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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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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Apr 11. 2023

음언니의 정체

 장애인. 사회에서 분류한 음언니의 정체였다. 뇌 병변 1급 장애가 있어 갑자기 경기를 할 수 있어 옆에 누가 있어야 하는 사람. 갓난아이 정도의 지능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 게다가 뇌성마비를 앓아 한쪽을 온전하게 쓰지 못하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다. 

 음언니는 성질이 급한 것 같다. 태어나자마자 여러 번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엄마는 음언니의 삶의 대한 끈을 끝까지 잡고 놓질 않았다. 의사 선생님 못지않게 전문 용어를 배워가며 음언니의 상태에 관해 공부했고, 살려만 달라고 빌었다. 가슴이 끊어지도록 슬펐지만 버텨냈다. 강인한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지지 않은 만큼 큰 슬픔을 버텨낸다. 간혹 엄마가 강인하다는 사실을 외면하고픈 이유다. 

 종교가 없는 엄마의 기도가 과연 어디에 닿았나 싶지만, 간절한 기도는 이뤄졌다. 3번에 걸친 대수술 끝에 음언니가 고비를 넘긴 것이다. 당시 나는 별생각이 없었다. 동생을 보러 병원으로 가는 게 이상한 것 같기는 했지만, 아가였던 동생은 여느 아기와 비슷했으니까. 그저 신기하고 귀여웠다. 언제 집으로 돌아가 뭐하고 놀까 그 생각뿐이었다. 

 부모님이 뻔질나게 다녀가고 집보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많았어도. 병원은 회복하는 곳이지 집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음언니이도 잠시 아픈 ‘환자’로 생각할 뿐 영원히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병원이니까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집에만 가면 음언니와 마음껏 놀 것을 기대했다. 그래서일까. “조금 있으면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엄마의 말에 어린 나는 무작정 환히 웃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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