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Dragon - Believer
"오늘 제 생일입니다. 축하해주세요~^^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신랑에게 신혼때는 서운하기도 했는데 이젠 포기하고 먼저 얘기합니다. 담주에 내 생일이야~ 내일 내 생일이야~ 하고요. ^^ 그럼 항상 주말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고 해요. 결혼 18년차.. 이젠 서운하지 않~아~요~ ^^"
슬펐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뜻을 멋대로 해석한 다음부터였다. 세상은 결국 혼자 사는 거다. 냉정한 말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비정한 세상, 온기가 없어진 사람들에 대한 감상적 소회는 아니었다. 문득 인간 존재라는 본질이 그렇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당장 조금 베인 내 새끼손가락의 고통이 지구 반대편에서 빈곤으로 죽어가는 수만 명의 사람들의 아픔보다 크다. 바보같이 흘린 내 만원은 얼마 전 어이없는 사기를 당한 친척의 수천만 원 보다 아깝다.
내 눈 앞에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슬퍼하는 친구들과 지인들. 그들을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나 역시 답답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 정말? 음, 그런 '척'을 하는 건가.
한 친구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다. 친구는 그런 아버지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치료법이며 약을 알아본다. 조그만 희망에 들뜨다가도 커다락 벽 앞에 눈물짓는다. 가끔 친구를 만날 때면 같이 슬퍼한다. 분명 슬프다. 친구와 헤어진 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나는 태연하게 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음 짓는다. 가짜 웃음이라는 의식은 없다. '척'이 아니다. 의심할 여지없는 진짜다.
근심 없이 웃고 떠들 던 그때, 문득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지금은 어떨까' 정확히 내가 그 처지였다면, 절대 웃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 내게 보인 친구의 웃음. 그 웃음이 '척'이었을 수도 있겠다.
내가 힘들고 슬플 때, 내 마음 안다고 위로하고 같이 슬퍼했던 사람들. 물론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얼마 뒤 그들 역시 내 슬픔은 잊고 즐겁게 웃었을 테다. 당연한 이치인데, 서글프게 느껴졌다. 특정 인물이 야속하다거나 내가 불쌍하다는 건 아니다. 내가 보는 세상은 온전히 나에게만 보인다는 게 외로웠다.
한동안 그런 생각에, 혼자 우울했다. 우연히 이 문자를 봤다. 세상 누구도 내가 내 생일을 느끼는 만큼 정확히 생일을 느낄 수 없다. 심지어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까먹을 수도 있다. 자기가 자기 생일도 까먹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공감을 원하면 말해줘야 한다. '당신이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그 사실을 슬퍼한다고, 혹은 알아주지 않는 남을 원망해봤자 자기 속만 탄다. 내가 그랬듯.
반대로 세상 모두가 나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 하면 그것도 문제다. 내가 우울할 땐 모두가 우울했을 것이고 세상은 망해버렸을 것이다. 나는 힘들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그런 '남 일'로 보일 때, 그리고 그 시선을 빌릴 수 있을 때 '남 일'처럼 넘겨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세상 모두가 조장하는 억울함 혹은 슬픔에 취해 진작에 죽어 버렸었을지도 모른다.
저마다 혼자만의 세상에 산다는 고통.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삶은 나아가는 게 아닐까.
-속으로 삐지지 않는 한 청취자 분의 말씀을 듣고-