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겨울의 여름

by 해적왕꿈나무



스물넷에서 스물다섯으로 넘어오는 시간을 함께 보낸 이가 있었다. 그 도시는 밤하늘이 아름다웠다. 쏟아지는 별, 밝게 웃는 너, 물기를 머금은 따듯한 바람, 풀벌레 우는 소리만 들리던 시골길. 사랑에 빠지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와도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열병에 걸린 듯 나는 늘 홍조를 띠었다. 여름은 싫었지만 네가 좋았다. 우리가 신기했다. 나는 신기한 게 좋다. 화성에 사는 네가 금성에 사는 나를 만나 우리가 됐다는 게 신기해서 좋았다. 신기한 우리를 사랑했다. 사춘기 어린애처럼 들떠서는 울룩불룩 몸집을 키우는 마음을 다잡을 줄을 몰랐다. 때늦은 사랑앓이에 하루하루가 벅차고 두려웠다. 너는 점점 현실을 외면하기 힘들어했고, 비행기가 착륙하기를 담담하게 기다렸다. 나는 낭만을 따질 여유가 있었기에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빌며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아득바득 고집부렸다.


치밀한 계산으로 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광활한 우주에서의 랑데부처럼 무수한 확률을 뚫고 모든 게 다른 너와 내가 서로를 만났다. 그날의 무수한 별처럼 수많은 사람 중, 서로가 필요한 시간에 서로가 나타나서 서로를 알아봤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적이다. 두 번은 기대하기 힘든 축복이었다. 현실의 벽이 높게 느껴지는 미래의 어느 날에 나는 한 편의 동화 같은 더운 겨울을 떠올리며 힘을 내겠지.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저, 아름답던 그 겨울의 기억 속에서 뜨겁고 순수했던 모습 그대로 오랫동안 나를 위로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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