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 천왕(정형돈, 밴드 혁오)-멋진 헛간
"2018년도에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병원에서만 6개월째 올 19년에는 모든 아픔을 털어내고 건강하게 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재밌다" 소소한 일상에서 그럭저럭 잘 지내는 나다. 하지만 가끔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든다. 그중 잠깐의 쾌락 때문에 매번 후회하게 되는 것이 있다. '과음'이다. 몸에도, 정신에도 좋지 않다. 다음날 엄청나게 피곤한 건 당연하다. 문제는 끊긴 기억을 되뇌며 찝찝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몸과 정신이 정상이 아니니, 다음날 실수하기도 쉽다. 간단한 업무에도 실수를 반복한다. 그것들은 다시금 정신적 피해를 남긴다.
제 상태가 회복되며 전체적인 환기가 된다. 그런 것이 즐겁고 감사하다가도, 다시 반복되면 뭔가 일상이 지루해진다. 또 과하게 술을 마시게 된다. 그렇게 또 한 번 내가 원하는 이상(理想)에서 멀어지고, 이상(異常) 상태만이 남는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분에게 비할 비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철없이 살아와서 그런지 말씀을 듣고, 딱 처음 떠오른 생각이 '술'에 관한 것이었다. 자발로 이상 상태를 초래하는 것. 아무 일 없는 일상을 다시금 행복한 상태로 인지하기 위함이 아닐까. 물론 지극히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어리석은 방식이다.
코감기가 심하게 걸린 적이 있었다. 후각이 완전히 마비가 됐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도 불편했지만 무엇보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힘들었다. 먹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다. 그럼에도 하루 3끼, '맛을 느끼면서 먹는 게' 큰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한 3일 정도 고생했지만, 그 소중함을 잊는 시간은 3시간도 채 안됐다. 후각은 그렇게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빠르게 스쳐간 '일상 감각' 중 하나였다.
한 번은 두 달 정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3번의 수술을 마치고, 회복기를 거치는 시간이었다. 중학생 마지막 여름 방학을 온전히 다 보내고서야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나 역시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아파트 계단을 오르는데, 눈물이 났다. 그때 계단은 웬일인지 예전보다 낡고 작았던 느낌이었다.
두 달, 말하기도 쑥스러울 정도의 시간이지만 그때 어느 정도 '일상의 소중함'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걸 잊어버리는 데는 2주가 채 안 걸렸다. 다시금 어떤 목적, 욕심 등이 자리를 차지했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성취하려는 것 자체는 좋다. 문제는 일상의 소중함을 밀어냈다는 것에 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일상의 소중함'은 엄한 데 팔아먹고, 이렇게 스스로 일상을 깨고 사건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년을 앞두고,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질렀다. 그렇다. 과음이다. 그 밑바닥에는 '일상의 소중함'을 완전히 잊었던 것에 있다. '일상의 소중함'을 잊은 사람에게 일상이 착하게 붙어있길 바라는 건 무리다. 지금 내 곁에 붙어있는 일상이 언제 떠나가도 이상하지 않다. 내게 주어진 일상, 그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 것. 일상에서 벗어나 있는 분들 뿐 아니라 지금 내게 절실한 '감각'이다.
올해 연말에는 나 자신에게 '소소한 일상'이라는 상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병원에 계신 한 청취자 분 말씀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