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사실
고시반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이었다.
군대처럼 같이 밥 먹고, 자고, 씻고.. 개인만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재밌게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면역력도 낮아졌던 시기라 잔병치레가 좀 있었다.
그중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발'이었다.
피부의 각질이 벗겨져 나갔고 미친 듯이 가려웠다.
발이 항상 발갛게 부어있었고, 채 굳지도 않은 선혈들이 피부에 항상 번져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발이 너무 욱신거려서 잠에서 깼다.
심장박동수에 맞춰서 발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캔유필마핱빝)
발 뒤꿈치는 띵띵 부풀어 있었고, 뜨거운 열감이 느껴졌다.
아침이 되니 더 커져있었다.
'일체형 천연깔창 개이득' 하고 룸메형이랑 웃어넘겼지만
웃어넘길 사안이 전혀 아니었다.
일단 신발을 신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발 사이즈가 큰 룸메형의 슬리퍼를 한 짝을 빌려신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발에 무게를 실으면 비명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그날부터 발 뒤꿈치가 내 몸의 주인이 되어버렸다.
축구선수 시절 힐킥으로 골을 넣은 순간 이후로 처음으로 관심을 가져줬다
다른 신체기관들은 발 뒤꿈치가 아픔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어느새 나는 절뚝거리며 이상하게 걷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심지어 머리도 아파서 공부가 안 됐다(?)
나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결단을 내렸다.
의료용 바늘로 부풀어 있는 발 뒤꿈치를 깊숙이 찔렀다.
그 안에 있는 피고름을 모조리 짜냈다.
다 짜내고 홀쭉해진 발 뒤꿈치에 만병통치약인 빨간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그러고는 걸었다.
똑바로 걸었다.
뒤지게 아팠다. 양말이 젖었다.
그래도 똑바로 걸었다.
'발'만 아팠다. 허리와 무릎, 그리고 머리는 아프지 않았다.
상처는 아픈 게 당연하다. 아프지 않으면 그것은 상처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때로는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아픔을 피해보려고 절뚝거린다. 그러다 보면 다른 곳들이 고장 나고 아파진다.
그냥 똑바로 걸어야 한다. 그리고 아파야 한다.
상처는 아픈 게 당연하니까, 아프지 않으면 그것은 상처가 아니니까
똑바로 걸어야만 한다.
아 뼈가 부러졌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거는 똑바로 누워있어야 한다.
그거는 그냥 좀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