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공항에서 시작

by 여행하는 술샘

평화로웠다. 챙겨야 할 일행 없었다. 천천히 짐을 찾았다.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몰타 스토리 유학원’ 이사님 부부 말없이 따라갔다.



7년 전, 8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몰타 공항에 도착했던 때가 떠올랐다. 작은 공항을 가득 채웠던 한국 사람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버스 기사를 따라 공항을 빠져나갔다.

버스 두 대에 나눠타고 출발하려는데 인원이 부족했다. 버스 한 대를 먼저 출발시켰다. 나는 남아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캐리어 부서져 보상 카운터에 다녀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또 한 사람은 비행기에 전화기 두고 내려 기다린다고 했다.

삼십 분 이상 지체되었다. 두 사람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기다리게 되었다. 기다리던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20여 분 호텔로 가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의 눈치 살폈다.캐리어 파손되었을 때 새 캐리어로 공항에서 받거나 배송받는 방법, 현금으로 받는 방법 등의 경험 나누었다.비행기 안에 물건 두고 내릴 경우를 대비해서 탑승권은 꼭 가지고 있고, 반드시 지정 좌석에 앉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버스 안에서 잠시 여행 상식을 나누는 여행학교를 진행했다. 여행은 늘 예측할 수 없고, 언제는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사람들은 표정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앞자리에 앉아 몰타의 풍경을 즐기려고 하던 때 보이스 톡이 울렸다. 먼저 출발한 비비에게서 온 전화였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있는데 빨리 안된다고 다들 난리라고 했다. 곧 도착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버스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어서였다. 잠시 후 호텔 앞에 버스가 서자마자 호텔 로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5성급 인터컨티넨탈 호텔 로비가 도떼기시장보다 더 시끄럽고 정신 없어 보였다.

호텔 직원들의 서비스는 느렸다. 내가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 돕고 싶었다. 80명이 한 번에 도착하리라 예상을 못 했던 걸까? 그들도 당황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몇 시간 걸려서야 방 배정 끝내고 나도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첫날부터 시끄럽게 시작했던 여행이었다. 여행 기간 내내 크고 작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10년 동안 여행 클럽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여행을 꼽으라면 단연코 몰타가 1위이다. 여행을 함께했던 사람들 사이에도 불편한 일들도 있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 멋진 호텔에서의 첫날밤 아름다운 기억은 없다.


그런 몰타였다. 100번 이상 상 여행을 한 나에게 사람들이 자주 물었다. 어디를 다시 가고 싶냐고. 몰타를 다녀온 이후 나의 대답은 늘 ‘몰타’였다. 사건 사고 해결하느라 몰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일주일은 짧고 한 달 이상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었다. 나와 함께 여행 했던 이들도 나처럼 몰타를 그리워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몰타에 ‘한달살이’하러 오게 되었다.

몰타 공항을 천천히 구경했다. 어학원 카운터가 공항 한쪽 끝에 모여 있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몰타는 영어 어학 연수지로 유명하다. 40개가 넘는 어학원이 있다고 한다. 혼자 어학연수 왔다면 부스를 찾아가 안내를 받았을 거다. 현지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베네 원장님이 있으니 어학원 부스는 패스했다. 공항 건물 밖으로 나와 플랫폼 택시를 기다릴 수 있는 승강장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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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몰타의 아침은 화창했다. 시원했고 상쾌했다. 지난 7년간 그리워했던 몰타가 무엇이었는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코트 단추 풀고 목도리 빼서 가방에 넣었다. 따뜻한 겨울 나라 몰타에 도착했다.

숙소로 가기 위해 플랫폼 택시 ‘볼트’를 불렀다. 짐까지 넉넉히 실을 수 있는 밴이 필요했다. 차가 도착하는데 긴 시간걸리지 않은 것 같다. 몰타를 만끽하느라 기다리는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여행은 늘 나에게 선물 같다. 간밤에 먼저 도착한 나의 일행들은 내가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없이 몰타까지 가야 하는 일행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곧 편안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계획에 없었던 혼자만의 48시간. 선물 같은 시간을 누렸다. 내가 탔던 아시아나 비행기에 문제가 있어 출발이 늦었다. 당연히 연결 편을 타지 못해 이스탄불에서 하루를 보내고 일행보다 하루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내가 보낸 이틀의 시간 동안 인생을 배운다.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고, 생각지도 못했던 장애물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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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가 하는 걱정의 실제 크기는 생각만큼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의 의지나 능력으로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은 즉시 수용한다. 상황이 바뀔 때까지 그 순간을 누리고 활용한다.

비행기가 조금 늦게 도착하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이런 상황을 만나면 오히려 이러기로 한 것이 진짜가 아니었나 생각하기도 한다. 마음을 고치면 몸이 편해진다.

큰 장애물 하나 치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몰타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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