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터디 (home+study)

그것만이 내세상 - 들국화

by Anand

oo에서 인턴하고 있는 큰복댕이가 다녀와서는 공부(공기업 준비)를 하기때문에 늘 이어폰끼고 잘 듣고있습니다. ˘ ˘ oO 완전 내 시간인겨죠. ( ) ~ ♡~



집에서는 공부가 잘 안 된다. 집이란 본래 쉬고 싶고, 나태해지고 싶은 공간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TV를 틀어놓고, 뒹굴뒹굴하다가. 가족이 오면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딱히 생산적이지 않은 곳. 집의 매력이다. 그래서인지 집 안에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무척이나 부담되는 일이다. 별로 반갑지 않다.


한때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시험 준비를 하셨다. 그 시절 엄마는 아버지에게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아예 절에 들어가서 공부에 전념하는 게 어때?"라고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엄마가 그냥 하는 말이라고 여겼겠지만, 어머니는 진심이었다고 한다. 집 안에서 공부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행동도 말도 조심스러워진다. 공부하는 사람이 예민하게 구는 것도 다 신경 쓰일 테고.


"소리 좀 줄여 애 공부한다." "곧 시험이니까, 집에서 먹자"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하면 부모님이 하는 말이었다. 부모님 딴에는 속삭이며 말했지만 다 들렸다. '공부하는 거 아닌데' 실은 어떤 의무감에 앉아 있거나, 공부와 상관없는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았다. 공부는 잘 되든 안 되든 집에서 할 게 못 된다.


굳이 따져본다면, 공부하는 사람 보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 더 불편하다. 편하게 있어야 할 집에서, 편하게 못 있는 것이니. 그것도 그 집이 자기 집이라면 말이다. 자식이 부모님을 택하지 않았듯, 부모 역시 집에서 공부하며 불편하게 하는 자식을 예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나 같으면 내 집에서 편하게 쉬지 못하고, 듣고 싶은 라디오도 크게 틀어놓지 못하고 이어폰을 끼고 듣는 상황이 억울할 것 같다. 공부하는 자식이 측은하긴 할 테지만, 집에서 편히 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더 측은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상황에서 문자를 보낸 청취자는, 이어폰을 끼고 듣는 상황 자체를 '내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자식을 배려하는 마음이 진정으로 앞선 것이다. 모든 행동은 억지로가 아닌, 능동적이며 자발적인 것이 됐다. 스스로가 그렇게 하고 싶기에, 이어폰을 낀 것은 형벌이 아니다. 반대로 온전히 그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마법의 도구가 됐다.


-한 취준생 어머니 말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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