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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d Feb 21. 2024

“기억나”

 가게 문을 열자 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죄송하지만 1인 식사는 안 돼요.” 점심에 혼자 라멘집에 갔는데 거절당했던 경험이다. 물끄러미 2인석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이 나왔던 기억.      

 그 이후에도 혼자서 많이 먹었는데도, 들어서니 4인 테이블 밖에 없어 보여서 그랬는지 갑자기 그 생각이 무의식중에 스쳤나 보다. 그 바람에 쭈뼛거렸다.


 “혼자? 이쪽에 앉아요”      

 그 생각을 읽었는지 아주머니가 얼른 날 빈자리로 끌고 가 앉혔다. 조금 편안해진 나는 순댓국 특을 주문하고는 꺼진 전화기를 꺼내며 “전화 충전 좀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부탁도 할 수 있었다.     

“어어 그럼 그럼” 저기 있으니까 충전해요. 아주머니는 충전기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네 고맙습니다.”


충전해 놓으니 마음이 놓여, 순댓국을 음미하는데, 아주머니가 슬쩍 충전 중인 휴대전화를 보더니, 

“에고 0%네, 충전 다 될 때까지 있다가 가도 되니까 천천히 가요.” 

“네네 아유 고맙습니다”     


 아주머니와 한두 마디 주고받다 보니 왠지 모르게 흥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가게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도 아닌데, 아주머니의 말은 뭔가 기분 좋은 리듬이 있었다. 상냥하고는 거리가 먼 딱딱한 말투지만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진한 세심함에서 느껴지는 엇박자. 아주머니만의 박자였다.      


 국물을 그릇째 들이킬 만큼, 먹는데 탄력이 붙어갈 때쯤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 한 손님은 내장탕 2개를 포장 주문하며 말했다. 

“또 와요. 아들이 맛있다고 해서”

아주머니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아 기억나” 하며 답했다.      


 그 말이 좋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다. 그 말이 왜 좋았고, 아주머니의 말에서 왜 리듬감이 느껴졌는지를.      


 퇴근길에 우연히 너드커넥션의 ‘우린 노래가 될까’ 들었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노래에는 “서로가 각자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할 때 그때 기억은 노래가 된다”라는 가사가 있다. ‘기억’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거창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모든 소통은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야 하며, 이 사람이 순간순간 어떤 상황인지를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그 기억들은 관심이라는 선율이 되어 노래로 흘러나온다.      


 아주머니가 흥얼거리듯 말을 건네고, 무심히 툭툭 내뱉지만, 노래처럼 느껴졌던 게 이해가 갔다. 다른 사람에 대한 작은 기억들을 모아 노래를 부르는 거라 리듬감이 느껴진 게 아닐까. 뚝뚝 끊기는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이음줄로 연결된 노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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