매너라고 표현할 수 없음)

 바로 이것이 타지방에서 온 쪼렙들이 감당하기 매우 벅찬 부분이다. 왜 이렇게 끼어들기가 안되나 싶었는데 부산사람의 말로는 깜빡이는 켠 후에 끼어들어선 안되고 끼어든 후 피날레로 켜주는 거란다.  (깜빡이 켜고 있으면 부산친구는 ‘저거 부산사람 아니네’라며 콧웃음 쳤다) 끼어들기는 둘째치고 안전운전을 초보운전이라 여겨 무시하는 이들의 태도가 문제인 것 같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참을성이 없고 자주 소리를 질렀다. 사고가 났으면 갓길로 이동해야 할 텐데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쌈박질을 해서 둘러가느라 애먹은 적도 많았다.

 위협적이고 무례한 태도를 접하다 보니 운전만 하면 나도 신경이 예민해지고 화를 잘 내게 되었고 그걸 본 부산친구로부터 이제야 ‘부산화’ 되었다며 칭찬?을 받았다….






내가 꼽은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도로는 바로 이곳이다.


영도에서 부산항 대교로 이어지는 도로

 .

 덧,  부산사람들은 종종 서울만 하겠냐고 응수하지만 그건 진짜 모르는 소리다.  서울은 차가 너무 많고 막혀서 힘든 것 외에는 딱히 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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