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 보내십쇼”
오전 7시, 출근하는 길에 버스에서 내리는데 기사님이 이렇게 말을 해주면 괜스레 등이 펴지고 힘이 난다. 그러면 나도 그에 걸맞게 힘차게 인사를 건네고 싶은데, 뒤에 따라 내리는 사람이 있고 이미 등을 지고 내리려는 찰나라 타이밍을 놓치고 “고맙습니다”를 웅얼거리고 목은 방향을 잃은 채 대강 까딱하고 내리게 된다. 물론 모든 경우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면 변명이다. 앞서 내린 사람들에게 기사님이 건네는 인사를 미리 보게 되면 ‘어느 정도 인사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사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안전 운전 하세요!”라고 하기엔 알아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 탓에, 가장 최대라고 해봤자, 타이밍에 맞춰 조금 분명한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고 할 뿐이다.
그 어설프고 갚지 못한 감정은 조금씩 쌓이는데, 그건 다른 버스를 탈 때 나타나기도 한다. 인사는 하지 않는 시크한 기사님께도 뭔가 저번처럼 인사 타이밍을 놓칠까 봐 목례라도 하게 되거나, 어느 정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허리를 조금 굽히고 무게 중심을 낮춰 조신하게 타거나 하는 것이다. 격하게 환대받았던 것에 비해 씩씩하게 인사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조금씩 갚아나가는 마음을 담아.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떤 승객은 “고맙습니다.”하고 먼저 활기차게 하고 내려도 시크한 기사님은 잘못 들은 것처럼 가만히 있기도 하고, 타이밍을 놓쳐 같이 고개를 조금 숙인 게 다인 경우도 있다.
오늘 퇴근길에는 예상컨대 그런 기사님 중 나처럼 쌓인 게 조금 있는 듯한 몸짓을 보여주는 기사님을 만났다. 기사님의 인사 성향을 볼 겸 조심스럽게 타며 힐끗 쳐다보는데, 남자 기사님은 마치 한때 연예인 최양략이 보여줬던 중단발에 약간 색이 들어간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 너머에 눈은 순하고 맑았고, 앙다문 입은 꽤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러고는 허리를 승객이 타는 완전히 입구 쪽으로 돌린 것은 아니고, 앞 유리를 애매하게 보는 자세를 유지하고는 옆구리 스트레칭하는 듯 승객이 타는 쪽인 오른쪽으로 상체를 느리게 기울이며 인사 비슷한 것을 하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조금 고장 나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오뚝이 같았다.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만의 박자로 흔들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극한 내향적인 성향까지도 종종 가곤 하는 난 알 수 있었다. 그건 우리의 사람의 인사법이 라는 걸. 그 기사님 역시 어쩌면 나처럼 적극적인 인사를 받았거나 해서 조금씩 천천히 그걸 갚는 몸짓을 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 기사도 나처럼 타이밍을 놓쳤거나 아니면, 아무리 텐션을 끌어올려도 파이팅넘치는 승객만큼은 못 따라가기에 자신만의 템포로 그것들을 갚아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뭔가 마음이 한편이 따뜻하고 잔잔히 웃겨서 그게 무언가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별일이 없었다.
그 기사님의 전하지 않은 듯 전해지는 무언가밖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