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사는 행복

by 여행하는 술샘


내년에 고3이 되는 아들은 전화 통화할 때마다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한다. 수학은 계속해서 학원에 다니고, 다른 과목들은 온라인 수업 들으며 문제집 풀겠다고 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부모들도 입시 전문가가 된다는데, 나는 아는게 별로 없다. 정원이는 과목별로 어떤 수업과 교재가 좋은지 알아보고 결정하고, 그 이유를 내게 이야기 해 준다.


공부에 관해서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것 같다. 국어를 잘 하는 친구에게 학원에서 쓰는 교재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방송부 선배에게 온라인 강좌에서 어떤 선생님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도 물었다고 했다.


지난 한 주간 아들을 위해, 송금하거나 카드 결재한 금액이 백오십만원 정도 된다.

온라인 강의 사이트 1년구독, 과목별 문제집. 체대 입시를 위한 학원비 등이다. 오이값이 좋지 않은 달에는 남편이 주기로 한 정원이의 용돈도 내 몫이다. 농부의 돈주머니는 시세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정원이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식비로만 사용하는 카드이다. 용돈으로 식사나 간식을 해결하면, 저렴한 편의점 음식만을 먹거나, 충분히 먹지 못한다고 했다. 언제든 먹고 싶은 거 모두 사먹으라고 했다.

찬구들 햄버거 2개 먹을 때, 고민 없이 4개 주문 할 수 있어 행복하단다. 뭐든 맛나게 잘 먹는 정원이는 엄마 카드 덕분에 풍요로운 외식 생활을 한다며 늘 싱글벙글이다. 햄버거 주문해 놓고, '엄마 잘 먹을께. 고마워.' 사진과 함께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아들에게 ‘나’같은 엄마 있어서 좋겠다고 했더니, 10년 후에 나에게도 그런 카드 만들어 준단다. 나도 아들 덕분에 풍요로운 외식 생활할 수 있겠다. 가끔 밥도 사고, 차도 사고.


돈은 쫒으며 살지는 않지만. 돈은 늘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정원이가 필요하다는 돈을 걱정없이 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면 그건 내 몫의 고민이다. 지금 정원이의 고민은 필요한 만큼의 성적을 얻고, 가고 싶은 대학에 가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꿈을 위해 주저 없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학교생활에 책임을 가지라고 말한다. 내 몫의 고민을 정원이에게 넘기지 않으니, 정원이도 자신의 본분을 지켜야한다는 말로 책임을 설명했다.


지난 한주간 정원이를 위해 돈을 쓰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아이에게 형편을 말해서 조율을 해도 된다. 부모의 경제사정을 숨긴채 무리해서 아이에 돈을 쓰지는 않는다.

정원이는 돈을 써야할 때 충분히 여러번 고민하고 나에게 이야기한다. 가격도 내용도 따져보고 골라서 금액과 방법을 말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지를 되묻지 않는다.


행복을 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은 정해져 있다. 돈이 무조건 많다고 행복의 정도가 그 양에 비례하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의 반대는 불행은 아니다.

정원이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만큼의 돈이 충분하지 않았어도, 정원이가 바로 불행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지원해 줄 수 없다고 해서,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어제 오랜만에 마산대 제자 지은이에게 전화가 왔다. 결혼하고, 아이 둘 키우느라 10년간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만 살고 있다. 학교 다니는 내내, 지각 한번 안하고, 늘 장학금을 받았던 학생이다. 졸업후에도 와인영업을 잘해 전국에서 탑을 할 정도로 자신의 일을 잘 해냈다.

10년 사이 본인이 경력단절녀가 되었다며, 더 늦어서는 안되겠다며 연락을 한 것이다.

지은이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도 있더라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사람은 자아실현만으로 만족감을 가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선 내 쓰임을 찾고, 인증을 받는 것이 최우선이다. 내 노력에 대한 댓가를 받고, 그렇게 번 돈을 내가 쓰고 싶은 곳에 아낌 없이 쓸 수 있을때 행복하다. 딱 그만큼의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기도 하다. 그 다음 재미와 보람을 찾아가야 한다.


좋아하는 일, 돈 버는 일, 다른 사람을 돕는 일, 이 세가지를 실현하며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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