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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영 Dec 06. 2021

도로 위 레이싱 레전드 알파로메오 티포 33 스트라달레

알파 로메오 역사의 황금기를 장식하는 주역으로 남은 걸작

1967년 몬자 오토쇼에서 처음 선보인 티포 33 스트라달레 (좌) / 스트라달레와 함께 제작된 레이스카, 티포 33 페리스코피카 (우)

1967년 8월 31일 이탈리아 몬자 오토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1960년대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의 황금기에 알파 로메오가 빚어낸 작품입니다. 베이스가 된 모델은 1966년부터 그룹 6 클래스에 출전한 티포 33으로, 여러 파생 버전들이 있는 가운데 티포 33 '페리스코피카'와 같은 시기에 제작됐던 것이 이 티포 33 '스트라달레' 입니다. 스트라달레는 이탈리아어로 길을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쉽게 말해 티포 33의 도로용 버전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티포 33 스트라달레의 초기 설계 도면과 디자이너 프랑코 스칼리오네

기존의 그룹 6 출전에 이어 그룹 4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출전 모델을 최소 50대 생산해야 했던 새로운 규정 충족을 위해, 최소한으로 양산하여 프로토타입 두 대를 포함한 총 생산량이 18대에 불과한 수작입니다. 단순 룰을 충족하기 위해서만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시 티포 33으로 레이싱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알파 로메오였기에 고성능의 소형 스포츠카를 양산하고자 했던 당시의 CEO인 주세페 루라기의 야망이 담긴 모델이기도 합니다. 엔진 및 구동체계는 레이싱 모델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차체의 디자인은 알파 로메오 줄리에타 스프린트와 B.A.T 등 에어로 다이나믹을 활용해 아름다운 조형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코 스칼리오네가 맡아 유려한 라인을 만들어냈습니다.


디자인을 공기역학적으로 다듬기 위해 차체에 털실을 붙여 공기의 흐름을 분석했습니다
1967년형과 1968년형은 (각각 좌/우) 디테일에서 미묘한 디자인 차이를 보여줍니다

지금과 달리 에어로다이나믹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거의 전무했던 당시에, 스칼리오네는 티포 33 스트라달레를 개발하면서 공기저항을 파악하기 위해 바디에 털실을 붙이고 차를 주행할 때 털실이 날리는 흐름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분석했습니다. 프로토타입 생산은 알파 로메오의 자회사인 아우토델타가 맡은 대신, 양산형은 밀라노 소재의 카로쩨리아 마라찌에서 생산됐는데, 전 모델이 수작업으로 생산되어 각 개체마다 성능이나 외

형적인 특징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티포 33 스트라달레에는 양산차 최초로 버터플라이 도어가 사용됐습니다

그 밖에도 현시대의 맥라렌 라인업이나 라페라리에서 볼 수 있는 버터플라이 도어 형식의 문을 최초로 사용한 것 또한 이 모델입니다. 위로 열리는 특징과 더불어 도어의 창문이 지붕까지 이어져 미래적인 인상을 주는데, 이렇게 설계된 의도는 차량의 높이가 99cm에 불과했기 때문에 도어가 열리는 범위를 지붕으로까지 넓혀 어렵게 비집고 들어가 타는 수고를 없애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형태가 기능을 따른 적절한 예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티포 33 스트라달레와 8C 콤페티치오네의 크기 비교
티포 33 스트라달레의 섀시를 활용해 (좌) 다양한 컨셉트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볼륨감이 넘치는 바디 덕분에 덩치가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지금 생산중인 라인업에서 가장 작은 4C보다도 크기가 작습니다. 33 스트라달레에 사용된 섀시는 이후에도 베르토네에서 디자인한 나바호랑 카라보 등등 알파 로메오 브랜드의 컨셉트카로 재활용되어, 총 생산된 18대중 5대가 컨셉트카 6종을 제작하는 데에 쓰였습니다. 5대에서 한 대가 더 늘어난 것은, 같은 섀시 위에 다른 바디를 얹어 각각 다른 모델의 컨셉트카로 선보인 사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티포 33 스트라달레는 판매 당시부터 시판 차량중 최고가를 기록하여 동시대에 현역이었던 람보르기니 미우라나 페라리 365 GTB 보다도 가격을 웃돈 모델이었습니다.


레이싱카에서 비롯된 뿌리가 엿보이는 웅장한 리어. 인테리어도 안 볼 수 없지요

디지털화된 개발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오늘날의 자동차 디자인과 달리, 큰 형태을 다듬어 만들어낸 볼륨과 곡선으로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레이싱카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광폭 타이어와, 차체 후방에 구조가 그대로 노출된 머플러가 유선형의 바디라인과 대비되는 인상을 주어 60년대 레이싱 스펙 유럽 차량들 특유의 기계적인 아름다움도 동시에 느껴지는 자동차입니다.


올해 F1 출전 머신인 2021 알파 로메오 레이싱 올렌 C41 (좌) / 2021 알파 로메오 줄리아 GTAm (우)

1985년 철수 이후 2018년에 F1 챔피언십으로 복귀한 데에 이어 신형 줄리아와 스텔비오로 새로운 영광을 노리는 오늘날의 알파 로메오에게 있어 지금 가장 눈여겨볼 레퍼런스는 자신이 한때 일궈냈던 과거의 영광이 아닐까 싶습니다. 60-70년대의 이탈리아 자동차들은 잔고장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그만큼 대담하고 아름다웠으니까요.


갤러리 아바스 운영 당시 전시됐던 티포 33 스트라달레 (좌) / 무제오 스토리코에 전시된 티포 33 스트라달레 (우, 복제품)

남아있는 티포 33 스트라달레는 현재 개인 콜렉터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1호 프로토타입은 일본 야마나시

현의 사설 박물관인 갤러리 아바스에서 전시중이었으나 지금은 박물관이 영구 폐쇄 중입니다. 2호 차량은 알파 로메오에서 소유하여 현재 밀라노 소재의 박물관인 무제오 스토리코 알파 로메오에서 전시 중입니다.


티포 33 스트라달레에 대한 감상, 또는 그밖의 정보나 일화를 알고 계시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instagram : @_j.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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