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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Apr 11. 2023

기복신앙

 어쩌다 친구에게 이끌려 교회에 나가게 됐다. 주일학교에 나가 예배도 보고 수업도 받고 성경 공부도 했다. 순수한 신앙심이나 하나님의 사랑만으로 교회를 나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교, 품앗이, 하다못해 정신적인 만족 등 어떤 구체적인 이익이 있으니 나가는 것 아닐까. 

 어른들 못지않게 아이들 역시 그런 곳에 나가는 데는 순수한 신앙심 외에, 실질적이고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것은 예배 후 주는 간식이 될 수 도 있고, 착한 어른들이 해주는 칭찬일 수도 있고, 피아노나 드럼 같은 악기를 배운다거나 또래 친구들과 놀 수 있으니까 오는 걸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모든 것을 재미있어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엉큼하면서도 궁극적인 목적이 있었다. 바로 ‘기도법’을 익히는 것이었다. 아픈 사람을 낫게 했다는 예수님에게 닿는 기도를 하고 싶었다. 어느 정도 하나님을 알고, 안면을 텄다고 생각될 무렵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자기 전 깜깜한 방 안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는 것이다. ‘죄 없는 동생을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지금은 특별히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으나, 기회를 주신다면 나중에라도 꼭 갚겠습니다.’

 하나님은 답이 없었다. 아니면 외상을 싫어하셨나 보다. 열심히 기도하는 누구는 하나님을 보기도 한다는 데, 나는 보기는커녕 실루엣이나 머리카락 한 올도 볼 수가 없었다. 고독한 기도는 계속됐다. 그럴수록 의심도 계속됐다. ‘아니, 눈먼 사람이나 앉은뱅이는 고쳐주면서 왜 내 동생은 정상으로 못 고치는 거지?, 진짜 있긴 한 거야?’ 

 결국 제풀에 지쳤다. 백일도 못 채웠을 거다. 계획을 수정했다. 백번 양보해 이번 생은 이대로 산다 치고 동생이랑 같이 천국에서 만날 계획을 세웠다. '아무 죄 없는 동생은 당연히 천국에 갈 테니, 나만 잘 가면 되겠군.' 내가 세운 계획을 확인하고자 전도사님께 물어봤다. “하나님을 믿어야만 천국에 갈 수 있나요?” “그렇지~” 선생님은 내 속도 모르고 인자하게 웃으며 답했다. “음, 근데 본인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이거나 그럴 수 없으면요?” “글쎄다. 정확한 상황이 어떤지는 몰라도, 믿음이 있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단다. 그래서 선교나 전도를 하는 것이고.” “아 그렇군요...” ‘역시 믿음이 중요하구나.’ 그래서였을까 그 전도사 아들 이름도 믿음이었다.

 어렸을 때는, 동생을 나타내고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설명하기도 어려워서 빙빙 돌려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시 전도사님도 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을 이해하지 못 한 것일 수 있고, 나 역시 잘못 받아들였을 공산이 크다. 괜히 어쭙잖게 떠보다가 나는 꽤 이른 나이에 크나큰 종교적 회의에 빠졌다. ‘아무 죄도 없는 동생이 믿음이 없다고 천국에 못 간다는 게 말이 되나. 게다가 믿음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앤데...’ 헌금하는 척만 하고 헌금통에 빈손을 넣었다 빼는 애들도 다 가는 천국에 음언니가 못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정말 그렇다고 한다면 모순덩어리인 종교라고 생각했다. 

 마치 어린이는 모두 순진한 양이고, 죄가 없는 것처럼 말하고는 결국 믿는 애들 안 믿는 애들 차별하는 행태에 어린 나는 환멸을 느꼈던 것 같다. 또 그중에는 헌금 내지도 않고, 간식만 받아먹으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애들도 있는데, 그런 것도 구분 못 하는 하나님이 야속했다. 불만은 쌓여갔다. 몇 주 후, 나는 교회에서 무슨 이유인지 친구와 다툰 뒤 다시는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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