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잡아 - 더 콰이엇
"비가 와서 버스 운행이 힘드네요. 손님들이 손잡이는 안 잡고, 스마트폰만 잡고 있어요 ㅠㅠ"
버스 기사님이 보낸 문자다. 순간 버스 안에서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하며 위태롭게 서서 갔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다행히 넘어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얼굴은 후끈거렸다. 스마트폰을 하면서 '아 씨 왜 이렇게 흔들거려'하고 짜증을 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났기 때문이리라.
그 전 기억도 떠올랐다. 역시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다. 학생 한 명이 스마트폰을 하며 걷다가 교내를 다니던 셔틀버스에 치어 세상을 떠난 일. 물론 운전자의 과실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은 분명하다.
걸을 땐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버스를 탈 땐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친구와 있을 땐 친구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사로잡았다. 눈을, 손을, 생각을.
버스 기사님의 기가 막힌 라임 덕에 다시금 번뜩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잡고 있나' '내가 정말 쥐고자 하는 것이 지금 쥐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무의미한 쾌락 혹은 집착을 놓지 못하고 손에 쥔 채, 정작 중요한 것들을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지의 원주민들은 손쉽게 원숭이를 잡는다. 코코넛과 같은 단단한 열매의 속을 파서 그 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과일을 넣어 놓는다. 음식 냄새를 맡고 온 원숭이는 열매 안의 과일을 움켜쥐고 꺼내려한다. 그러나 가득 움켜쥔 과일 탓에 손은 빠지지 않는다. 원주민이 웃으며 다가온다. 원숭이는 움켜쥔 것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렇게 원주민에게 잡혀 최후를 맞는다.
불행하게도 내가 쥐고 있는 것이 파멸을 이끄는지, 성공을 가져올지는 모른다. 어릴 적 성적을 낮췄던 주범인 컴퓨터 게임. 조금만 더 진득하게 잡고 했더라면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되어 있을 수도 있는 것처럼. 인간인 이상,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신만이 알 수 있는 어려운 운명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손에서 놓아야 할 것과 쥐어야 할 게 무엇인지는 꽤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흔들리는 버스에선 스마트폰이 아니라, 손잡이를 잡아야 하는 것쯤은 누구나 한다. 그 스마트폰으로 한다는 것이 전혀 시답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잡아야 할 것을 잡으려면 일단 놓은 채로, 아무것도 잡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후에야 삶에 정말 필요한 것들을 꽉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 버스 기사님 말씀 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