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으로 출근하는 예비 고3 아들

by 여행하는 술샘

정원이는 매주 일요일 롯데 아울렛 푸드 매장으로 출근한다. 프레젤을 파는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 11월 친구를 대신해서 아르바이트를 한번 갔었다. 사장님이 계속 출근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했다.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고깃집에서 2개월간 일해 본 경험이 있다. 이건 또 다른 일이니 재미있을 것 같단다. 고깃집보다 덜 힘든 일일 것 같다고도 했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정원이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느라 늘 잠이 부족하다. 아침에 일어나기를 힘들어한다. 괜찮겠냐고 물었다. 일요일에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그 시간에 차라리 일을 하며 조금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했다.

정원이의 의견에 동의했다. 해 볼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 보기를 바란다. 일주일에 하루 사회인으로 살아보는 경험은 정원이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아울렛은 정원이가 좋아하는 장소이다. 나와도 가끔 쇼핑을 가서, 이 매장 저 매장 둘러보는 것을 즐긴다. 매번 돈을 쓰기 위한 갔던 장소에 일을 하고 돈을 벌러 가는 입장이 되었다

아침잠 많은 정원이는 출근 시간에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다. 깨우지 않아도 시간 맞춰 일어나서 버스와 전철로 아울렛까지 간다. 출근하면서 늘 전화 한다.

"사장님, 돈 많이 벌어오세요.

오늘 하루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사장님으로 일해야 힘들지 않아."


출근하는 아들에게 '사장님'이라 칭한다. 오늘 하루만큼은 정원이가 매장의 사장님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내가 주인이라 생각하면 행동이 달라진다. 행동이 달라지면 내가 배우고 깨닫는 것도 다르다.

사장님의 마인드로 출근한 아들은 시키지 않은 일도 먼저 찾아서 했다고 했다.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했다고 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보다 본인의 시급을 조금 더 높게 준다고 좋아했다. 사장님으로 출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일이 진짜 사장님도 마음에 들었나 보다.

지난주 일요일에 아르바이트를 다녀와서는 오래 기다린 손님이. 자신에게 서비스가 느리다고 욕을 하며 갔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빠르게 해 주느라 손도 데이면서까지 해 주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억울해서 따지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나 사장이지!, 사장인데 그러면 안 되지.'하며 참았단다. 내가 출근할 때마다 '사장님'이라 부르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오라 했더니, 마인드와 함께 행동까지 그렇게 되었다.

한 달에 네 번 출근해서, 30만 원 정도의 돈을 번다. 정원이가 얻는 것은 돈으로 계산이 안되는 몇십 배의 가치가 있는 경험이다. 사장님의 입장도, 손님의 입장도 되어본다. 소비의 장소가 생산의 장소가 된다. 30만 원을 버는데,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동의 강도를 몸소 배웠다. 이렇게 번 돈을 어떻게 벌지를 고민한다. 30만 원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19살이 된 정원이는 자신의 10대를 잘 살아가고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며 지낸다. 지금이어야 하는 일들을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알고 있다. 그것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정한다. 가야 할 방향이 정해져 있다. 속도 조절도 정원이 몫이다. 나는 뒤에서 박수 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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