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싱어와 동물해방
1960년대 옥스퍼드의 한 거리, 두 대학원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두 사람은 근처 가게에 들러 점심을 주문한다. 그러던 중, 문제가 발생한다. 그들이 주문하려던 스파게티의 소스에 동물육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인 리처드 케셴은 그러자 스파게티를 주문하기를 포기하며, 샐러드를 대신 먹겠다고 설명한다. 다른 대학원생은 의아한 채 묻는다.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케셴은 그를 또렷이 바라본 채 말한다.
"그것이 윤리적이지 않기 때문이야."
피터 싱어와 비거니즘 운동
인간은 동물인가? 300년 전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로서 동물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동물로서 다른 동물을 먹는 것은 과연 윤리적일까? 이 간단하면서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도전장을 던진 철학자가 있다. 앞서 언급한 다른 대학원생이기도 한 이 남자의 이름은 피터 싱어이다.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은 1980년대 동물권 운동의 철학적 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어의 책은 많은 이들에게 동물육을 먹지 않고, 동물의 고통을 인간의 고통만큼이나 존중해야 할 철학적인 근거를 제공하였다. 동시에, 싱어의 책은 환경론자들과 철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1978년, 마이클 폭스(Michael Fox)는 싱어의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말도 안 되는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싱어가 인간과 동물의 고통을 정량화하려 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또한, 리처드 포스너(Richard Posner) 역시 싱어를 비판하며, 동물이 인간과 같은 권리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한다.
물론, 싱어에 대한 모든 비판이 동물운동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포스너는 인간은 인간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존중을 받는 것이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유익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하며, 싱어의 주장을 반박한다. 포스너는 너구리와 같이 배를 주리며 길을 배회하는 동물들이 권리를 가지고 스스로 사는 것보단, 인간에 부속된 재산으로서 존재하며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더 많은 행복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싱어는 이런 포스너의 주장을 하나의 답변으로 반박한다.
"과연 얼마나 많은 너구리들이 인간의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가? 반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재산이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지는 궁금해할 필요조차 없다."
인종차별, 여성차별, 그리고 종차별
싱어는 <동물해방>에서 다소 생소한 개념을 소개한다. '종차별'이라는 개념이다. 싱어에 의하면, 종차별은 지성이 있는 존재에 대한 종에 기반한 차별로, 특정한 동물을 그 종 때문에 차별하는 것을 일컫는다. 여기에서 싱어는 인간도 호모 사피엔스로서 동물의 일종이기에, 인간과 다른 동물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차별 역시 종차별이라고 이야기한다.
싱어는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종차별을 19세기의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에 빗대어 설명한다. 논지는 현대 동물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19세기 이전에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을 정당화했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8세기의 계몽주의 철학자였던 볼테르는 흑인들이 '지성이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들의 정치적 참여를 막았으며, 백인과 흑인이 같은 '인류'에 속해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당시 흑인들이 긴 역사의 노예제도를 비롯한 구조적인 차별과 가난에 시달려 교육을 받지 못한 문제는 무시하고 말이다. 같은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 역시 여성들의 참정권 반대를 주장하며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퇴행된' 존재라고 이야기하며, 지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볼테르와 루소의 말이 통용되지 않는다. 흑인들과 여성들이 백인 남성보다 지성이 부족하지도 않을뿐더러, 애초에 '지성'을 기반으로 정치적인 차별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참여를 원하는 모든 성인은 투표권을 가진다. 어떤 사람이 지성이 더 많다고 해서 투표권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루소와 볼테르의 시기에 여성과 유색인종들이 겪던 차별과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즉, 우리 사회는 지성의 유무와 정도에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권리를 주기로 약속했다.
싱어의 주장은 바로 여기에서 들어온다. 싱어는 마치 인종, 성별, 혹은 지성이 누군가를 차별할 근거가 되지 않듯이, '종'에 기반해 동물을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지성의 유무가 정치에 참여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무관한 것처럼, 싱어는 동물의 종 역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막을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들이 지성이 있는가?"나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닌,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이다'
피터 싱어의 공리주의
물론, 싱어가 돼지와 같은 동물에게 투표권을 주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싱어는 인간이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돼지는 살고 싶지, 투표를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투표를 하는 행위, 혹은 인간과 비슷한 지성을 가진 동물이 하고 싶은 행위를 돼지는 상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동물은 상상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행복을 얻을 수 없다. 단, 돼지는 고통을 느끼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에, 돼지를 먹기 위해 죽이는 것은 돼지의 행복에 어긋난다고 싱어는 말한다.
싱어의 이런 사상을 철학적인 용어로는 공리주의라고 부른다. 공리주의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행동이 윤리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사상으로, 19세기에 영국의 제러미 벤담을 비롯한 철학자들에 의해 수립된 사상이다. 당시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과 같은 공리주의자들은 인간이라면 그 계급에 상관없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벤담과 밀에 의해 세워진 런던대학교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종교, 성별, 인종에 상관없이 학생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 공리주의의 첫 출발이었다.
<동물해방>에서 싱어는 이런 공리주의 철학에 동물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고통을 느낀다. 따라서, 공리주의의 행복 추구와 관련된 논리를 비인간 동물에게 적용하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싱어의 주장이다. 인간이 동물육을 먹을 때 느끼는 행복은 일시적인 입맛, 즉 취향의 행복인 반면, 동물은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평생 좁은 축사에서 강제로 사육당하며 살을 찌워야 한다. 특히 현대 동물 목축업의 실태를 고려하였을 때, 고기가 되기 위해 사육당하는 동물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즉, 인간의 작은 행복을 위해 다른 동물이 일생 동안 고통받게 하는 것은 결코 공리주의적이지 못하다고 싱어는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이 논리는 어떻게 적용될까? 2019년 IPC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퍼센트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소 한 마리를 기르기 위해서는 연간 약 1만 5천 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목초지 조성을 위한 삼림 벌채는 아마존의 파괴를 가속화한다. 싱어의 공리주의 논리를 따르자면, 인간의 일시적인 미각적 즐거움을 위해 동물의 고통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것은 이중으로 비윤리적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다면, 축산업으로 인한 기후위기는 현재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행복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피터 싱어와 장애아 낙태 논란
그러나, 싱어의 공리주의에는 심각한 함정이 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다'라는 구호는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그 결과가 좋다면 (행복을 증진시키기만 한다면) 그 의도와 과정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리주의의 한계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싱어가 <동물해방>을 쓴 이후에 발생했다. 2011년, 싱어는 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적극적으로 낙태하는 것이 윤리적이라 주장하며, 장애아를 출산하고자 하는 부모들을 비판했다. 이전에도 꾸준히 장애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만들어온 그는 장애아를 죽이는 것이 '일반 인간이나 다른 지성을 가진 동물을 죽이는 것과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며 그의 입장을 변호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싱어의 <동물해방>과 그의 장애아 낙태 발언을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동물해방>에서 그는 '다른 동물에 비해 의식, 지능, 지성이 모두 자명하게 낮은 인간'들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침팬지, 문어와 같은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보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비판한다. 싱어는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 특히나 유아들과 장애인들은 결코 최대 다수의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없음을 역설한다. 즉, 싱어는 특정 인간들(아동, 장애인 등)의 지위를 '비인간'으로 내림으로써 동물들의 상대적 지위를 높인 셈이다.
물론, 싱어의 장애에 대한 견해는 비판받아 마땅한 점이 많다. 싱어의 가장 큰 실수는 장애인들이 느끼는 행복의 양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매우 가난한 집에 태어난 비장애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가난한 집에 태어난 아동은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조건이 무척이나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기여할 확률도 그만큼 적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가난한 아동들을 낙태하자고 주장하지는 않지 않는가? 이는 가난한 사람들도, 스스로의 노력과 사회적인 보장 제도의 도움으로 충분히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 역시 마찬가지다. 싱어는 장애를 타고나는 것이 곧 불행한 삶으로 이어진다고 믿지만, 장애를 가진 삶에서 행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장애 연구자 마이클 베루베에 의하면, 장애는 생물학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만이 아닌, 그를 둘러싼 사회적 제도와 문화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눈이 나쁜 사람을 생각해보자. 당장 나부터도 안경을 쓸 정도로 시력이 좋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장애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안경과 다양한 사회적 배려(밝은 색 표지판, 시력교정술, 그리고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시선 등)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생물학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 역시 문제없이 살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존재한다면 장애인 역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싱어의 가장 큰 실수는 동물들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 과소평가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본인 역시 장애인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에 있다.
문제작 <동물해방>, 대체재는 있는가?
싱어의 <동물해방>은 명암이 존재하는 책이다.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기에 채식주의의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높인 공로는 인정해야 하겠지만, 현대의 동물권 운동이 <동물해방>을 넘어설 필요가 있음은 자명하다. 동물과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가, 사회 전체의 최대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개개인의 선한 의도와 최선의 행복을 위해서 나아가길 원한다면 말이다.
다행히, 대체재는 존재한다. 최근 포스트휴머니즘 철학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동물과 동물 사이에도 지성을 기반으로 한 우위가 있다고 믿은 싱어와 달리,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과 비인간 동물 사이의 차이를 인정할 뿐, 어떤 도덕적 우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도나 해러웨이는 개와 인간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동반자'로서의 인간-비인간 관계에 대한 해석을 시도했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궁극적으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이렇듯, 인간을 중심으로 여기는 인본주의(Humanism)을 부정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정의에 대해 폭력적이지 않은 관계를 성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동물을 먹을 것인가? 먹지 않는다면, 왜 먹지 않는가? 그것이 사회 전체의 최대 행복에 기여하기 때문인가, 혹은 다른 생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그저 도덕적으로 그릇된 행동이기 때문인가? 이 책은 독자에게 무엇을 먹으라고, 혹은 먹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을 먹는가'라는 질문만큼이나 '왜 무엇을 먹는가'라는 질문 역시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고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피터 싱어, <동물해방>, 1976, 연암서가, 김성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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