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자식이 된다

짱구는못말려 ost-히로시의 회상

by Anand

"회사일로 밤낮없이 고생하시는 우리 아버지가 올해 회사 입사 후 25년차가되었네요.여기 당첨되면 가셔서 힐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당첨을 떠나서 같이 차타고 있는데 , 아부지 저같은아들 여기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25년째 회사를 다니는 아버지를 둔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공연 티켓을 신청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얼마 전 30년째 사회생활을 하다가 퇴직하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나와 비슷한 또래일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아버지와 같이 듣는 라디오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는 쉽지 않다. 그 마음으로 봐서는 나보다 한참 형님일 수도 있다. 나는 아버지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감사를 해본지가 언제인가 싶다. 수많은 세월, 수도 없이 조수석에서 편하게 타고 다녔어도 말이다. 비단 차뿐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해온 삶에 있어서도.


다행히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감사할 일이 생겼다.


"네네~ 여기서 이쪽으로 돌까요?" "아니! 거기 말고 한 블록 더 가서 돌자"

아버지와 오랜만에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 더불어 경청도 했다. 면허를 따고 7년 만에 운전대 앞에 앉은 나다. 그 옆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운전을 할 필요가 생길 것 같아 아버지에게 강습을 부탁한 것이다.


중학교 시절 이후 아버지가 가장 커 보였다. 초, 중학교 시절 내 눈에 비친 아버지는 축구, 탁구와 같은 운동도 잘하고 뭐든 물어보면 알려줬다. 심지어 원하지는 않았지만 영어나 수학도 곧잘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 그리고 지금까지. 아버지는 꾸준히 작아지셨다. 실제로 아버지의 키와 몸무게가 약간 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게 끼치는 영향력이 작아졌다.


주요 과목, 예체능 전부를 가르쳐 줬던 아버지 교육은 없어졌다. 대학 수업을 받고, 알아서 취직 공부를 알아보고, 동아리나 취미생활을 알아봤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수순이다. 공통된 대화 주제를 가지고 있지도 않기 때문인지 아버지와는 대화도 잘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보고 들은 게 많아질수록, 아버지가 가르쳐줄 것이 줄었고, 아버지의 말수도 줄었다. 가끔 내가 아는 한에서 대들기도 하고 면박도 주어서 일 수도 있겠다.


그러다 1일 차 장롱면허 운전자와 30년 차 베테랑 드라이버로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의 말은 곧 진리였고, 경청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마치 시험 기간 전 요점 정리를 해주는 선생님의 말, 혹은 업무를 가르쳐주는 선배의 말처럼 촉각을 곤두세우고 받아들였다. 운전을 하니 긴장을 해서인지, 괜히 말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아버지도 오랜만에 아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줄 것이 생긴 것에 조금은 설레 하는 눈치셨다. 하루만 하는 줄 알았는데, 미리 다음날 보험도 들어놓고, 연습하자고 하시는 것을 보면...


새삼 내가 아버지 말을 참 안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반발심에 안 듣는다기 보다 그냥 무조건 배제하고 안 들었던 것도 있었다. 종종 아버지를 조수석에 모셔놓고 경청을 해야겠다. 오래도록 조수석에 날 태우고 안전 운전해주신 아버지.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되는 것'은 그냥 되는 것 같아도 의식적인 노력과 각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자식 되는'공부를 했다.


-한 아드(형)님 말씀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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