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영도는 왜 최저시급을 안 주는 거죠?
나의 영도 정착기
일단 요양보호사 학원에 등록한 후 그다음 눈에 들어온 건 집 근처 편의점 알바였다. 내가 원하는 요일과 시간으로 조정도 가능하고 편의점 일이 엄청나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다. 곧이어 면접 날짜와 시간을 통보하는 문자가 왔는데 면접장소가 일하는 곳과 전혀 다른 동떨어진 곳인 데다 내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명령?을 내려 처음에는 의아했다. 가족사항까지 표기된 주민등록 등본과 사진을 부착한 이력서와 성심껏 쓴 자기소개도 요구했는데 고작 몇 시간 일하는 알바에게 요구하는 서류치곤 많다 생각한 내 맘을 읽었나 점주는 아무나 지원하기 쉽게 해 놓으면 기본도 안된 것들이 지원하기 때문이라며 묻지도 않는 변명을 했다. 계속해서 명령조라 약간 찝찝했지만 사정 급한 건 나이니 별 수 있나. 이상한 지원자를 1차로 거르고 싶은 업주의 마음이려니 하고 나름 차려입고 서류를 작성해 면접을 보러 갔는데... (아래부터 이 괄호 안의 글은 내 마음의 소리)
-점주: 편의점은 원래 최저 시급은 주지 않는 건 알고 왔지요? (몰랐는데요)
-점주: 성실해 보이고 꼼꼼히 일해 줄 것 같으니 후하게 쳐서 7000원 줄게요. (후하게요???-당시 최저시급 대략 8500원)
-점주: 처음 온 사람들은 3달간 수습 기간이 있는데 시급의 90퍼센트만 지급하지만 애들도 아니고 성인이니 1달만 수습 할게요. (7000원에 90퍼센트 주면 내 시급은 6300원…? )
법정 최저 시급과 상관없이 자기 맘대로 주겠다니 이상하다 싶어 생각해 보겠다 하고 돌아왔다. 업주 말로는 여긴 ’ 원래‘ 그렇다며 본인이 제일 후하게 주는 거라 했는데 당시엔 무슨 미친 소린가 싶었지만 며칠 면접을 다녀보고 곧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정말로 더 심각한 곳도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6천 원 주는 그 일자리마저 절실한 사람들이 많아서일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리고 그 절실한 사람이 지금 나라는 사실은 더 착잡했다. 적당한 일을 찾기 전까진 하루 몇 시간 알바라도 하고 싶었던 나는 돌아다녀봐야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결국 첫 번째 면접을 본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첫날 쓴 근로계약서는 순 엉터리 계약서였다. 실제 시급인 6300원이 아니라 법정시급이 적혀있고 있지도 않았던 휴게시간이 들어 있으며 실제 일하는 시간보다 적게 표시되어 있었는데 이유는 주 15시간이 넘어가면 주휴수당을 줘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중 계약기간이 1년 이상으로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1년 이상 일할 생각이 없기에 이 부분은 변경해 달라고 하니 점주는 서류상으로만 1년일 뿐 의미 없다고 했다. 어차피 꼼수로 꾸며진 계약서라 무슨 상관이냐 싶어 순순히 사인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계약기간도 다 이유가 있었다. 1년 이상의 계약이어야만 수습기간을 적용할 수 있고 수습기간에는 임금의 90퍼센트만 지급해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필요이상의 개인정보를 자꾸만 요구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최저시급보다 덜 받기로 합의하고는 나갈 때 노동부에 신고하는 애들이 많아 '혹시 몰라' 받아두는 거란다.
'혹시 몰라'는 무슨 뜻일까. 신고하면 가족 친지들한테 해코지하겠다는 뜻일까. 여러모로 찝찝함을 남기고 편의점 알바생의 첫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