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워보지도 못하고 익어버린
2025년을 시작하며
새로운 해의 시작은 항상 설렘과 기대감이 충만하다.
작년 24년을 맞이할 때도 예외는 없었다.
오히려 세무사로서의 첫걸음, 첫 사회진출이라는 의미가 붙어서
평년 보다 더 들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올해도 역시 설렘과 기대감이 있다.
다만,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피워보지도 못하고 익어버린'
작년 한 해를 정리하는 문장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피워보지도 못하고 병든'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나는 병들었는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했다.
나를 몰아세우고 채찍질했다.
하지만 그 노력은 무엇인가로부터 도망가는 행위였다는 것을,
나는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되어서야 마주하게 되었다.
항상 외면하지 말고 직시할 것을 말하고 다녔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도망가고 있었다.
나는 꽃피울 수 있는가?
사실 그런 것은 관심 없다.
그저 나를 마주하고 싶다.
그저 나를 찾고 싶은 마음뿐이다.
24년의 설렘과 기대감은 밝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었다.
그것이 깨지고 박살 났지만 염원하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묘한 반가움과 낯선 어색함.
뭐 이것도 설렘과 기대감은 맞으니까.
계속 도망쳐서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러니 올해는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겠다.
고맙다. 기다려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