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 대하여

Nothing lasts forever.

by 해적왕꿈나무



영원한 기쁨도, 영원한 슬픔도 없는 거 같아요. 다시는 웃지 못할 줄 알았는데 거의 매일 웃고 살았어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민망할 정도로 온종일 웃은 적도 있었어요. 눈물콧물 줄줄 흘리며 후회하던 그 순간을 한시도 잊지 못할 줄 알았는데 마음에 묻고 살았어요. 잊지 못할 순간이라며 사진첩에 담아두었던 그 날은 사진을 보지 않으면 추억하지 않는 기억이 되어 있었어요. 기록하지 못한 어떠한 추억은 이미 기억 너머로 사라진 것은 아닐까요. 슬픔이 찾아오면 기뻤던 순간을 꺼내고, 환희가 온몸을 빈틈없이 감싸 안아주면 방구석에 숨어 아이처럼 울던 순간이 뇌리를 스쳐 가요. 그렇게 중간 어느 언저리로 돌아가요. 무너져 내리지 않게, 들떠서 이성을 잃지 않게.


봄이 와도 녹지 않는 것이 있어요. 알프스산맥의 웅장한 만년설 같은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꽁꽁 숨겨둔 만년설이 하나쯤 있지 않나요. 내 만년설은 가끔 몸집이 울룩불룩 커져 감당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답니다. 차갑고 딱딱한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짜디짠 폭포를 우웩우웩 게워내는 못난이. 내 만년설은 맑고 깨끗한 하얀빛을 띠지 않아요. 당신 마음에 숨겨둔 그것 또한 그렇겠죠. 서로의 것을 정중한 무관심으로 대하기도 하고,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루만져주며 조금은 작아질 수 있게 온기를 나누어 주기도 하고. 세 가지를 적절하게 돌려가며 해낼 수 있을 때는 어른이 될까요? 아직 나는 갈 길이 멀어서, 그게 너무 어렵고 눈치 없는 머저리 같은 순간만 쌓여 간답니다. 미안해요.


이랬다 저랬다 하는 내 마음을 나도 따라잡지 못하는데, 누군가 나에 대해 쉽게 재단해버리면 거기에 나를 맞추어 살기도 했어요. 기대에 부응하려고, 사랑받으려고 애썼던 그 순간들은 왜 그렇게 지독하게 정반대인 결과만 가져다주었을까요. 잘해보려고 하는 마음은 이상하지 않지만 그게 크면 이상해진다는 걸 잘 알아야 해요. 제일 좋은 건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예요. 그냥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나로 살아야 해요. 그건 분명 어려운 일이고 때로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까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임을 이해해야 해요. 슬프고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걸. 어른이니까, 다들 그러니까.


여전히 아이로 남고 싶어서 전력을 다해 도망쳐 보는 건 좋아요. 상처투성이가 되어 왔던 길을 되돌아올 테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낄 수 있으니. 누구도 돌아갈 수 없고 다들 이렇게 산다는 이상한 말의 향을 맡을 수도 있으니. 나는 이래서 어떻고 저래서 어떻다 하는 변명도 늘어놓지 않게 될 거예요. 지나간 일은, 어찌할 수도 없이 이미 벌어져 있었던 그 일은 특히, 그냥 그런 적도 있던 한때였던 거예요. 새로운 선택의 기로를 조우할 오늘에 최선을 다하면 돼요. 그러면 오늘이 될 내일은 아주 조금이지만 더 나을 테니. 영원한 기쁨도, 영원한 슬픔도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어른이 되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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