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정한 방향 덕분에
몰타를 다녀온 지 벌써 여섯 달 지났다. 미치도록 하고 싶은 것을 적는 난에 ‘몰타 한 달 살기’라고 적고 그 시간을 기다렸다. 무작정 기다린 것 만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 방향으로 살아보겠다고 정하고 걸어왔다.
마산대학교에서 7년간의 교수직 끝내면서 두 가지를 결심했다.‘내 공간 가지지 않겠다.’, ‘내 통제력 안에 일만 하겠다.’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에 대한 조건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조직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한곳에 머물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내가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프리랜서가 되었다. 요즈음은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을 ‘1인 기업’이라 부른다.
두 가지 기준에 부합되는 내 일을 물리적 공간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면 나는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나이 오십 이후에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었다. 여행을 하다가 일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일은 하지 말자. 내가 어디에 있든 공백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일을 하자. 내가 어떤 일을 해야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알지는 못했다. 방향만 있을 뿐이었다.
코로나는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여행 클럽을 운영하며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전국에 있는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 매주 10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하고 다녔다. 부산, 창원, 대구, 밀양을 매주 다녔다. 일주일에 두 번씩 가는 날도 있었다. 가끔 서울도 갔다, 사람들을 만나서 여행 세미나를 열고 함께 떠날 여행을 계획했다. 힘든 줄 몰랐다. 각 지역에 있는 여행 회원들은 공항에 가야만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서로가 얼굴 보고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국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여행학교를 열었다. ‘줌’이라는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했다. 온라인으로 여행학교를 진행하는 첫날 20여 명의 사람들이 줌에 접속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다음 접속에서는 조금 나아졌다. 온라인 만남이 익숙해질 즈음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여행도 자유롭지 할 수 없었다. 매주 한 번 여행학교를 열었다. 같이 얼굴 보고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20년 5월 15일 5시 30분. 줌으로 영어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네 명이 함께했다. 이어서 한 반이 더 만들어졌다. 여섯 반까지 늘었다. 비행기가 다시 뜨는 그날까지만 수업하겠다고 계획했다. 코로나의 상황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나에게는 기회였다. 온라인으로 매주 여행학교를 하고, 매일 영어 수업을 진행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줌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있었다. 모두가 온라인 환경에 곧 적응했다. 어쩔 수 없어 시작했지만 장점이 더 많았다. 팬데믹 상황은 끝났지만, 나의 시스템은 이전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럴 필요 없었다.
오프라인으로 하는 강의가 어려워서 온라인 강의를 선택한 것만은 아니었다. 온라인만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을 찾아내서 강화시켜야 한다. 와인 강의는 여전히 현장 강의로 남아 있다. 와인 수업에 대한 부분은 아직 결론 내지 못했다.
작년 12월 셋째 주부터 1월 첫 주까지 몰타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한국에 있을 때처럼 몰타에서도 온라인 시스템으로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비즈니스 회의, 강의 진행. 강의 수강 등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8시간의 시차가 있다. 한국시간에 맞추어 알람 설정을 해 두었다. 영어 수업은 밤 9시부터 새벽까지 이어졌다. 초저녁에 잠을 자고 수업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 밤에 이루어지는 수업은 집이나 카페에서 참여하거나 진행했다. 배를 타고 시칠리아를 다녀오는 날 하루를 빼고는 모든 수업을 차질 없이 진행했다.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10년 전 내가 정한 ‘통제력 안에 있는 일만 하기’라는 기준을 정해 놓기는 했지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하게 될지를 정한 것은 아니었다. 방향을 정하고 가다 보니 좋아하는 일, 돈 버는 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오십에 하게 되었다. 노트북 하나 들고, 인터넷 환경이 따라 주기면 하면 어디서든 내 사무실을 펼칠 수 있다.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 날을 위해 과감하게 오프라인 수업 정리했다. 기존의 방식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는 없다. 온라인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추가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1년에 한 번 [글쓰는사람들] 수강생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글쓰기 캠프를 열고 있다. 1박 2일로 진행한다. 전국에 있는 작가님들을 만나기 위해 매달 순회 방문을 하려고 한다. 만남의 형태는 다양하다. 특강을 진행하거나 북토크를 할 생각이다. 지역의 서점이나 도서관을 함께 여행하기도 할 것이다. 아직 시작해 보지 않은 시스템이라 지금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차차 들려줄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다.
내년 1월 다시 뫁타에 가려고 한다. 한번 해 본 일은 조금 더 쉽다. 마무리 못한 몰타의 이야기도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다. 한달 살기를 막연히 꿈꾸는 사람들에게 몰타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묻고 싶다. 왜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냐고.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무엇을 하면서 보낼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 달의 시간은 길기도 짧기도 하다. 매일 관광을 하면서 보내기에는 너무 길다. 준비 없이 현지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는 너무 짧다.
각자의 목적이 무엇인지, 왜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은지를 나의 의야기를 통해 계획해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적어 갈 계획이다.
2026년 1월 몰타에서 두 번째 한 달 살이를 할 나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함께 했던 스물세 명의 경험도 함께 담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